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 혈   식 물 이   되 고   싶 은   여 자   :


 

 

 

 

 


 

채식주의자와 내 여자의 열매


   


 

                                                                                                    생각 없이 책장을 훑다가 낯선 제목이 눈에 띤다. 내 여자의 열매 ?!  내 남자의 열애'가 아니고 ?   이 책을 구매한 기억이 없는데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보면 책을 잔뜩 사서 구석에 쌓아두고는 이내 잊었던 모양이다.

 

나에게 신간 혹은 새 책은 아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사 놓고는 2,3년 후에나 읽으니 말이다. 그것은 마치 갓 잡은 생태를 비싸게 사서 냉동실에 넣어 두고는 몇 달 후에 꺼내 값 싼 동태로 소비하는 방식을 닮았다. 죽은 척하는 생태를 얼어죽을 동태로 소비하는 방식이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어쩌랴, 그게 내 한계인 것을.  사는 속도에 비해 읽는 소비가 현저하게 더디다 보니 발생하게 되는 저장 방식이다. 그래도 아예 읽지 않고 방치하여 결국에는 굶어죽는 북어의 운명보다는 낫지 않은가.  문득 한강의 << 채식주의자 >> 를 언급한 신문 기사에서 채식주의자가 단편 << 내 여자의 열매 >> 에서 서사를 확장한 것이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 채식주의자 >> 를 읽지는 않았지만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 채식주의자 > 란 영화를 본 적이 있고 팟캐스트 방송에서 여러 번 << 채식주의자 >> 를 다루었기에 줄거리는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흥미롭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여태 읽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만족하련다.  남성성을 육식성(폭력성)으로, 여성성을 식물성(비폭력성)으로 분류하는 이분법적 도식이 식상했을 뿐만 아니라 형부가 처제의 몸에 꽃을 그린다는 설정도 억지로 짜맞춘 느낌이 들어서 거부감이 들었다.    꽃이 되고 싶은 여자와 꽃을 그리고 싶은 남자라......  이 얼마나 유치원한 수작인가. 

또한 딸이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사위가 보는 앞에서 딸을 때리는 아버지에 대한 묘사는 그로테스크하기보다는 짜증을 유발했다.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꿈 장면이다. 시나리오 작법 중에 꿈 장면은 가급적이면 쓰지 말라는 경고가 있다. 실력이 모자란 사람은 이야기가 막힌다 싶으면 꿈 장면을 삽입하는 버릇이 있다고 하던데, 아닌 게 아니라 내가 습작으로 썼던 시나리오를 보면 꿈 장면이 많았다. 꿈이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롭고 장면 전환에 유리하기에 " 인써트 " 효과로 자주 사용했던 것이다. << 채식주의자 >> 에서도 아버지가 개를 오토바이에 매달고 달리는 꿈 장면이 묘사되는데 그 장면을 꿈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일단, 단편 << 내 여자의 열매 >> 가 << 채식주의자 >> 의 원형이라는 데 호기심이 생겨서 읽어 보았다. 내용은 서로 도긴개긴이다. 남편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똑같다. << 내 여자의 열매 >> 에서 아내는 몸에 푸른 멍이 들기 시작하면서 이상 증세를 보인다. 말수가 줄어들면서 음식 섭취를 거부하고 급기야는 알몸으로 베란다에 나가 하루 종일 광합성(해바라기)을 한다는 내용이다.  나머지는 아내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어 판타지로 처리하는데,   결국 아내는 나무처럼 화분에 심어지고 그 나무에서 열매를 맺는다는 이야기.    나는 두 단편 모두 서사와 서술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은 결국 << 내 여자의 열매 >> 를 확장한 << 채식주의자 >> 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이가 없다는 것은 서사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이니까.  반면에 재미있는 사실도 발견했다. 두 단편은 묘하게도 흡혈귀 - 서사'와 닮은 구석이 있다. 흡혈귀와 채식주의자는 정반대의 거울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동일한 상(象)이다. 그것은 뫼비우스의 띠이며 동전의 양면이다. 흡혈귀에게 물린 사람은 식물성을 멀리하고 동물성(피)만 찾게 된다. 반면에 한강의 << 채식주의자 >> 에서 채식주의자인 아내는 동물성(고기) 음식을 보면 구토를 일으킨다. 그들은 모두 특정 음식을 기피하다가 결국에는 거식증의 단계에 들어선다.

 

극우와 극좌는 결국 하나의 얼굴로 조우하듯이 결국 두 부류는 전혀 다른 이미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동일한 이미지인 것이다. 뱀파이어가 붉은 피를 원한다면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푸른 피를 원한다. 색이 다를 뿐이다. 그녀가 알몸으로 베란다에 나가 해바라기를 하는 행동은 광합성을 통해서 자신의 붉은 피를 푸른 피로 교체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즉, 광합성이란 푸른 피를 흡혈하는 과정이다. 단편 << 내 여자의 열매 >> 에서 아내는 붉은 피 대신 푸른 피를 갈망(갈증)하는데 " 낭종처럼 뭉쳐 있는 나쁜 피를 갈아내고 싶다(224쪽, 내 여자의열매) " 고 고백한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아내의 몸 전체가 점점 거대한 푸른 멍으로 퍼져간다는 설정은 그녀의 몸에 붉은 피에서 푸른 피로 교체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욕망은 자주 언급된다. " 이 지긋지긋한 피를 갈지 못했을까요(237쪽) " 그러니까, 아내는 식물이긴 하나 흡혈 식물인 셈이다. 바로 그 지점이 << 채식주의자 >> 와 << 내 여자의 열매 >> 가 완벽하게 실패하는 지점이다. 두 단편에 등장하는 아내들이 열망하는 것은 식물성이지만 공교롭게도 그 이미지는 흡혈 식물'이다. 한강은 여성의 순수한 식물적 욕망을 그리고 싶었으나 실패했다. 채식을 선언한 뱀파이어 이미지는 어색한 조합이 아닐까 ? 책을 펼친 김에 첫 번째 단편인 << 어느 날 그는 >> 도 읽었다.  범죄자처럼 생긴 남자 1)와 보통의 여자가 만나 사랑을 나누고 동거를 한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설마......         살다 보니 권태가 찾아오고 여자는 바람을 피우고, 눈이 뒤집힌 남자가 여자를 죽이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 너무 뻔하잖아. "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소설은 권태를 느낀 나머지 여자는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그 광경을 목격한 남자는 여자를 칼로 찌르는 것으로 끝난다.  이토록 뻔한 진행 앞에서 한숨이 나왔다. 더 이상 읽을 의욕이 생기지 않아 책을 덮었다 ■


 

 

                                                                                   
1)               소설은 시작하자마자 남자의 불길한 외모를 강조한다. " 넌 눈이 무섭게 생겼어 " 라거나 " 태식이 그 자식, 아무래도 무서운 놈이야. 언젠가 큰 사고를 저지를 거야.   그 눈깔 봤어 ?   못 봤으면 좀 자세히 봐. "  라거나. 언젠가 큰 사고를 칠 거란 말은 소설 속 현실이 된다. 이것은 독자를 무시하는 처사'다.     유령은 브루스 윌리스야, 바보야 !  라고 극장 로비에서 스포일러를 흘리고 다니는 수작처럼.   잡히면 죽는다잉 ~       설령,  이 단편이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을 강조하기 위한 이야기라면 더욱 부실한 구조'이다.  이래저래 형편없는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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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6-08-2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론가들의 유식하고 뻔한 글보다도, 곰곰발님 리뷰를 읽고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흡혈귀의 미러링이 나무가 되고 싶은 여자`라는 대목을 읽다가 저도 모르게 무릎을 쳤네요. 한강의 소설에서 나오는 육식성과 식물성의 모습은 일견 대립하고 길항하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동전의 양면이자 짝패에 지나지 않아 보입니다. 제가 한강의 소설을 읽고서 갑갑했던 부분을 문장 하나로 요약해 주셨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1:33   좋아요 0 | URL
저는 채식주의자에서 보여주는 상징, 식물성이 그닥 시원하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식물성과 동물성이 뒤섞였거든요. 광합성은 결국 푸른 피에 대한 욕망이고 흡혈은 붉은 피에 대한 욕망 아닙니까. 결국은 피를 바꾸고 싶다는 욕망인데(뱀파이어는 죽은 피를 살아 있는 피로 바꾸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족속) 이거 뭐 서로 다이다이아닙니까..

