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제 인생(!)에 퍼버벅~ 다가왔던 몇몇 기억들을 적어봤습니다.


어릴 적
TV와 소년중앙과 클로버문고를 통해서 많은 만화와 만나다.
정영숙, 황수진이라는 이름과...
유리의 성, 바벨2세, 꺼벙이, 고인돌 탐험대, 땅콩 찐콩, 맹꽁이 서당, 신판 보물섬, 도깨비 감투랑 우주소년 아톰, 황금박쥐, 타이거 마스크, 요괴 인간, 밀림의 왕자 레오, 요술공주 새리, 사이보그 009...

1979 (초6)
국가적 사건이 일어난 여파로 제대로 수업을 안 하던 10월 27일, 친구가 들고온 <캔디 캔디>와 만나다. 첫 눈에 백기 선언~
그 이후로 만화책 사기, 그림 베끼기, 엽서 모으기 등등 지금과 별로 다를 바 없는 폭주 시작.
<베르사이유의 장미>에 빠져서 첫사랑은 오스칼이라고 선언...

1980 (중1)
<올훼스의 창>을 반 전체에 감염시키고 <백조>를 만나면서 발레에도 푹 빠지다.
중학 3년 내내 이 네 종류의 만화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하다.
그 외에 <롯데롯데> <유리가면> <아사와 레도왕자> 정도.

1983 (고1)
엄청난 만화광 친구를 만나서 만화가게에 출근부를 찍다.
만화가게 데뷔(?) 첫날, 황미나의 <안녕, Mr.Black>을 보다.
이후로 황미나에 빠져서 울고 웃다.
스와니와 아트레이유와 아스튜리아스와 쥬델과 베르젠느와 영과...
또 김동화와 한승원. 샘이와 봄이와...

1985 (고3)
학력고사 끝난 다음날, 학교에서 오는 길에 거의 1년만에 만화가게에 들르다.
사람 별로 없는 만화가게에서 신일숙의 <사랑의 아테네>를 읽고는 웃다가 기절 직전에 이르다.

1986 (대1)
대학 4년 내내 학교 앞의 여성전용 만화방을 애용하다.
동생이 매달 사오던 <르네상스>에서 많은 국내작가들과 친숙해지다. 김진, 이은혜, 이정애, 김혜린, 신일숙...

이후 직장에 다니던 5년간(1990-94)은 만화암흑시기.. --;;;

1994 (27)
출산휴가를 내고 동네 책대여점에 들렸다가 예전 <백조>가 새로 탈바꿈(?)한 <환상의 프리마돈나>를 발견하다.
예정일 1주일 전 휴가를 냈는데 제날짜에서 2주가 넘도록 나올 생각을 안 했던 아이 덕분에 그동안 못봤던 만화를 원없이 보다.
... 나중에 애가 8개월쯤 됐을 때 안고 책 빌리러 갔더니 대여점 아줌마 왈 "얘가 그때 그 애예요?"

1999 (32)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이 많아지면서 또다시 만화사랑이 계속 됐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원래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게 무지 느린 인간...) 신세대 만화가 & 일본 만화에는 손이 안 감.
그.러.다.가...
8월에 천계영의 <오디션>에 뻑~~~
11월에 와타세 유 <환상게임>에 뻐벅~~~
인터넷의 유용함을 새삼 뼛 속 깊이 느끼다.

이후로 지금 이 시간까지 "하루라도 만화를 보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히는" 생활 중... 

 

2000/05/23 
모 동호회 만화소모임 가입인사  

 

10년도 더 지난 지금은 '하루라도 만화를 보지 않으면' 안 되진 않지만 
여전히 만화를 즐기며 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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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동안 열어만 놓고 지냈던 알라딘 서재에 
이제 글을 하나씩 채워 볼까 합니다. 

