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중심지로 순례를 떠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아이가 있는 부모들과 연인들이다.
그래서 시간이 서 있는 곳에 가면 부모가 아이를 끌어 안은 채 절대로 놓아주지 않고 가만히 있는 광경을 보게 된다. 푸른 눈에 금발이 아름다운 어린 딸은 얼굴에 띤 그 미소를 거둘 줄 모르고, 발그레한 볼 빛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주름살이 생기거나 기운이 빠지지 않을 것이고, 다치는 일도 절대로 없을 것이며, 부모가 가르쳐준 것들을 잊어버리는 일이 절대로 없을 것이고, 부모가 모르는 생각을 하는 법이 없을 것이며, 악을 전혀 모를 것이고, 부모에게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며, 바다가 보이는 그 방을 절대로 나서지 않을 것이고, 부모에게서 손을 떼는 일이 절대로 없이 지금 그대로 있을 것이다.
또 시간이 가만히 서 있는 곳에 가면 건물 그늘에서 연인들이 끌어안은 채 입맞춤을 하면서 절대로 놓아주지 않고 가만히 있는 광경을 보게 된다. 사랑하는 남자는 지금 팔을 걸치고 있는 그 자리에서 팔을 절대로 떼지 않을 것이고, 추억이 담긴 팔찌를 절대로 되돌려주지 않을 것이며, 연인을 두고 멀리 여행을 떠나는 일이 절대로 없을 것이고, 스스로를 희생하여 위험에 빠지는 일이 전혀 없을 것이며, 사랑을 보여 주지 못하는 일이 절대로 없을 것이고, 질투하는 법이 없을 것이며, 다른 사람과는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이고, 시간 속에서 지금 이 순간 지니고 있는 정열을 절대로 잃지 않을 것이다.
-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