엄격하게 말하자면 그녀가 되고 싶은 것은 식물이 아니라 육식성 흡혈식물입니다.

cyrus 2016-08-29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채식주의자》 여주인공의 꿈 장면에서 프랜시스 베이컨의 고기 그림이 생각났습니다. 곰발님의 식물 비유를 빌리자면 `식육 식물`로 봐도 되겠어요. 끝내 육식의 본능을 거부하면서 파괴하는 존재.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3:47   좋아요 0 | URL
식육 식물`` ㅎㅎㅎㅎ 그런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아내 자체도 식육적 인물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stella.K 2016-08-2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은 아버지만큼 글을 잘 못 쓰나 봅니다.
저는 채식주의자를 영화로 보다 말았죠.
그로테스크하기도 하지만 개연성도 없고 너무 작위적이라...
그런데 그놈의 상이 뭐라고 상만 아니었으면 저도 그책 결코 안 샀을텐데
영화는 영화고 문체는 어떨까 싶어서 샀는데 오늘 곰발님 글 읽으니까
이거 그냥 중고샵에 넘길까봐요.ㅠ
영화중에 무슨 파란 피도 나왔던 거 같은데...
암튼 그 영화 보면서 그로테스크는 아무 때나 쓰나 진짜 작위덩어리였죠.

아, 그러고 보니까 저도 젊을 때 한 때 그로테스크 쓰긴 썼다.
단편 시나리오에. 그때 김홍준 감독한테 칭찬 들었는데.
아, 뭐야..자랑이야 뭐야...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3:45   좋아요 0 | URL
그로테스크가 적절할 때 사용되어야지
막 쓰면 진짜 진상입니다..


아무나 김기덕이 되는 것은 아니죠..


채식주의자, 영화 보셨군요..
정말 욕나오는 영화였죠. 원작이 후졌다기보다는
연출을 정말 형편없이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언제 기회되면 슽렐라 님 시나리오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stella.K 2016-08-29 14:17   좋아요 0 | URL
곰발님 김홍준 감독 싫어하지 않으세요?
그분이 칭찬한 거라니깐요.ㅋㅋㅋㅋㅋ

김홍준 감독은 일반적이진 않잖아요.
좋아하는 사람이나 좋아하고.
그런데 그분 강의는 정말 탁월했어요. 예술이었죠.
강의 끝에 유럽 단편 영화도 보여줬는데 진짜 좋았죠.
더 좋았던 건 그분이 장외 강의는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는 것.
그게 벌써 언제적 일인데요...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4:23   좋아요 0 | URL
제가 김홍준 감독을 왜 싫어합니까.
그의 장미빛인생을 좋아하는 1인입니다.
왜 영화 안 만드시나 모르겠습니다.
장미빛인생 참.. 좋았는데.

영화도 잘만들고 글도 잘 쓰는 사람은
아마도 박찬욱과 더불어
김홍준 감독이 아닐까 싶네요..
김홍준의 왜 우리가 알아야 할 90가지.. 이 책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곤 했죠..

stella.K 2016-08-29 15:30   좋아요 0 | URL
헉, 그러시구나. 실수...ㅠㅠㅠㅠㅠ
저는 그 장미빛 인생인가? 보다 말았거든요.
넘 어렵고, 지루하고. 뭐 지금 다시 보면 어떨지 모르지만.

제가 그분을 뵀을 때가 스크린 쿼터 때문에 영화인들 머리 삭발하고
그때 감독님도 쥐잡아 먹은 머릴 해 가지고 들어오셨는데
무슨 부두 노동자 뭐 그런 이미지가 있었어요.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고 했건만.
아마 장외 강의를 하신 것도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강의를 할 수 없으니까 그랬던 것 같은데
근데 진짜 첫 시간부터 카리스마가 대단했죠.
나중에 제가 다니는 교회 엘리베이터에서 딱 마주쳤는데
머리 기르니까 완전 딴사람이더군요. 진짜 멋있었어요.
당시 따님이 초등부 주일학교 다녔는데 데릴러 가는 거라고.
예술하는 사람 교회 다니기 어려운데 그분은 나름 신실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한예종 강의하시나 모르겠어요.
사인이라도 받아둘 걸 그랬어요.ㅋㅋ

아, 그분 강의안 너무 좋아서 지금도 가지고 있어요.
찾아보면 어디 있을 걸요?ㅋ

근데 우리가 알아야 할 90가지 그책 아직 가지고 있나요?
그러고 보니 그책 말씀도 했던 것 같은데
알라딘에서는 아예 검색이 안 되고 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6:20   좋아요 0 | URL
오호, 그런 인연이 있으셨군요.

책 제목은 정확하지가 않는데
김홍준 감독이 가명으로 영화책을 하나 써낸 적이 있습니다.
갑자기 제목이 생각이 안 나네요. 꽤 잘 팔린 책이었는데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29 17:04   좋아요 1 | URL
찾았습니다. 구회영이라는 필명으로 << 영화에 대해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 이라는 책을 내셨죠.
표지 보시면 아, 하실 겁니다..

2016-08-29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9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9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9 18: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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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9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9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9 18: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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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9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9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30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나기 2016-08-3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맨부커상을 받았다해서
읽어봤던 작품입니다.
여러가지 리뷰를 봤지만 이 작품이
그렇게 상을 받을 정도가 되나하는
의심은 있었습니다. (내가 문학에 이해가
얕다는 자조로....ㅎ)
다른 어떤 리뷰보다 신선한 리뷰입니다.
내 여자의 열매도 한번 읽어봐야 되겠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30 11:24   좋아요 0 | URL
감사하비다. 저도 문학에 대한 식견이 부족해서
채식 읽기에 실패했지만, 저는 이 소설이 과연
칭찬을 받을 만큼 두루두루 미덕을 갖춘 작품인가는 아니라는 생각ㅇㄹ 합니다..
이웃분 중에 번역을 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 말씀에 의하면 이번 맨버커상 받은 번역책은 거의 재앙 수준이라고 합니다.
번역이 아니라 아예 번안을 했다고..

yamoo 2016-09-01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이런 비판적 리뷰를 많이 보고 싶은데, 써주는 분이 극소수라 참으로 심심합니다. 이런 글이 많아야 알라딘 서재가 재밌어 지는데 말이죠..

저두 채식주의자 1500원에 사서 읽다가 던져부렀어요~ 골발 님의 리뷰에 공감을 안할 수가 없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1 11:49   좋아요 0 | URL
청탁받고 쓰는 글이 아니기에 여기에서까지 굳이 이웃 눈치 보며 칭찬만 날릴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솔까말, 칭찬해서 나쁠 거야 뭐 있겠습니까. 전 체질적으로 마음에도 없는 칭찬 따위는 할 수가 없습니다.
 

 

 

 

 

 



 

 

 

                                             

시스템은 혐오 발언을 생산한다  :

 

 

 

다음 침공은 어디 ?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여자는 멍청하다고 배운다. 일일 드라마 속 주변부 여성 캐릭터를 분석하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드라마 속 여성은 눈치가 없고, 수다스러우며, 욕심이 많고, 아둔해서 현명한 남편으로부터 핀잔을 받기 일쑤'다. 이성을 잃고 화를 내는 아내를 제지하는 역할은 남편 몫이다. " 내 아내가 무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 " 이런 시츄 ~ 

 

드라마에서 남자는 여자에 비해 똑똑하고 예의바른 편이다. 없다고 무시하는 쪽은 금시계 찬 사장님보다는 알반지 낀 사모님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 역을 맡았던 수많은 중년 여성 탤런트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뿐인가, 젊고 아름다운 여성 주인공은 캔디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남성 의존형 캐릭터'다. 캔디형 캐릭터가 주인공인 드라마에서 상대역은 대부분 백마 탄 왕자'다. 백마 탄 왕자'가 캔디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곱창이 필요하다. 태어나서 곱창 한 번 먹어본 적 없는 왕자는 주저하는 마음과는 달리 젓가락질은 주저하지 않는다. 한때 똥물이 흐르던 곱창은 캔디와 백마를 이어주는 밴드가 된다.

