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 제2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고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292
박하익 지음, 손지희 그림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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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폰하고 노는 게 재미있어서 책 읽기 싫어ㅠㅠ

B : ㅋㅋ처음이라 그럴 거야... 그래도 스마트폰 중독되면 안 돼...알지?

A : 알았어염ㅋㅋ 대화하고.. 사진 찍어서 글 올리고..그게 다야..

B : ㅋㅋ그게 다인데도 그것만 하면 시간 훅 간다?

5년 전, 큰 딸과 주고받은 대화이다. A, B 중 누가 엄마일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 북을 메뚜기처럼 왕복하면서 글과 사진이 담긴 일상을 올렸다. 밴드와 카카오 톡도 매력적이었다. 짬만 나면 동물을 줄 세워서 팡팡 터뜨렸다. 간혹 지루하다싶으면 과일로 대상을 갈아탔다. 놀라운 세상이었다. 하루라도 글을 올리지 않으면 숙제를 안 한 듯 찜찜했다. 눈이 시뻘개지도록 피곤해도 피곤하다는 글로 나의 상태를 어필해야 마음이 안정되었다. 시선은 손바닥만 한 직사각형 공간에 수시로 빨려들어갔다. 핸드폰의 주인은 분명 나인데 노예처럼 스마트폰에 끌려 다녔다. 수시로 들여다보았고 곁에 없으면 허전했다.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내 가장 가까이에 머물렀다. ‘마음을 지키는 건…… 절대로 쉬운 게 아니야.(p186)’ 책속에 나온 문장을 보고 당시의 모습을 떠올렸다.

1년 남짓 스마트폰에 마음을 빼앗긴 채 살다 어느 순간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 북 앱을 지웠다. 밴드도 필요한 공지를 올릴 때에만 들어갔다. 카카오 톡은 주로 업무의 목적으로 이용했다. 중간 중간 금단 증상이 오면서 앱이 깔리다 지워지기를 반복했지만 결국 극복했다. ‘사람의 영혼은 본디 고요하다. 그 고요함 속에 깊이 잠기면 마음이 회복되고 새로워진단다.(p185)’ 스마트폰의 주인이 되자 어수선하고 조바심 일던 마음이 평온해졌다.

 

훤칠하신 공배우, 바닷가에서 간지나게 목화 꽃다발 쓱 내밀 때 TV를 뚫고 설레는 바람이 불었다. 배경음악까지 뷰티풀 했던 드라마 <도깨비>. 도깨비 캐릭터에 대한 호감은 201612월 이후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된다. 본질적으로 귀신과 별반 다르지 않건만 구수한 된장 냄새가 날 것 같고 익살스런 이미지를 가진다. <혹부리 영감>에 출연했을 때에도 우스꽝스러웠고 방망이조차 아몬드 빼빼로를 뻥튀기한 듯 친근하다.

 

도깨비와 스마트폰의 콜라보?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다. 도무지 상상되지 않던 이야기 안에서 현실의 스마트폰과 가상의 도깨비가, 과거의 놀이 문화와 현대의 그것이 자연스레 조화를 이룬다. 작가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소재들을 절묘하게 결합시키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기발한 앱들, 도깨비를 세는 단위, 방향 표시법, 스마트폰 번호, 내비게이션 멘트의 응용, 대화창, 다양한 모드, 날대야 택배, 기의 9단계, 스마트폰 중독을 경고하는 방법이 신선하다. 기획이 놀라웠다. 새로운 방식으로 주제를 표현하며 흐르는 이야기에 나태하게 졸던 의식이 확 깨는 듯했다.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성들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주제를 드러내는 표현 방법이다. 이야기는 복합현실기술처럼 제공된다. 작품을 구상하는 작가의 관점을 따라 독자는 가상현실을 진짜처럼 경험한다.

인간의 영혼에 담겨 있다는 세 가지 생명의 기운에 대한 서술이 마음에 남는다. ‘무언가를 만드는 즐거움, 깊게 몰입할 때 맛보는 행복감, 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할 때의 기쁨.(p184)’ 이 세 가지 기운을 관통하는 일이 있다. 바로 글쓰기이다. 글쓰기 지침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팁이 떠오른다.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라는. 도깨비 방망이를 두드리듯 마지막 장을 탁 덮는다. 새로운 이야기를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툭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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