우선 예전에 썼던 책 이야기를 들고 오려고요.
오래된 글은 10년도 넘었으니
마이리뷰로 넣긴 그렇고  
페이퍼로 쓰면 될까 모르겠습니다.
(사실 리뷰와 페이퍼의 차이를 아직 똑똑히 모르겠어요...;) 

아직은 드나드시는 분 거의 없을 이 집에
언젠가는 손님들이 조금씩 와 주시기를 기다려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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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천 개의 공감》은 한겨레신문에 2005년 5월부터 만 1년 동안 연재됐던 칼럼 ‘형경과 미라에게’ 중에서 소설가 김형경 님의 상담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정신분석학과 심리학 관련 책을 읽어 왔고 2년에 걸쳐 정신분석을 받으며 자기 자신을 치유했던 경험을 앞서 나온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과 여행에세이 《사람풍경》에서 풀어냈다. 여행지에서 겪은 일을 통해 우리가 맞닥뜨리는 다양한 감정을 파헤친《사람풍경》이 조금은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을 주는 교과서와 같다면 《천 개의 공감》은 예제를 들어 하나하나 설명한 쉬운 해설서라 하겠다.

책은 크게 ‘자기 알기’, ‘가족 관계’, ‘성과 사랑’, ‘관계 맺기’ 네 부분으로 나뉜다. 우리의 마음은 빙산과 비슷하다. 겉으로 나타나는 감정이나 행동은 사소할지 몰라도 그 내면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이, 그것도 여럿 숨어 있다.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 아니 사랑해야 한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했던 - 사람들인 부모, 형제, 배우자, 아이와 부딪히며 상처 입고 상처 주며 힘들었던 사람들은 이제껏 고민하고 숨겨왔던 일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서 먼저 위안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차분한 안내에 따라 지금까지 모르고 살아 왔던 자기의 내면을 조금씩 들여다보게 된다. 결국 긴 마음 여행 끝에 우리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36쪽)는 결론에 다다른다.

사실 좋은 점을 먼저 얘기했지만 이 책이 그리 편안한 책은 아니다. 읽는 동안 한 마디로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워도 이 대목 저 대목에서 어쩐지 껄끄러운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작은 문젯거리를 해결하고 싶을 뿐인데 그런 나의 내면에 분노, 우울, 불안, 무기력이 숨어 있다니! 게다가 연거푸 나오는 투사니 동일시니 나르시시즘이니 에로스니 하는 용어가 어렵기도 하거니와, 모든 문제에 프로이트 이론을 기계적으로 갖다 붙이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 법하다. 성인이 되어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가 어린 시절에 부모, 특히 어머니와 제대로 애착 관계를 맺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는 진단도 읽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점 중 하나다. 실제로 내가 아는 많은 이들도 이 책을 읽고 난 후 “무의식 속에 묻어둔 기억을 다 파헤치는 것이 좋은 일일까.” “이제 와 부모를 원망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라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천 개의 공감》을 마음의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종종 권한다. 내가 만약 미술 치료를 받은 경험이 없었다면 나 또한 마음을 들쑤시는 듯한 이 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터이다. 별 것 아닌 문제를 괜히 크게 떠벌이는 느낌이 들거나 내 얘기 같으면서도 부인하고 싶어지는 바로 그 대목이 ‘나’를 만나러 떠나는 출발점이라는 것을 내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알기 때문에 이 책에 신뢰가 간다.

이미 자기치유의 여정에 나선 이들에게는 때때로 들춰보며 힘을 북돋우는 책으로, 직접 상담을 받을 여력이 없거나 이쪽 분야의 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괜찮은 길잡이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경우이든 책 한 권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거나 받아들일 생각도 없이 무조건 비난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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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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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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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라는 만화를 처음 본 것은 작년이었다. 자주 가는 사이트에서 어떤 분이 6월 민주항쟁을 다룬 만화가 있다며 주소를 올렸다.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단행본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얼른 샀는데 작가 이름이 눈에 익다. 아기공룡 둘리를 충격적으로(!) 패러디한 작품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에 이어 《습지생태보고서》, 《대한민국 원주민》으로 한창 주목받는 만화가 최규석 님이 이 만화의 작가였구나.

