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열국지 세트 - 전12권 - 완역 결정본
풍몽룡 지음, 김구용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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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가을에 알라딘에서 세일을 하길래 재미는 그닥 기대하지 않고 이런 책은 사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구입했다. 그리고 방학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몇 달 묵혀뒀다. 그러다가 11월 즈음 잠시 한가해진 틈에 읽기 시작했고 한달 정도의 기간동안 다 읽었다.

물론 삼국지나. 사기열전, 지전 등을 재미있게 읽었었다. 열국지를 읽고 보니 앞서 읽은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우리의 고전에 관형어구처럼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고사성어의 주인공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었다.

성실한 독후감을 위해서는 다시 책을 펼쳐들고 꼼꼼히 되새겨 봐야 옳겠지만, 엄두가 안 나기에 그냥 기억나는 것만 기록해 둔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인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 참 재미있었다. 정말 죽음을 초개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중국인인지, 아니면 중국인 특유의 허풍인지 정말 궁금할 정도였다. 예를 들면 오자서가 쫓기는데 어떤 뱃사공의 도움을 받는다. 뱃사공이 강가의 갈대숲 속에서 기다리기라도 한듯 나타나 도와 주는데 오자서가 배에서 내린 후 감사의 말을 하고 자신을 봤다고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다짐을 한다. 그러자 그 사공은 남에게 의심을 샀으니 죽음으로서 자신의 의리를 보여주겠다고 물에 빠져 죽고 만다. 물론 그외에도 이루다 예로 들수 없을 만큼 많은 죽음이 나오는데 이 정도에 이르고 보니 실소가 나왔다. 정말 이랬을까? 자신의 목숨을 이렇게 쉽게 버릴 수도 있을까? 2000년 전엔 그럴 수 있었을까?  중국인들은 그럴 수 있었을까/?  참 흥미로웠다. 이에 대한 논문이나 책 뭐 그런게 있으면 꼭 한번 찾아 볼 일이다.

또 한가지  당시의 전쟁은 얼마나 낭만적인지!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날짜를 약속에 넓은 곳에 모여서서 군사들이 죽 벌여 선다. 칼이나 활로 좀 싸우다가 군사들이 지치면 쉬기도 한다.  해가 지면 대열을 정돈에 군사들은 밥도 지어먹고 잠을 자고 또 며칠 쉬기도 하다가 또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승부가 결정되면 패한 국가에서는 예물을 보내고 무례함을 사과한다. 때론 땅을 일부 떼어주기도 한다.  물론 전국시대로  접어들면서 전쟁은 눈에 띄게 규모가 커지고 사상자 수도 크게 늘어나며 전쟁의 이유가 대의나 명분이 아닌 실질적인 영토확장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열국지에는 주인공급의 남자가 수백명 등장하는데 이에 비해 여자는 몇몇 손꼽을 정도로 등장한다.  죽음을 무릅쓰고 자객인 예양을 당당히 자신의 동생이라고 밝힌 누이 정도만 빼고는 모두 요부들이다. 왕을 홀려 나라는 망치는 여인들. 음,  남자들만의 세상인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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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박무영.김경미.조혜란 지음 / 돌베개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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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앞두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민족의 명절, 남자들의 명절을 앞두고.... 명절만 되면 고민한다. 내 노동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내 남편의 조상을 위한 이런 수고로움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것인가? 왜 나는 이런 일들을 해야만 하는가?

이 책을 읽고 바로 이어서 손에 들었던 책이 심윤경의 달의 제단이었다.  다 읽고 난 지금 두 책은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 내 마음 속에 남아있다.

어려 부모를 잃고 할머니 밑에서 자란 한 양반댁 여인이 자식 귀한 집의 외아들에게 시집와서 시부모의 기대와  남편의 따뜻한 사랑을 받는다.  여인의 행복도 잠깐, 별걱정 없이 낳은 첫아들을 돌림병으로 잃고, 남편마저 병든다. 모든 집안의 우환이 새로 시집온 여인 때문이기라도 한 양 여인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남편이 병들어 있는 와중에 어찌어찌 어렵게 둘째를 갖게 된다.  그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남편을 잃고 만 한 여인은 뱃속의 아이가 딸이거든 자결하라는 시아버지의 추상같은 명령을 받는다.  초라한 움막으로 쫓겨나 겨우 낳은 아이는 바로 딸이었다.  그 여인의 시아버지는 여인이 낳은 딸을 없애고 아무도 모르게 아들과 바꿔치기 하기 위해 움막에 찾아와 갓태어난 딸아이를 발로 밟아 죽인다.