 

이런 미역 줄거리 같은 드라마는 내용이 뻔해서 왕자의 신분이 노출되기 마련. 여자는 신분을 속이고 서민 행세를 했던 재벌 2세'에게 " 날 가지고 놀지 마세요 ! " 라고 계급 의식을 드러내며 저항하지만 결국 재벌 2세는 그녀를 가지고 노는 것으로 끝난다. 그토록 당당하고 독립적이던 여자는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 심순애로 변한다. 드라마는 여기서 끝나지만 사장님 사모에게 없다고 무시받던 그녀는 결국 사장님 사모가 된다는, 이런 미역 줄거리 ~    이 편견은 고스란히 김치녀, 된장녀, 개똥녀로 투사된다. 이들은 전체 중 일부이지만 한국 사회는 부분을 전체로 받아들인다. 주디스 버틀러의 말을 살짝 비틀자면 시스템이 혐오를 생산한다. 알라딘 서재 활동을 하면서 가장 놀랐던 장면은 모 알라디너의 " 나야 좋지, 쌍년 " 이라는 말이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상대 여성이 성적으로 호감을 보이자 혼잣말로 내뱉은 말이다. 성 경험 혹은 성에 적극적인 여성을 쌍년 취급하는 건축학개론형 남성은 흔하디 흔한 풍경이어서 새삼 놀랄 일은 아니지만 정작 내가 놀랐던 지점은 욕 자체가 아니라 여성 회원이 많은 알라딘에서조차 눈치 볼 필요 없이 지껄일 수 있는 남성의 자유에 있었다.  여성은 때와 장소에 따라 남성 눈치를 보지만 남성은 때와 장소에 관계 없이 여성 눈치를 보지 않는다. 이런 유형의 남성이 소수가 아니라 다수라는 점에서 비극적이다.  영화 << 건축학개론 >> 은 남자 주인공은 여자가 선배와 잤다고 믿는 순간 쌍년 취급을 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가 흥행에 크게 성공한 데에는 남성 관객이 큰 몫을 차지했다는 분석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멜로 영화는 여성 관객들이 주요 소비층인데 반해 << 건축학개론 >> 은 특이하게도 남성 관객이 많았다고 한다. 남성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가 공감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한국 남성은 남자 주인공의 쌍년론에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 << 다음 침공은 어디 >> 에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여성이 정치/사회 영역에 많이 진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야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누군가는 이 다큐를 보고 되묻곤 한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었지만 남성 대통령일 때보다 최악인 이유가 무엇인가 _ 라고 말이다.

그 질문에 대해 할라 토마스도티어 전 아이슬란드 상공회의소장은 말한다. " 국제적인 연구에 의하면 이사회에 여성이 3명 이상이 되면 문화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1명이나 2명은 안 돼요. 왜냐면 1명은 형식적이고 2명은 소수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3명이 되면 갑자기 집단 역학이 변합니다. 대화 방법이나 토론 주제가 변하죠. 테이블 주위에 여자가 많이 있으면 균형이 깨진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어요. 모든 이해 당사자들에 대해 더 많이 묻기 시작합니다. 전 이걸 별개의 도덕관과 윤리 나침반이라고 부릅니다. 이건 오늘날 아주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오늘날 이런 것이 없으면 장기적으로 사업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여성이 정치 / 사회 영역에서 많이 진출할수록 지금의 한국 정치 / 사회 문화는 바뀔 수 있다. 1975는 아이슬랜드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이상한 총파업이 진행되었다. < 여성 파업 > 이었다. 그중 90%는 직업이 없는 여성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거의 모든 시스템이 멈췄다. " 집구석에 쳐박혀서 할 일도 없이 빈둥거리는 여성 " 과는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작동을 멈추기 시작했다. 학교가 문을 닫고, 기업이 문을 닫고, 버스가 문을 닫았다.  현재 아이슬랜드는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이며 여성이 가장 행복한 나라이기도 하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이 행복한 사회,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이 행복한 사회, 어른보다 아이가 행복한 사회, 남성보다 여성이 행복한 사회가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건강한 사회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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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8-12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75년. 아이슬란드에서 여성 총파업이 발생했다. 90%는 직업이 없는 여성이었다. 특정 집단의 총파업은 늘상 있는 일이지만 여성이 파업에 들어가자 나라 자체가 모든 일을 멈췄다. 학교도 문을 닫고, 은행도 문을 닫고, 아이들은 못 먹고, 버스도 운행을 중지했으며, 섹스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여성 파업은 뭘 하는 게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여자가 일을 안 하니 시스템 자체가 붕괴된 것이다.

남성이 멍청하다고 했던 여성의 몫이 사실은 모든 분야에서 영향을 끼친 것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이 파업을 하면 남성은 직장에 갈 수 없다. 왜냐하면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
결국 가정이나 직장이나 멈추게 된다. 하지만
남성이 파업을 하면 직장은 일시 멈춰도 가정은 돌아간다.

cyrus 2016-08-12 13:55   좋아요 0 | URL
<복지의 배신>이라는 책에 보면, IMF 시절에 여성 실업자가 재취업 기회 또는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분석한 내용이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의 공무원들은 여성 실업자들이 재취업하는 대신에 가정 일을 돌보기를 원했습니다. 남성 실업자들은 일하고, 여성은 가정을 담당해야 하는 생각하는 고정적인 성역할의 영향이 컸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2 14:05   좋아요 1 | URL
제가 imf 때 남성들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아냐.. 라고 징징거릴 때마다

네가 그렇게 힘들 정도면 약자인 여성은 얼마나 더 힘들었겠냐... 라고 되받아치고는 했습니다.

아엠에프 때 가장 많이 실직을 당한 부류가 여성이죠. 그런데 불구하고 남성들은 자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징징대니...

cyrus 2016-08-12 14:08   좋아요 1 | URL
맞아요. IMF 시절 드라마에 나오는 아내들은 일자리 잃은 남편들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편의 무능력함을 탓하는 존재였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2 14:11   좋아요 0 | URL
이 시절 나온 영화가 < 실미도 > 입니다. 천만관객 동원한..
전 이 영화를 고개 숙인 남자의 임포텐트 극복 판타지로 이해했습니다.

주인공이 우린 죽지 않아 ! 라고 외치는 데 이게 꼭 우린 반드시 치료 잘 받아서 발기할거야.. 처럼 들리더군요..

ㅎㅎㅎㅎㅎㅎㅎ 실미도는 병원이요, 훈련은 치료요, 죽지 않아는 발기에 대한 소원.. 뭐, 그런...

다락방 2016-08-12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이 좋은 글에 잠깐 딴지를 걸자면, 마지막 단락에서 장애인과 함께 가는 게 `정상인` 이라기보다는 `비장애인`이 적합하지 않을까 싶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2 13:08   좋아요 0 | URL
아, 예리한 지적이십니다. 읽고 나서 0.1초 만에 교체했습니다. 정상인대 장애인이라니.. 이런 쌍스러운 표현을 쓰다니.... 죄송...

지금행복하자 2016-08-1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가 사고치고 남자는 수습하고... 어제 본 책에서도... 세상의 접시를 다 깨버리고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2 13:22   좋아요 0 | URL
여자가 의회의 절반 정도는 차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바뀔 수 있지요. 사실 국회의원이 똑똑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일은 의원 보좌관들이 입법 절차를 만든느 것이니 말이죠. 우수의원으로 뽑힌 사람 중에는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사람도 있습니다. 그는 청소노동자였죠..

