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표현된 불만
1. 서랍에 지우개를 넣어 두었다 : 미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 잘 표현된 칭찬 > 보다 < 잘 표현된 불만 > 이 상위 개념이다. < 잘 표현된 칭찬 > 은 개나 소나 표현할 수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한다 하지만, 칭찬을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 믿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다( 칭찬의 최대치'는 칭송이다. " 꽃 중의 꽃 근혜 님 꽃 " 이라는 표현이 칭송'이다. 이런 칭찬은 맹목적 광신도'가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다. 여기서 맹목은 눈이 멀었다는 뜻이다). < 칭찬 > 은 상대의 공격성(혹은 경계성)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이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 이 세상에 조건 없는 칭찬은 없다. 무뚝뚝한 사기꾼을 본 적 없다. 사기꾼'이 하는 말은 언제나 달콤하다. 반면 잘 표현된 불만'은 고급 기술이다.
좋은 예'가 안철수를 서랍에 비유한 표현이다.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이 서랍은 개성이 있다. 당신은 지우개가 필요하다. 서랍 속에 지우개가 있다. 서랍을 연다. 그런데 열리기는 열리되 서랍 속 잡동사니에 걸려서 1/4 만 열린다. 처음에는 열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한다.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고, 아무리 고집이 센 서랍이라 해도 몇 번 열었다 닫았다 하면 열릴 것이라는 믿음. 하지만 이 서랍은 열릴 줄 모른다. 어랏 ?! 하는 수 없이 1/4만 열린 서랍 아가리 속에 손을 욱여넣어 지우개를 꺼내려다가 그만 핀셋에 찔리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우, 고통은 이성을 마비시키는 힘이 있지. " 아, 서랍(혈압) 오르네 ! " 그리고는 느닷없이 서랍을 " 뿌사 " 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참다 참다, 결국에는 참치가 된 당신은 있는 힘껏 서랍을 당긴다. 탁, 서랍 속에 걸렸던 플라스틱 자'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항복 선언을 한다. 문제는 서랍 속에 지우개가 없다는 점이다. 황당한 상황과 허망한 마음. 안철수는 바로 이 서랍을 닮았다. 그는 < 속 > 을 내보이지 않는다. 그는 의뭉과 음흉 사이에 위치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어떤 < 속 > 을 가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막연히 그래도 서랍 속에 " 지우개 " 는 있으리라 추측한다. 무릎팍을 보며 무릎 탁, 쳤던 사람들은 안철수가 정치에 입문한 이후의 행보를 보며 실망을 했다. 이 실망이 거듭될 수록 그가 품은 < 속 > 이 궁금해졌다. 서랍이 속을 보여주지 않으면 강제로 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철수라는 이름을 가진 서랍은 고집이 세다.
사람들은 열리다 만 서랍을 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서랍이 아무리 속 썩이더라도 < 낡 > , < 은 > , < 정 > , < 치 > 라는 네 글자'를 지울 지우개 하나쯤은 남아 있으리라. 당신은 서랍을 거칠게 열어 보기도 하고, 어루고 달래기도 한다. 우쭈쭈 우쭈쭈 ~ 하지만 열릴 기미가 없다. 성질이 급한 사람은 손을 넣어 지우개를 꺼내려고도 한다. 서랍의 최후는 위에 나열한 것과 같다. 지우개는 없다. 부서진 플라스틱 자'가 12월의 엿처럼 똑 부러져 있을 뿐이다. 이럴 땐 늘상 하는 소리. 엿 같네, 시바 !
2. 인간은 항상 참된 행동만 한다 : 평소에는 책을 읽지 않더라도 이상하게 화장실 변기에 앉는 순간, 책을 읽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생긴다. 괄약근에 힘을 주는 순간 독서에 대한 강렬한 " needs " 를 느끼는 것이다. 뭐지, 괄약근과 책은 서로 연결된 것인가 ?! 나는 주로 화장실에서 짧은 글이 수록된 칼럼 모음집을 읽거나 에세이'를 읽었다.
< 똥 싸고 자빠지고 있을 시간 > 과 < 짧은 글을 읽을 때 소요되는 시간 > 의 씽크로율을 계산한 결과였다. 문제는 똥 싸는 시간에 맞춰 책을 읽어야 하는데, 책 읽을 시간에 맞춰 똥을 조절한다는 데 있다. 항문이 몸통을 흔드는 격. 결국 화장실에서 책을 읽는 습관은 치질을 낳았다. 치욕이었다. 대장항문과 여자 의사가 내 항문에 손가락을 넣으며 말했다. " 국화무늬네요, 호호. 이런 말씀...... 조심스럽지만, 항문이 아깝네요. 왜.... 있잖아요. 뻐드렁니를 가진 못생긴 남자가 천사의 목소리'를 가진 경우. " 나는 항의의 표시로 괄약근에 힘을 주어 의사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치욕을 경험하고 나자, 나는 화장실에서 오랫동안 책을 읽는 습관을 고치기로 마음 먹었지만 오랜 습벽을 고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화장실에 " 국어사전 " 을 배치하는 일이었다. 사전'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다가 일을 마치면 간단하게 사전을 덮으면 된다.
계속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바로 < 사전 > 이 가지고 있는 장점 아닌가. 사전을 계속 읽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리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오늘도 화장실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전을 펼쳤는데 < 거짓 > 이라는 단어가 보였다. 그 아래에는 < 거짓말 > 이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 거짓말 > 이라는 단어는 있을 수 있지만 < 거짓 > 이라는 단어는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는 거짓 행위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거짓 (행위) " 가 아니라 " 거짓(말) " 이 있을 뿐이다. < 행위 > 가 거짓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 행위를 거짓으로 만드는 것을 < 말 > 이다. 어떤 행위에 대하여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거짓이 발생하는 것이지, 행위 자체가 거짓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내가 내린 결론 : 말(언어)이란 대체로 진실을 증명하는 도구이기보다는 거짓을 만드는 도구에 가깝다. 참된 행동을 거짓으로 만드는 것은 거짓말이다. 인간은 항상 참된 행동만 한다 ! 이 결론 앞에서 나는 소쩍새처럼 당황했다. 엿 같네, 시바.
현실 속에서 거짓을 만드는 것은 말(파롤)입니다. 말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도입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 또한 도입할 수 있습니다. 말 이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것입니다. 아마 모든 것이 이미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존재하는 것 ㅡ 진실이나 허위인 것, 달리 말해 존재하는 것 ㅡ 과 존재하지 않는 것은 오로지 말을 통해서만 있게 됩니다. 실재적인 것에 진리가 박히는 것은 말의 차원에서[가능한 것]입니다. 말(파롤) 이전에는 진리도 허위도 없습니다. 말과 함께 진리도 도입되고, 거짓 또한 도입됩니다.
- 야전과 영원 68쪽, 라캉의 말 인용
덧대기
< 불만 > 에도 품격이 있다. 비주류인 주승용'이 최고위원을 사태하며 남긴 말은 잘 표현된 불만과 좆같은 불만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 야당에 악마(문재인)이 산다 ! " 다음은 그의 정치 인생이다. 당뇨가 있으신 듯, 당이 필요할 때마다 탈당을 밥 먹듯이 하신.......
1995. 전남도의원에서 탈락, 민주당 탈당
1996. 여천군수 보궐선거에서 공천 탈락, 새정치국민회의 탈당
1998. 여수시장 선거 경선 불복, 새정치국민회의 탈당
2002. 정몽준 국민통합 21 입당, 탈당
2007. 열린우리당 탈당
2007. 중도통합민주당 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