모든 진실이 여인이 친정할머니에게 남긴 내간으로 남아있고 이를 둘러싸고 가문의 영광을 이어가려는 할아버지와 종손은 갈등한다.

여인의 내간을 읽을 땐 여인의 목소리가 여인의 모습이 책 속에서 살아나오는듯 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함을 잃지 않고, 양반으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고자 했던 여인의 삶이 내 마음을 참 아프게 했다. 분명 조선의 양반가 어느 곳에선가 일어났을 것만 같은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가 그토록 생생하게 읽혔던 이유는 바로  '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이라는 책 덕분인듯하다. 여자들을 주눅들게 했던 신사임담부터 허난설헌,  허난설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인 이옥봉, 과학적인 요리책을 남겼던 안동 장씨, 성리학자 임윤지당, 제주 의녀 김만덕,  남사당패의 꼭두서니 바우덕이, 남편이 죽고도 차마 자결하지 못하고 열녀 실패기를 기록으로 남겼던 풍양 조씨 등이 한 명 한 명 살아나 나에게 조근 조근 얘기했다.

' 얘야, 우리는 이렇게 살았단다. 품위있게 살고 싶어서,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우리는 이렇게 애썼단다. 너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니?'

내가 가르치는 중학생들에게, 그리고 이 다음에 내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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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슬픈 야생동물 이야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37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장석봉 옮김 / 푸른숲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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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가 두려워지는 책이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체게바라 평전을 읽다가 그가 체포되어 총살되는 대목이 이르러서는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책장을 덮어 두었다가 며칠 후에야 열었던 기억이 난다.

그 어떤 인간보다 아름답고, 강인한 야생동물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읽다가 그들의 최후가 가까와지면 잠시 책을 덮어두고 심호흠을 한 후 마저 읽어나가곤 했다.

늑대왕 로보의 최후, 사냥개 빙고의 최후, 그리고 여우 빅슨의 자식사랑, 길들여지지 않은 검은 야생마의 최후는 장엄하고 아름다왔으며, 몹시 슬펐다.

< ...... 새끼에 대한 어미의 사랑은 지극했다. 넷째 날에는 망을 보는 사람이 나 하나뿐이었다. 새끼 여우의 낑낑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리자 나무더미 위에서 그림자 같은 것이 나타났다. 그런데 빅슨의 입에는 암탉도 다른 먹이도 물려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 빈틈없는 여우가 드디어 사냥에 실패한 것일까? 이번에는 자기의 유일한 새끼에게 줄 먹이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새끼에게 음식을 주고 있다는 것을 믿게 된 것일까?

어느 것도 맞지 않았다. 야생의 어미가 가진 사랑과 증오는 진실된 것이었다. 빅슨의 유일한 바람은 새끼를 자유롭게 해 주는 것뿐이었다. 빅슨은 새끼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이 아는 방법은 모두 다 써버았고, 어떤 위험이라도 다 감수했다. 그러나 모두 소용이 없었다.

빅슨은 그림자처럼 다가왔다가 금방 사라졌고, 팁은 어미가 떨어뜨려놓고 간 것을 입에 물고는 웅크리고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그것을 먹자마자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찾아들었고 그와 동시에 비명이 새어나왔다. 발버둥을 쳤지만 그것도 잠시뿐, 어린 여우는 곧 숨을 거뒀다.....>

새끼의 쇠사슬을 끊기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와  옆에 누워 젖을 먹이고, 암탉을 잡아다 주고, 쇠사슬이 반짝거릴만큼 갉아보기도 하고, 땅을 깊숙히 파서 쇠사슬을 묻어 보기도 하던 어미 여우 빅슨의 마지막 선택! 그것은 새끼의 구차스러운 삶을 어미 스스로 마감시킨 것이다.