지금행복하자 2016-08-12 13:28   좋아요 0 | URL
여자라고 해서 의회에 뽑아줬더니 다 파란지붕의 그 분같음 어떡하죠? 설마 그런일은 없겠지만 대한민국은 예측불가라...
그래도 절반을 여자가 차지했음 좋겠습니다. 법룰로 정해서라도.. 기회라도 있어보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2 13:32   좋아요 0 | URL
남자새끼들만 득실거려서 만들어놓은 지금의 여의도를 보면 여자만 득실거리게 될 때는 적어도 남자만 득실거리게 될 때 발생하게 되는 상황보다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상공회의소장이 말했듯이

남성과 여성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1명은 상징적 의미일 뿐이고, 2명은 소수일 뿐이니 5명에서 6명의 이사회에서 3명이 차지하는 것은 중요한 것.

다락방 2016-08-12 13: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태 살면서 저한테 논리없다, 이성적이지 못하다, 아는 게 부족하다 라고 지적하는 남자사람을 겁나게 많이 만나봤는데요, 그들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여성들(자기보다 더 좋은 학교를 나왔다거나 더 나이가 많다거나 더 사회적 지위가 있다거나 해도)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더라고요. 아마도 그래서 레베카 솔닛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분명 틀린 걸 제가 지적한 적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는 어리석고 생각이 깊지 못하고 논리도 없는 여자가 돼요. `너에겐 나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라고 말했더니, `그랬다면 사과한다` 라는 당연한 반응대신 `난 너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들도 다 무시해` 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여자 무시하는 게 뭐 자랑이라고... 그게 자랑인줄 알고, 자신의 원래 성격이 원래 그런거니 니가 이해하라고 보란 듯이 얘기해요. 징글징글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2 13:20   좋아요 0 | URL
나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을 때 사과를 하면 그나마 양반이죠. 대부분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 아니냐... 이런 말을 하잖습니까. 여자를 무시하는 캐릭터를 마치 쿨한 남성으로 묘사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것은 쿨한게 아니라 진상인데 말이죠..

cyrus 2016-08-1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는 여자를 만만하게 보는 성향이 있어요. 특히 여자가 하나라도 잘못했으면 죽이듯이 달려들죠.

어제 펜싱 여자 단체 8강전 보셨나요? 저는 라이브 중계를 보지 못했는데요, 우리나라가 아쉽게도 경기에 졌어요.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니까 최인정 선수가 점수를 쉽게 허용 당했어요. 그 경기를 본 사람들이 승리가 눈앞에 있는 경기를 허무하게 내주니까 최인정 선수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어요. 그 중에 성차별적인 내용의 댓글도 있었어요. 실력이 없는데도 예쁘니까 국대에 뽑혔다느니 펜싱 그만두고 시집이나 가라는 등 정말 몰상식한 말들이 많았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2 14:01   좋아요 0 | URL
올림픽 중계는 아예 안 보고 있습니다. ㅎㅎㅎ.

흠흠 그런 일이 있었군요.
뭐 그런 여성 다구리는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한국도 여성들이 총파업을 했으면 좋겠네요...
한 달 정도 하면 다시는 그런 태도 보이지 않을 겁니다.. ㅎㅎ

시이소오 2016-08-1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치는 여성이 해야된다고 생각해요. 남자들은 아는것도 없이 목소리만 크고 오만하고ᆢ

박 그네는 여성이기 이전에 아픈사람이죠. 환자죠. 정신병자는 청와대가아니라 정신병원에 보내야하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2 14:1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감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개 날립니다.
정치는 여성이 해야 합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겠지만 똥보다는 재가 덜 더럽죠...

2016-08-12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2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8-12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야 좋지 쌍년맨 저도 놀라서 그때 곰발님께 물어보지 않았습니까?
지금도 출몰하나요? 그 사람 정체가 뭔가요?

우리나라 드라마 문제많죠. 그런데 드라마의 거의 대부분이 여자가 쓴다는 거
아닙니까? 그놈의 사랑굿 타령은 언제쯤 바뀔지...
요즘 볼만한 드라마는 <굿와이프>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게 미국산이라잖아요. 그럼 그렇지 했습니다.

2016-08-12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2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2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3 10:43   좋아요 0 | URL
메뚜기도 ˝ 한철 ˝ 이라지 않습니까..

기억의집 2016-08-12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 워렌상원의원이 상원의원 출마했을 때 다 질 줄 알았다고 하더라구요. 여권운동이 그런대로 제대로 자리잡힌 미국조차 상원의원은 남자들의 싸움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서. 그 대목 읽고 완전 놀랐어요. 21세기 미 국도 그렇구나 싶은 게.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2 16:21   좋아요 0 | URL
소비 형태만 봐도 남자는 충동적이고 여자는 전체를 봅니다.
남자 중에 유통기한 보거나 성분 재료 보는 사람 있나요. 그냥 쓸어담지..
반면 여성은 꼼꼼하게 보는 편이잖아요.

정치는 그냥 직감으로 버튼 잘못 누르면 지구 멸망합니다.
그 어느 영역보다즉흥성보다는 전체를 봐야 하는 영역...

이 영역을 여성이 40% 정도 차지하자 아이슬랜드가 바뀌기 시작한 겁니다.
아마.. 1975년에 벌어진 여성 파업이란 아이디어가 급진 페미니즘 진영에서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레드 스타킹인가 그랬죠..

대한민국도 여성이 힘을 모아서 한번 여성 파업 했으면 좋겠습니다.
간단하잖아요.

2016-08-12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2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2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2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2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2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2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2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2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2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2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8-12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슬랜드로 가야겠네요. 이 나라는 유리벽이 너무 두꺼워서.

곰곰생각하는발 2016-08-12 18:36   좋아요 1 | URL
유리천장이 아니라 콘크리트 천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로그인 2016-08-2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자는 자신이 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남을 두려워하고 소인은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남을 믿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사람의 재능을 키워주지만 소인은 남을 눌러서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GIRLS DO NOT NEED A PRINCE !

 

 




 

 

 

 

                                                                                             일베의 미러링은 메갈이다(라고 그들은 주장하니 일단은 그렇다고 치자).  공식으로 표현하자면 < 일베 = 메갈 > 이다. 즉, 쌍놈이나 쌍년이나 똑같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엉터리다.

 

왜냐하면 일베의 미러링은 메갈이지만 메갈의 미러링이 일베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메갈은 일베의 여성 혐오에 반항하여 생긴 현상이지만 일베는 메갈의 남성 혐오에 반항하여 생긴 현상이 아니다. 정리를 하자면 일베는 원인이고 메갈은 원인에 따른 결과'다. 일베는 선 - 원인'이고 메갈은 후 - 결과인 셈이다. 그렇기에 둘 다 똑같다는 논리는 성립이 될 수 없다. 어떤 현상에 대하여 원인은 방치한 채 결과 한 덩어리만 도려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본질은 원인에 있다.  일베라는 암세포를 제거하면 메갈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메갈의 표현 수위가 높다면 메갈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메갈을 탄생하게 만든 일베를 비판해야 한다.

 

발본색원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 넥슨 게임에 참여한 여성 성우가 메갈리아에서 판매하는 티셔츠를 입었다고 해서 수많은 남성 유저들이 항의를 한 모양이다. 넥슨 측은 이 불만을 즉각 수용해서 여성 성우를 해고했다. 메갈 인증과 일베 인증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런 표현을 하면 불난 데 부채질하는 격이겠지만,   사실....... 일베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다.  다만, 일베에 가입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들은 표면적으로는 여성을 지지하며 일베를 비판하지만 따지고 보면 착한 일베에 지나지 않는다. 안철수가 착한 이명박이듯이 말이다. 한국 남성들이 스스로를 페미니즘을 옹호한다며 여성을 지지한다고 말은 하지만,

 

여기에는 선행 조건이 수행되어야 한다. 여자가 함부로 나대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러니까 한국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옹호하며 여성 인권을 존중한다고 했을 때,  그들이 보호하고 싶은 부류는 착한 여자이지 나쁜 여자'가 아니다.  이런 태도는 기만이다. 이와 비슷한 예는 리퀘스트 방송에서 적나라하게 표출된다. 방송 사회자와 패널은 방송에 소개되는 장애인의 후원을 부탁하는데 거의 대부분은 장애인이 착하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시청자의 눈물과 연민은 도와야 할 대상이 얼마만큼 착한지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도발적 질문 하나. 동일한 조건에 놓인 장애인이라고 했을 때 후원자는 (태도가) 착한 장애인과 (태도가) 나쁜 장애인 중 누구를 도와야 할까 ?

