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 이야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버지니아 리 버튼 지음,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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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재미있는 책이 있는가하면, 그림만 괜찮은 책이 있다. 물론 둘 모두 좋은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글과 그림이 모두 좋은 책 중에서도 재미를 새록새록 주는 책을 가끔 만나는데 <작은 집 이야기>가 그랬다. 서점에 세 번이나 들른 끝에 겨우 이 책을 구할 수가 있었는데, 애를 쓴 것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만큼 재미있었다.

시골 마을의 사계절 장면을 지나면 점차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이 망가지고 도시가 들어서는 장면이 나오는데, 점점 매연으로 하늘이 뒤덮이고 회색빛 건물과 길, 사람들로 가득찬 그림에서는 저절로 작은 집의 심정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 이 책을 읽어줬을 때 여섯살난 아이는 작은 집이 망가지고 건물과 도로에 짓눌리는 장면에서 불쌍하다며 눈물을 흘려서 나를 놀라게 했다.

책 전체에 걸쳐서 S자로 뻗어있는 길 그림과 그와 비슷한 모양을 이루고 있는 글 모양에서 생생한 속도감을 느낄 수가 있는데 예전에 얼핏 넘겨보았던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와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을 보면서 숨은 그림찾기 하듯 쬐끄만 그림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이다. 글보다 훨씬 많은 볼거리를 담은 그림은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녹색이 없어지고 콘크리트 건물이 들어차는 서울(다른 곳도 비슷하지만)의 모습이 생각나서 책 내용이 더 가깝게 느껴진 것도 같다.
 

199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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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문학> 과제
 
자장자장 엄마 품에
임동권 글, 류재수 그림 / 한림출판사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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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린 아이들에게 읽어줄만한 그림책을 꼽을 때 빠지지 않고 집어넣는 책이 바로 <자장자장 엄마 품에>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전해져 내려오는 자장노래를 모아서 류재수님이 그림을 그린 책이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강렬한 색상과 유화물감을 여러번 덧발라 만든 것 같은 재질, 붓자국 등이 엉켜서 이루는 화면이 정신없게 느껴졌고, 글이 첫 눈에 잘 들어오질 않았다.

그런데 아이에게 여러번 읽어주다보니 강렬한 그림이 오히려 아이에겐 눈에 확 띈다는 것을 알았다. 또 엄마와 아기, 잠자는 여러 동물들, 울타리 안의 초가집 등의 그림이 자장노래의 분위기에 잘 맞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4.4조로 이루어진 노래들은 흥얼흥얼 읽다보면 한번도 이런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음에도 가락을 붙여서 읽게 된다.

우리나라 그림책만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책으로 꼽고 싶다.
 

199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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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문학> 과제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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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은 첫 눈에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자신감이 가득 찬 얼굴로 옆을 보고 있는 수탉의 표지그림부터 그 이전에 나왔던 우리나라 그림책과는 다른 맛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인생과 가족의 의미를 한번쯤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어서 어른들이라면 모르지만 과연 아이들도 이 책을 좋아할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이 책을 대하는 아이들은 화려한 그림에 반하는 듯 하다.

사실 나는 <세상에서...>의 글(이호백)보다는 그림(이억배)에 훨씬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힘'으로 세상에서 1인자가 된다는 내용이나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을 젊은 암탉들이 졸졸 따라다닌다는 표현은 가부장주의적인 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어서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사야하나 말아야하나를 고민하게 했다. 또 아들 딸 손주가 잘 자랐으니 지금도 세상에서 제일 힘센 -물론 행복할 수는 있지만- 수탉이라는 대목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이 책의 줄거리가 마치 IMF 이후에 직장에서 밀려난 우리 사회의 아버지들 이야기 같다며 매우 마음에 들어하기도 하지만, 내게는 반대로 여기저기서 들고 일어난 '아버지/남자 기 살리기' 캠페인 같은 느낌이 들어서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글에서 이처럼 상반되는 두 가지 생각(가족사랑 대 가부장주의)이 드는 반면 이억배님의 그림에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우리나라 단청이나 민화의 느낌이 짙게 풍기는 색채나 힘과 멋을 풍기는- 특히 닭벼슬이나 꼬리털을 볼 때 느껴지는 - 수탉의 그림은 글 없이 그림만 봐도 흡족하다. 또, 수평아리가 친구들과 싸움을 하는 장면이나 수탉의 손주들이 말타기를 하는 장면, 기차놀이를 하는 장면은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수탉이 술꾼이 되어 곤드레만드레 하는 장면이나 마지막의 환갑장치 장면에서는 줄거리와 관계없이 구석구석을 찾아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이런 재미는 이후 작품인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이억배님 특유의 유머감각이랄까?