다시 봐도 여전히 가슴 속에 묵직한 느낌을 남기는 작품이다. 손으로 슥슥 그린 듯이 연필선이 살아 있는 그림에 흑백 명암을 넣은, 사실적이고도 약간은 투박한 그림체가 가볍지 않은 이야기에 잘 어울린다.

<100℃>는 시골 출신 대학생 영호를 주인공을 하여 이야기를 펼치지만 영호의 이야기라기보다 그 시대에 살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도 방관을 해도 편치 않은 학생, 대학생이 된 자식이 데모에 끼어들까봐 노심초사하는 부모, 자식의 구속이 계기가 되어 민가협 어머니로 변신하는 평범한 시골 아주머니, 노조를 만들었다가 회사에 발각되어 두드려 맞는 여공, 날마다 피어오르는 최루탄 연기에 지겹다 푸념하는 노점상. 게다가 친구가 숨은 곳을 대라며 물고문 당하다가 숨진 영호의 선배, 시위대에 직접 발사한 최루탄을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진 학생, 성고문 사건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벌어지는 공방전……. 나와 비슷한 세대라면 너무나도 익숙하게 느껴질 풍경이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사건들이다. 내가 이런 시대를 지나왔구나 생각하니 새삼 머리가 어지럽다.

이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피땀 흘린 결과로 ‘백지 한 장’을 얻는 대목에서 <100℃>는 끝난다. 내내 울컥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읽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20년 전에 그렇게 애써서 민주주의를 이뤘는데 지금은 왜 또다시 이 모양 이 꼴인데?”하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그렇다면 이번에 단행본이 나오면서 추가된 <그래서 어쩌자고?>를 펴자.

<그래서 어쩌자고?>는 ‘본격 민주주의 학습만화’라는 다소 거창한 부제를 달았는데, 학습만화라는 말에 시큰둥했던 것이 미안하리만큼 재미있다. 나도 모르게 푸핫핫 웃음을 터뜨리다가 다음 대목에서는 맞아 맞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정의감에 가득 찬 촛불소녀 촛농이와 “그래서 어쩌자고? 세상 걱정 할 시간에 자기 앞가림이나 잘 해.”라며 빈정대는 녹용 씨(왜 녹용 씨인지는 보면 안다)가 강사와 질문을 주고받으며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렵지 않게 전해 준다.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보면 불을 얼마나 더 때야 할지, 언제쯤 끓을지 알 수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지금 몇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 하는지.
 그래서 불을 때다가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 거야 하며 포기를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92쪽)


이 책을 읽으며 그저 지나간 옛일로 치부해 버릴 수 없었던 것은 요즘 우리가 처한 상황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일을 보면 지금이 과연 2009년이 맞나 싶다. 정녕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해야만 할까.

과연 우리는 지금 몇 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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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카데미 입문반 서평과제
 

내가 바라는 아이가 아닌, 아이들의 진짜 모습을 알지 못하고 어찌 부모가 될 수 있을까.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이훈구 지음 / 이야기(자음과모음) / 2001년 7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02년 02월 13일에 저장
절판
미안하다는 그 말이 정말 왜 그리 어려운 걸까.
믿는만큼 자라는 아이들
박혜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6년 11월
7,500원 → 6,750원(10%할인) / 마일리지 370원(5% 적립)
2002년 02월 13일에 저장
절판

아이는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라는' 것이라는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반쪽이네 딸 학교에 가다
최정현 글.그림 / 김영사 / 1998년 10월
5,900원 → 5,310원(10%할인) / 마일리지 290원(5% 적립)
2002년 02월 13일에 저장
품절
좋은 부모는 '헐렁한' 부모가 아닐까.
새로 쓰는 청소년 이야기 1
또하나의문화 편집부 / 또하나의문화 / 1997년 5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2년 02월 13일에 저장

"예전에는"이란 말로 눈을 가리지 말자. 세월은 흘렀고 아이들도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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