 

백이면 백, 착한 장애인을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태도는 옳지 않다. 빈곤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강도는 착한 장애인이든 나쁜 장애인이든 동일하기에 그렇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는 착한 장애인이든 나쁜 장애인이든 동일한 혜택이 주어지도록 노력하는 자세'다.  같은 이유로 한국 남성이 여성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그 범위를 착한 여성으로 한정하는 것은 착한 장애인에게만 복지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도덕적 잣대로 도움을 주어야 할 대상을 선별하는 태도, 어디서 많이 본 제스츄어가 아닐까 ? 그렇다, 지난 무상 급식 논란에서 새누리가 급식 대상을 가난한 가정의 자녀로 한정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당신이 여성 혐오 사회인 한국의 여성 차별에 깊이 공감하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착한 여자이든 나쁜 여자이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할 필요가 있다. 메갈이 사라져야 할 대상이라고 해도 그 표적을 메갈에 두면 안 된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제거해야 될 첫 번째 대상은 항상 원인'이다. 니체는 말했다. 현대인은 원인을 결과라고 생각하거나 결과를 원인으로 착각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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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2016-07-26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혀 공감이 안가는 글 입니다 메갈을 페미니즘으로 보니 이런 오류를 범하고 계신듯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6 16:10   좋아요 0 | URL
메갈을 페미니즘으로 보진 않습니다. 일베의 거울 이미지로 볼 뿐이죠. 하지만 남성의 여성 혐오에 대한 여성의 히스테릭이란 생각은 듭니다. 이 히스테릭은 일베의 여성 혐오와는 조금 다르죠. 히스테릭은 흥분 상태를 의미하지만 혐오는 대상에 대한 살의`죠. 이 둘을 동일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오류입니다..

마립간 2016-07-2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간 베스트`를 가져 온 원인은 무엇일까요?

착한 장애인와 나쁜 장애인이 동일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인 보수주의의 성향이죠. (이 성향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 빈곤과도 무관하게 ...)

마립간 2016-07-26 16:11   좋아요 0 | URL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8634

제 주장과 같은 신문기사가 있어 주소를 남깁니다.

남녀차별을 사회불평등으로 일반화하여 남녀차별을 덮으려는 남자의 음모로 비판받을 만한 기사이기는 합니다만.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6 16:12   좋아요 0 | URL
그동안 유지해온 남성성의 권위 해체에 있지 않을까요.
사실 그들의 일자리와 돈과 권위를 빼앗은 것은 1%인데 그것을 여성에게 돌리는 겁니다.
옛날에는 혈통이 계급을 만들어냈다면 지금은 기업이 계급을 만들어내죠.

마립간 2016-07-26 18:36   좋아요 0 | URL
곰곰발 님의 댓글로 이야기가 핵심으로 바로 들어간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주변 이야기부터 하면
다른 분과 비밀 댓글로 나눴지만, 저 역시 ‘메갈리안’은 원인이기보다 결과입니다. 그러나 ‘일간 베스트’가 남성성 권위 해체의 결과이자 ‘메갈리안’의 원인이듯, ‘메갈리안’ 역시 결과만이 아닌 원인으로 작동할 개연성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던 주변 이야기는
1)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의 곰곰발 님의 감상입니다. 이 책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 한국인이 ISIS에 가담했고, 강남역에서 여성 혐오 살인이 일어난 상황에서 사회의 적절한 대처는 무엇일까요?

핵심 야기로 들어가면,
남녀가 잘 하여 ‘문화-유전 공진화’를 이뤄낸다면, ‘남성성 권위’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사회, 즉 양성 평등 사회가 만들어 질 수도 있죠. (이론적으로)

그러나 사회 현상에서는 자신이 99%에 속하여 1%로부터 착취를 당하면서도 이 사회 구조를 지지하는 (남녀 불문하고) 사람이 많다는 것이죠.

페미니즘에 동조하는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곤 하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 우리가 지켜줄게. ; 여성들이 이런 생각을 가진 남자들을 얼마나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6 19:07   좋아요 1 | URL
가끔 마립간 님을 보면 소크라테스의 전략을 떠오르곤 합니다. 질문만 계속 던지는 방식 말이죠.
소크라테스의 전략 중 하나는 계속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그 질문에 답편해야 하는 사람은 계속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다 보면 모순이 직면하게 되죠.
그건 반칙입니다.


질문을 하나 던지고 나서 상대방에게 질문을 하나 받아야 합니다. 그게 공정한 게임이죠.
그렇기에 저는 마립간 님의 질문만 하는 소크라테스의 방식은 폭력적이라 생각합니다.

왜 항상 저에게 질문을 계속 던지시는 지 사실 이해가 안 갑니다.
그냥 마립간 님의 의견을 전시하는 게 더 효율적이란 생각을 합니다.
저는 마립간 님을 소크라테스로 생각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야 하는
제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항상 질문하는 자가 권위를 갖죠. 한국에서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답변이 궁해서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권위적인 질문의 태도에 반대하며 답변을 거부하겠습니다..

마립간 2016-07-27 02:32   좋아요 0 | URL
긴 댓글을 남길까, 짧은 댓글을 남길까 생각하다가 짧은 글로 남깁니다.

곰곰발 님이 제 질문에 꼭 답하셔야할 의무나 책임은 없습니다.

질문에 관한 한국적 상황을 극복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제 페이퍼에 질문 댓글을 남기실 때는 `한국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셔도 되고,

(곰곰발 님을 포함한 다른 알라디너들께 말씀드리면,) 한국적 상황을 악용하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제게 질문 댓글을 남기셔도 괜찮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7 09:17   좋아요 0 | URL
오, 제가 마립간 님 댓글을 좀 오독했습니다. 흔들리는 버스 안이어서 집중이... 안 됐습니다.
마립간 님이 저에게 주신 질문을 곰곰 생각한 후, 기회가 되면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흥미진진한 질문이십니다.

다락방 2016-07-26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 가는 글입니다. 페미니즘엔 동의하지만 메갈은 안돼~ 하며 빼애액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고요, 저는 이제 일베와 소라넷 하는 남자를 걸러야 했다면, 메갈 안돼! 하는 남자들과 메퇘지라는 표현을 쓰는 남자들을 걸러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어요. 오류 없는 글 잘 읽었습니다.

첨언하자면 제가 메갈을 하든 안하든 페미니스트일 수 있죠. `메갈은 페미니즘이 아니다` 역시 오류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6 16:23   좋아요 0 | URL
저도 페미니즘에는 동조하지만 메갈은 절대 안된다는 남성을 많이 보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동의가 안 되더군요. 페미니즘에 동조하는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곤 하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 우리가 지켜줄게. 나대지는 말아. 메갈처럼... 뭐, 이런 태도인 듯..

그렇군요. 메갈은 페미니즘은 아니다 역시 오류라는 지적 공감합니다..

cyrus 2016-07-26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네이버 댓글에 ‘페미니즘은 인정하는데, 메갈은 아니야’ 이런 식의 내용이 많아졌어요. 저는 이런 댓글이 페미니즘을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메갈리아에 반대한다고 해서 페미니즘을 제대로 안다고 볼 수가 없고, 페미니즘을 인정한다고 말하는 태도에서 맨스플레인이 느껴져요. 저는 이 말에서 마치 페미니즘을 잘 알고 있다는 의미의 표현처럼 들렸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6 17:06   좋아요 0 | URL
평가하는 자리를 자신들이 차지하려고 하는 거죠.
넌 착한 장애인으로 분류, 넌 착한 여자로 분류.. 고로 도와주겠어..