이 책에서 또 한 가지 특기할만한 것은 대부분의 그림책에 쓰이는 하드커버 제본이 아니라 소프트커버 제본이라는 점이다. 사실 어른들은 책을 사 줄 때 오랫동안 보았으면 하는 생각에 하드커버 제본을 선호하는 편이지만(나 또한 예외가 아님), 우리 아이부터가 가볍고 펼치기 쉬운 이 책을 훨씬 좋아한다.

어쨌든 <세상에서...>는 '정성스럽게 만든 우리 그림책'이라는 말에 부끄럽지 않은, 멋진 그림책이다.


199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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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문학> 과제
 
괴물들이 사는 나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6
모리스 샌닥 지음,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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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아이들 이야기라 하면 귀엽고 예쁜 존재로만 그리는 책이 많지만, 엄마들이라면 다 느끼는 것처럼 살아있는 아이들은 절대 예쁘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떼쓰고 고집피우고 반항하고... 이 책의 주인공 맥스도 그런 아이들 중의 하나이다. 엄마에게 대들다 방에 갇힌 맥스는 꽉 막힌 자기 방을 벗어나서 무서운 괴물들(마음 속에 있는 나쁜 생각들의 상징일까?)과 함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즐겁게 지내지만 곧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그리워져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1963년에 출간되었을 당시, 미국의 교육학, 어린이 문학, 어린이 심리학의 권위자들은 괴상망측한 괴물들과 말 안 듣는 아이가 나오는 이 책이 예쁘고 귀여운 어린이 세계를 모반했다며 신랄한 비난을 퍼부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행동을 하는 맥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누구보다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데서 이 책의 진실성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현실 세계와 환상 세계를 그림의 구성으로 교묘하게 나누어 표현하고 있다. 맥스가 장난을 치는 책의 시작 부분에서는 글은 왼쪽, 그림은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림은 엽서 크기만하다.

그림의 크기는 점점 이야기 속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커지다가 맥스의 방이 세상 전체가 되는 부분, 즉 현실 세계에서 환상 세계로 넘어가는 부분에서는 그림이 한 페이지를 가득 메운다.그리고 바다를 항해하는 부분에서는 왼쪽 페이지까지 그림이 넘어오더니 괴물들을 만나는 장면에서는 글이 양쪽 페이지의 아래쪽에 위치하고 그림 또한 양면에 걸쳐 펼쳐진다.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맥스와 괴물들이 소동을 피우며 노는 부분은 여섯 페이지(즉, 세 펼침면)에 걸쳐 글 없이 그림만 가득 그려져 있다. 그리고 다시 그림은 점점 작아져서 마지막 장에서는 그림 없이 '저녁밥은 아직도 따뜻했어.'라는 구절로 끝맺는다.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었을 때 엄마 말에 반항하고 장난을 치는 맥스의 모습에 우선 즐거워하고(자기와 같다는 동질감?), 괴상망측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괴물의 생김새, 맥스와 괴물이 춤추고 나무에 매달리고 행진하며 노는 장면을 매우 재미있어 한다. 사실 '괴물'이라고는 하지만 무섭다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고, 또 소를 닮은 괴물, 새를 닮은 괴물들이 등장하여 아이들에게 친숙함을 주는 듯 하다.

환상그림책을 얘기할 때 이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책을 읽어보니 과연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과 환상 세계가 어색함없이 잘 연결되는 이야기에서 생활그림책이나 옛이야기 그림책과는 또다른 맛이 느껴진다. 흔히 '꿈'을 매개체로 해서 아이들이 환상 세계에서 놀다가 깨어나보니 꿈이더라는 식의, 틀에 박힌 환상그림책이 아닌, 좀 더 넓은 상상의 세계를 다룬 우리나라 그림책이 새삼 더 기다려진다.


199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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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ant 2011-09-2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문학>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