모든 생명들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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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네버랜드 클래식 11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타샤 투더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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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고 있는 최초의 책은 정말 멋진 과자집이 나오는 <핸덜과 그레텔> 그림책이다. 그 외에도 몇 권 더 있었던 게 기억난다. 방 안에서 오빠랑 아니면 친구랑 그도 아니면 혼자서 둥그렇게 책을 세워 집을 지어두고 놀곤 했으니까 아마 한 열 댓권은 되지 않을가 싶다. 근데 이상하게도 다른 책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저 그 과자집을 보고 또 보고 이런 집이 정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궁리했던 기억만이 선명하다.

그 다음 생각나는 책은 계몽사에서 나온 50권짜리 어린이 문고가 있었다. 전체는 100권짜리 전집이었는데 우리집에는 50권이 있었다. 50권 중에서 좋아하던 책은 읽고 또 읽어 너덜너덜해졌었다.. 음 <다리 긴 아저씨>(요즘엔 다 키다리 아저씨로 번역한다. 근데 우리집 책은 다리긴 아저씨였다.) <빨강머리 앤>, <80일간의 세계일주> 또 <괴도 루팡>, <보물섬>, <홍당무> 또 뭐가 있었더라. 하여튼 달랑 이 50권으로 내 어린이 시기는 끝이 난다. 나머지 50권도 사달라고 몇번쯤인가 얘기했던 것도 같은데 내가 둘째이다보니 그냥 다음 단계, 세계문학전집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그때 우리집에 책이 좀만 더 있었더라면, 아니면 주변에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조금은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다. 그럼 책이 지천에 널려 있는 우리딸은 분명히 훌륭한 사람이 되는걸까?

 

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그 때 그 계몽사 50권 속에 <비밀의 화원>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거다.. 그래서 이 유명한 책을 읽어 보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렀다.

 

새로이 펼쳐든 <비밀의 화원> 이미 어린 시절을 잃어 버렸고, 내 마음 속에도 이미 비밀이 남아 있지 않아서 유감스러웠다. 그 세 아이들의 놀라움과 흥분과 설레임에 동참하기엔 난 너무 많은 걸 알고 너무 늙었고 도시의 삶에 익숙했다. 그래도 내가 어릴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내 마음 속에 무엇이 싹틀 수 있었을까? 어떤 마법이 실현되었을까?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현실의 힘겨움으로 잠 못이루고 서성거릴 어린이 혹은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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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비니 2005-06-0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계몽사의 책을 기억하고 있어. 그 시절의 책읽기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하드카바의 그림이 그려진 하얀색 표지들...
그 시절에도 읽었던 이 책을 난 아직도 가끔씩 읽는다. 시공주니어의 책으로...
이 책의 표지만 봐도 난 아직 설레인다.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 유재현의 역사문화기행
유재현 지음 / 창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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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행문을 읽는 이유는

첫째,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  

둘째, 갈 수 없는 곳에 대해 글을 읽음으로써 마치 가 본 듯한 느낌-대리 만족을 얻는 것

셋째, 글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려는 것

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느낌을 간단히 말하자면 둘째, 셋째의 목적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인도차이나의 슬픈 역사에 대해 조금더 알게 되었지만 여행을 실제로 한 듯한 흥분과 설레임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지난 번에 읽은 기행문 <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 기행>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박재동씨의 책은 그의 그림이 아주 보기 좋았을 뿐더러 읽어나가면서 그들의 여행에 동참한 듯한 느낌이 참으로 좋았었다. 그런데 이 글은 그의 여행에 동참하기가 어려웠다. 이유가 뭘까? 아마도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자세한 반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적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 봤다.

또하나, 지난 여름의 폭염이 아직 생생히 기억나는 이 시점에 인도차이나의 더위가 너무나 잘 느껴져서 글을 읽어나가기가 폭폭했다.

결론, 그다지 글이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인도차이나의 슬픈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고 또 좀더 알고 싶은 욕구를 주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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