라는 자세에는 이미 그들과 자신을 평등한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거죠.
이런 이중적 태도는 참 많아요.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공정거래커피가 약자를 돕는다며 선뜻 사면서
정작 시장은 더럽고 불결하다고 꺼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게 과연 착한 소비인지... 제가 보기엔 교양의 과시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6-07-26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든 한도가 있습니다. 남자어린이를 두고 성추행하고, 넥슨어린이집앞에서 담배피고, 남자애들 13세 되면 어째 해줄게 라는 방식에서 페미니즘 논리는 증발되었습니다. 넥슨사애들을 두고 한남충의 애들이니 아무렇지 않다라는 발언에 이미 약자강자 문제가 아닙니다. 일베든 메갈이든 둘 다 틀린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6 19:17   좋아요 0 | URL
저는 그 극단적인 예를 메갈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은 모난 구석이 있거든요. 그런 병신 같은 년도 있죠. 그걸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0.0000000000000000000000001 %도 없습니다. 그 변방을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극단은 메갈의 극단적 부분이지만 일베의 극단은 사실 전체입니다. 그게 다른 거죠...

만화애니비평 2016-07-26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의 발단도 그런 극단적인 일을 벌인 사람이 법정소송에 걸려 지원하는 차원에서 판매하고 구입했습니다. 변방의 문제가 아니라 현시점의 문제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6 19:28   좋아요 0 | URL
메갈이 든 일베든 틀린 것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다. 둘 다 틀렸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둘 다 틀렸다면 결과보다는 원인을 들여다보라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상류의 똥물을 하류에서 강물로 흘려보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본질은 하류에서 거르지 못한 자의 잘못이 더 큽니까. 아니면 상류에서 똥을 보낸 자의 잘못이 더 큽니까. 똥물 방출이라는 점에서 일베든 넥슨이든 잘못이지만 우리가 관찰해야 될 대목은 그 상류가 아닐까요 ?

만화애니비평 2016-07-2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가분씨와 하지율 기자글이 생각납니다. 물론 그 시작점이 중요한건 사실이고 일베가 시작점인건 압니다. 하지만 일베는 한국남성의 대표가 아니라 오랜묵은 한국꼰대의 대표죠. 하지만 그걸 남성대 여성이 아니라 계급투쟁의 관점이어야 생각합니다. 일단 곰발님이 뭘 말하고픈지 대략 알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6 19:50   좋아요 1 | URL
네. 무슨 말인지는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전 일베가 한국 남성의 일반적인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일베를 경멸하는 것일 뿐. 한국 남성은 항상 한국 여성을 동등한 1인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단 여성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나서 여성 평등을 말하죠. 전 그게 불편한 겁니다. 담배 피는 년을 쌍년이라고 말하는 건 폭력입니다, 라고 그들이 말하는 것은 굉장히 쉽습니다. 하지만.... 담배 피는 년이 야, 시발... 남성 놈들아. 내가 담배 피는 거랑 네가 담배 피는 거랑 뭐가 다른데... 라고 말하는 것은 용납을 못합니다. 그 차이랄 까요. 전 둘 다 병신 같아서 둘 다 차이가 없습니다. 여자가 병신 같다면 남자는 더 병신 같습니다. 흡연은기호이지 이데올로기는 아니죠..


+

전 딴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전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행복한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젠 그럴만도 하지 않습니까. 강자를 경멸한다면 여성의 강자는 남성이라는 사실도 뼈아프게 생각해야 될 대목입니다. 무작정 남자가 불쌍하다고 말하는 위안은 불편합니다...

clavis 2016-07-27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뼈 아픕니다
이천년을 변방에서,쭈그리면서,아 여기가 내 자리지 이러고 살았으니까요

이 글
늘 그렇듯이
좋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7 09:17   좋아요 1 | URL
뼈아프다고 해서 전 진짜로 뼈가 부러지셨나..
그런 생각을 아주 잠깐... ^^

알케 2016-07-2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골발님 글을 늘 애독하는 독자로서 이번 글은 참 동감하기가....
적고 싶은 글은 많으나 이젠 논쟁이 싫은 나이라 줄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8 13:03   좋아요 0 | URL
늘 같은 견해와 해석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boooo 2016-07-28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가는 글입니다~ (며칠 전 읽었는데 이제야 댓글 남기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8 13: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며칠 전 읽었는데 이제야 댓글을 남기는 부님에 비해
저는 바로 답글을 남기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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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시는 장미의 결심이다 :




 


X가 A에게



 

                                                                                                     그러니까, 이 글은 6년 전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더운 여름이었다. 촛불의 열망은 꺼졌고 용산 망루는 전소되었다. 나는 한낮의 더위를 피해 지하철을 탔다. 딱히 목적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더위를 피하고 싶었으니까. 그뿐이었다. 자리에 앉으면 책부터 꺼내는 습관을 가지고 있던 터, 자리에 앉자마자 소설 책을 꺼내 읽었다.

읽다가 재미가 없으면 종로 어디 즈음에 내려서 광장시장에서 소주 한 잔 하리라 _ 그런 마음으로. 내 예상은 보기 좋기 빗나갔다. 종로를 지나쳤다, 전철은 어느새 녹천을 향하고 있었다. 처음 본 지명이었다. 소설은 내가 손편지를 즐겨 쓰던 시절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소설 속 그는 나에게 안부를 묻고 있었다. 한겨울 얼었던 수도가 낮 볕에 녹아 녹물을 쏟아내듯, 눈물이 신앙심 깊은 신도의 방언처런 갑자기 터졌다. 당황스러웠다. 얼른 눈물을 훔치고 책을 덮었다.  지난 일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책을 펼쳤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가볍게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고개를 드니 한 여자를 서 있었다. 맞은 편 좌석에 앉아 있던 여인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서 잠시 판단을 유보했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불리한 건 그녀였다. 그녀가 내게 말했다. " 책 제목을 좀..... 알 수 있을까요 ? " 한낮에, 그것도 지하철 안에서 우는 남자의 손에 들려 있는 책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순수한 호기심이 마음에 들어 책의 앞면을 보여주었다. 뒷면을 보여주는 것은 조롱을 의미하니까.   존 버거, A가 X에게.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제자리로 가려고 할 때 내가 서둘러 말했다. " 저.... 여기요 ! " 이번에는 침묵이 길어질수록 불리한 건 나였다. " 이 책 가지세요.  전 다 읽었습니다. " 그녀 또한 내 순수한 호의를 너그럽게 받아들였다. 사실...... 나는 그 책을 다 읽지 못했다. 내가 내린 역은 녹사평이었다. 이 책을 다시 읽기로 마음 먹은 때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이었다.

다시 읽으니 그때만큼 감정이 북받쳐 오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슬픈 소설이었다. 구글링을 통해 이 소설에 대한 리뷰를 찾아 읽던 중 흥미로운 글을 읽게 되었다. 글쓴이에게 동의를 구하고 여기에 남긴다.



 

"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책을 읽고 있었다.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 보느라 책을 읽는 모습을 보기 힘든데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노트를 꺼내 그 남자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눈치 채지 못하게 흘깃 보며 그림을 그리다가 그 남자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무슨 책이길래 저렇게 슬플까 ? 용기를 내 그에게 책 제목을 알고 싶다고 말하자 그는 자신이 읽던 책을 나에게 주었다. 존 버거의 A가 X에게 라는 제목의 서간체 소설이었다. 책을 얻게 된 경우만큼 독특하고 슬픈 소설이었다. 그 남자를 생각하며 나도 울었다. 한낮의 울음이라...... "

 



이 리뷰는 5년 전에 작성된 글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안양교도소 접견실에서 만났다.    그녀는 한국은행 5인조 엽총 떼강도 사건의 주범으로 2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그녀와 내가 마주보았다.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내가 존 버거의 << A가 X에게 >> 라는 책을 당신에게 주었다고 하자, 그녀는 토끼 눈이 되어서 나를 또렷이 바라보았다. " 아, 그때 그 지하철에서 펑펑 울던 남자 맞지요 ? " 인연이란 참....   나는 오늘도 안양 교도소에 수감 중인 그녀에게 손편지를 쓴다.  보내는 편지 속 내 이름은 샤비에르(Xavier)다.

그녀 이름은 아이다(A ida)이다. 소설 속 두 연인의 이름을 빌렸다. << A가 X에게 >> 로 연인이 된 우리는 소설에서처럼 옥중 서신을 왕래하는 처지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편지를 썼다. X가 A에게로 시작되는 편지를 말이다. 지난번에는 A가 X에게로 시작되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그녀가 나에게 보낸 편지였다. 

 

A가 X에게

안녕, 나의 사랑 샤비에르 ! 나는 당신을 만질 수 없음에 늘 슬퍼해요. 당신과의 뜨거운 밤을 늘 상상하고는 하다가 어느새 슬픔이 몰려오고는 해요. 나의 사랑, 나의 목숨 샤비에르. 당신을 접견실에서 처음 만난 후 결심을 했죠. 그때부터 숟가락으로 벽을 파기 시작했어요. 놀라지 마요. 어느새 안양천까지 동굴을 팠답니다. 8월 3일을 D데이로 잡고 있어요. 나와 주실 거죠 ? 단 하룻밤이라도 당신과 뒹굴고 싶어요. 내 촉촉한 동굴을 당신에게 활짝 보여주고 싶답니다. 얼마나 촉촉한지, 얼마나 깊은지에 대해서. 아, 아아. 샤비에르. 나의 사랑, 나의 목숨, 나의 운명. 부르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from  당신의 사랑  아이다




 

 


                                   

 

추신 ㅣ 이 리뷰는 이 책을 읽지 않고 작성한 글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그동안 존 버거가 나에게 선물한, 그 주옥같은 문장들을. 별 다섯은 그 신뢰에 대한 보답이다. 8월 3일 이후로 이 서재에 글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나는 아이다와 함께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고 있을 것이다.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와 레드가 그랬던 것처럼. 사랑을 위한, 이 위대한 엑소더스에 당신의 응원을 바란다. 그녀와 나는 현재 이건희 생가의 금고를 털 계획을 설계 중이다. 쉿,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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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숙 2016-07-2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6 10:33   좋아요 0 | URL

yureka01 2016-07-2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은행 5인조 엽총 떼강도사건의 주범.....우리나라 소설가들은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주제가 될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6 10:34   좋아요 1 | URL
언젠가는 털 생각입니다. 어느 놈은 그냥 100억 불로소득 챙기는데 총들고 10억 정도 훔친다고 감옥가는 건 좀 억울합니다.. 이건희생가 털어서 삼성 반도체 직업병 환자들에게 나눠주겠습니다.

시이소오 2016-07-2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이거 다 창작이시죠?
대단하십니당. 완전속았네용^^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6 11:00   좋아요 0 | URL
이웃분이 이와 비슷하게 써서 저도 써 봤습니다. 이 글에 나온 내용은 모두 사..

지금행복하자 2016-07-26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희 생가 금고를 털때 저도 끼워 주십시오;; 망 봐드릴께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6 16:19   좋아요 0 | URL
콜 ! 1종 운정면허 있으시죵 ? 운전하셔야 합니다. 지금행복 님까지 합류하시면 6인조 떼강도단으로 출발하겠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7-26 16:22   좋아요 0 | URL
당장 1종 대형으로 바꾸겠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6 16:33   좋아요 0 | URL
좋아요. 박살내러 갑시다... 탈탈 탈수기처럼 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마 !

수유리맨 2016-07-26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헉~~완전 진짜인줄알았어요.

근데 6년전이면 2010년이고 그때가 아마 남아공 월드컵쯔음이었던거 같은데..

˝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 보느라 책을 읽는 모습을 보기 힘든데~~˝

요부분에서 살짝 의심했어요^^

그때는 아직 스마트폰이 막 대중화대기 직전이었던때 였었거든요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6 16:3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가요 ? 제가 워낙 계산 없이 쓰는지라... 헛점이 많습니다..

stella.K 2016-07-26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 추신 넘 웃겨욧 빵 터짐!

사실 제가 지금 그렇게 한가한 타임이 아니거든요.
근데 곰발님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다가 댓글 남가고 가용

곰발님의 예전의 잊혀졌던 글발을 다시 보는군요.
곰발님 쵝오!! 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6 17:06   좋아요 0 | URL
날이 더워서 오랜만에 좀 웃자고 쓴 글입니다.
한가한 타임에 오셔서 웃으면서 더위를 날리시기를 바랍니다.
몰디브 한 잔 해야죠..

2016-07-26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6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6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6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7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6-07-26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은 충분히 그러셨을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7 09:18   좋아요 0 | URL
제가 은행강도할 거라 믿으시는군요 ? ㅎㅎ

2016-07-27 0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7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식은 패스트푸드다 !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김윤옥 씨가 개 돼지들1)이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김치 칵테일'을 만들었을 때,  먹는 음식 가지고 장난을 치는구나 _ 했다.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근미래에는 지구인들이 사진을 찍을 때 치즈 대신 김치 _ 라고 할 세상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다. 김치가 세계를 제패하는 날이 오면 가수 정광태의 유일한 메가 히트곡 << 라면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 이라는 노래 제목은 << 이 세상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 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재미로 미소를 지을까. 그런...... 날이 올까 ?

한식 세계화가 국격을 높이는 짓이라면 인도와 베트남은 카레와 쌀국수로 초강대국이 되었을 것이다. 한식과 관련된 전문가 집단이 늘상 하는 말은 " 한식은 웰빙 푸드이며 슬로우 푸드 " 라는 소리'다. 여기에는 한식 요리가 손이 많이 간다( = 정성이 담긴)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의심할 여지는 없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 사랑으로 만든 음식, 정성이 담긴 음식은 웰빙 푸드이며 슬로우 푸드라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이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랑과 정성이 많이 담긴 요리가 반드시 웰빙 푸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역설적이지만 채소나 과일을 갈아서 마시는 생과일 주스나 즙을 내서 먹는 액기스는 대표적인 패스트푸드'다.

하루야채 광고 따위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루야채 한 병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를 얻기 위해서는 야채를 산더미처럼 쌓고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산더미처럼 많은 분량을 날씬한 병으로 축소해 놓은 것이 하루야채라는 음료인 셈이다. 역설적이지만 하루야채 한 병으로 과식을 실천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것이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생과일 주스도 다르지 않다. 한 번의 " 드링킹 " 은 과일을 " 백 번 " 씹을 때와 동일한 것이니, 이 얼마나 패스트한 풍경인가 !   실제로 건강한 재료(로 만든 요리)라고 해서 맘 놓고 먹는 생과일 주스나 액기스'가 과잉 열량을 유발하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건강한 재료로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이 비만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반드시 등장해야 될 악당이 있다. " 햄버거, 너 나와 !! "  햄버거는 패스트푸드를 이야기할 때 인스턴트 식품인 라면과 함께 상징적인 음식이 되었다. 누군가는 패스트푸드가 열량은 높고 영양가는 없다는 점을 들어 정크푸드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즉석 주문 요리(=패스트푸드)란 손쉽게 만들어서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뜻한다. 이 정의가 맞다면 김밥도 패스트푸드'다. 이 정의에 대한 반론은 분명하다. 집에서 김밥을 만든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김밥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 햄버거를 위한 변명 " 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집에서 햄버거를 만든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햄버거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햄버거 패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기를 다져서 밑간을 해서 잠시 숙성을 시켜야 하고,  머스터드 소스도 만들어야 하며, 다양한 속 재료도 준비해야 한다. 집에서 김밥을 만드는 데 소요된 시간이나 집에서 햄버거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엇비슷하지 않을까. 햄버거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측면이 있다. 비만의 친구이자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욕은 다 먹었으니 말이다. 내 기준에 의하면 주문 즉시 음식이 나온다는 점에서 점심 시간에 직장인이 몰려 있는 번화가 식당에서 파는 모든 한식은 패스트푸드다. 앉자마자 음식이 나오고, 나온 음식은 " 패스트 " 하게 먹어치워야 한다.

 

프랑스 식 음식 문화를 흉내 낸다고 여유를 부리다가는 식당 주인으로부터 욕 먹기 좋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패스트푸드인가, 아닌가는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김밥이 좋은 음식이라면 햄버거도 좋은 음식이며, 한식이 웰빙이라면 양식도 웰빙이다.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점은 " 슬로우 푸드 " 를 " 패스트 " 하게 소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인은 천성이 < 빨리빨리 유전자 > 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빨리빨리 문화는 한국인의 DNA가 만든 현상이 아니다. 서울 토박이였던 내가 지방에 내려가 살면서 겪게 되는 곤경 가운데 하나는 < 걷는 속도 > 였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의 걷는 속도에 익숙하다 보니 옆사람과 보조를 맞출 수가 없는 것이다. 출근 시간에 느림보 걸음으로 수다를 떨며 걷는 모습은 나에게는 진풍경이었다. 반대로 느림보 걸음에 익숙해질 무렵 다시 서울로 상경했을 때는 서울 사람들의 총알 걸음에 보조를 맞출 수 없었다.  그때, 절실히 깨달은 것은 걷는 속도는 개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만든다는 점이었다. 국가가 패스트푸드를 불량식품 취급한다면, 국가야말로 패스트푸드의 주범이다. 왜냐하면 국가 시스템이 " 슬로우푸드를 패스트하게 소비할 수밖에 없도록 " 만들기 때문이다. 이제 노동자는 맘 놓고 점심을 즐길 시간이 없다.

 

어느 노동자는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서 연장 가방에 컵라면을 넣고 출근했다가 사고로 죽기도 했다.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은 대한민국이라는 컨베이어 밸트 속도를 쥐새끼처럼 야금야금 높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속도에 맞춰 뛰어야 한다. 노동자를 근로자라고 바득바득 우기는 것만 봐도 그렇다. 노동과 근로는 같은 말이 아니다. 노동은 < 일하다 > 에 방점이 찍힌 단어이고 근로는 < 땀이 나도록 열심히 일하다 > 에 방점이 찍힌 단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은 슬로우 푸드를 패스트하게 섭취한다. 슬픈 풍경이다.

 

이처럼 패스트푸드의 주범은 햄버거도 아니고 김밥도 아니다. 10분이면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를 대표하는 컵라면마저 먹을 시간이 없는 사회2)를 만든 것은 누구일까 ?  대한민국이야말로 모든 음식을 패스트푸드로 만드는 주범이다 ■


​                                                

 

 

※ 각주 1,2 가 길어서 하나로 통합

 

                                                                                                                                                                       나향욱 교육 정책 기획관이 " 민중은 개 돼지...... " 라며 대한민국은 신분 사회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모양이다.  사람들은 원래 교육의 목적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향욱이라는 사람이 교육 정책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지만, 나는 그가 교육 정책 기획관이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했다고 생각한다.  푸코는 << 감시와 처벌 >> 에서 교육은 지배 계급이 피지배 계급을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반 일리히는 << 학교 없는 사회 >> 에서 학교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공고히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역설한다.  이제 서울대라는 브랜드는 기회의 평등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 대다수가 서울대 출신 때문에 기회를 박탈당하는 기호로 작용한다.  서울대는 현대판 음서제'다. 자크 랑시에르는 << 무지한 스승 >> 에서 < 자코토의 실험 > 을 예로 들어 학생은 설명하는 스승 없이도 스스로  배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학은 오히려 " 아는 게 그것밖에는 없는 인간 " 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이다.  경제학을 배운 인간은 경제에 대한 지식만 쌓고, 간호학을 배운 인간은 간호에 대한 지식만 얻게 된다. 대학이 본래 지식을 확장하고자 하는 장치라고 한다면,  현대 교육은 완벽하게 실패한 것이다.  확장은커녕 축소되기 때문이다.  대학에 올인하는 교육 정책은 인간을 똑똑한 바보로 만든다. 똑똑한 바보라는 표현은 자크 랑시에르가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나향욱이라는 인간의 탄생은 아는 게 그것밖에는 없는 인간을 찍어내는 엘리트 교육 정책이 낳은 참사'다. 개, 돼지 발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 (구의역 사고로 사망한 청년에 대해) 어떻게 내 자식처럼 생각되나.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 라고 말하는 대목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나향욱의 자식이 걱정된다. 비록 당신이 위선이라며 핏대를 세울지라도 말이다. 배울 만큼 배운 그가 정작 교육 기관에서 배우지 못한 것은 측은지심'이다. 그의 잘못은 아니다. 한국 식 교육은 측은지심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가 인간을 짐승으로 비유했으니 어느 짐승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을까 한다. 실험실 원숭이에 대한 이야기다. 바나나가 있다. 맛있는 바나나다. 실험실 원숭이가 바나나를 짚으면 옆 칸의 원숭이가 전기 충격을 받고 고통스러워 한다. <<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 >> 에서 실험 대상자를 인간 대신 원숭이로 대체한 것이다. 그 원숭이는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  원숭이는 15일 동안 굶었다.  15일 동안의 측은지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측은지심이 없는 인간으로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측은지심을 간직한 짐승으로 사는 게 웰빙이란 생각이 든다. 민중이 측은지심을 간직한 짐승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그에게 감사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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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車書 2016-07-1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달았는데 없어져 버려 다시…
블랙 코메디 한 편 보았다고 생각해야 하겠군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 교육이 측은지심을 가르치지 않음을 알지만 같은 교육을 받은 99%은 어떻게 측은지심을 발현하는 것일까요. 사람 됨됨이가 배우지 않아도 깨치는 능력이 함양되고 서서히 개인차를 만든다고 봐야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2 09:37   좋아요 1 | URL
저 인간은 그냥 소시오패스죠.. 아니 스무살 청년이 일에 쫓겨서 죽은 사건을 두고 내 자식처럼 슬퍼하는 건 위선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타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소시오패스죠..

五車書 2016-07-12 09:39   좋아요 0 | URL
토요일에 기사를 보고 댓글에 남겼지만, 저 역시 공감하는 바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2 09:46   좋아요 1 | URL
제가 독재자라면 민중을 ˝ 발등에 떨어진 불 - 상태 ˝ 로 만들겠습니다.
생각할 틈을 안 주는 거죠. 학생에게는 공부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을 안 주고,
졸업생에게는 취업 준비를 위해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을 안 주고,
비정규직은 콧등에 땀이 맺힐 때까지 일해야 하니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을 안 주고...
이게 모이면 정치적 무관심을 만들어냅니다. 그들이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독재자의 적은 민중이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五車書 2016-07-12 09:55   좋아요 0 | URL
앗! 대한민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를 말씀해주시는군요.

yureka01 2016-07-12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육자중에 조련사인지 교육자인지 분간 못하는 경우..사육인지 교육인지 구분 안되는 경우....아닐까요...ㄷㄷㄷ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2 09:52   좋아요 1 | URL
비서울대는 서울대 때문에 차별을 받습니다. 모든 주요 관직은 모두 서울대가 장악했으니 말입니다. 이제 교육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역설이죠. 교육이 바로 서야 되는 것은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랑시에르가 말하는 평등한 교육법이라고나 할까요.

팔루스의 기표 2016-07-1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몇년전에 이책 읽었지만 곰곰발님같은 생각못했는데...멋지십니다 썰전에 출연해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2 10:17   좋아요 0 | URL
썰전에서 불러준다면 무조건 달려가겠습니다..

2016-07-12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12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7-12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측은지심이 없는 인간으로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측은지심을 간직한 짐승으로 사는 게 웰빙!
멋진 말이군요!
곰발님을 썰전으로!!!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7-12 13:47   좋아요 0 | URL
말만 하지 마시고 썰전 제작진에게 제보를 ㅂ부탁ㄹ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