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네버랜드 클래식 11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타샤 투더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기억하고 있는 최초의 책은 정말 멋진 과자집이 나오는 <핸덜과 그레텔> 그림책이다. 그 외에도 몇 권 더 있었던 게 기억난다. 방 안에서 오빠랑 아니면 친구랑 그도 아니면 혼자서 둥그렇게 책을 세워 집을 지어두고 놀곤 했으니까 아마 한 열 댓권은 되지 않을가 싶다. 근데 이상하게도 다른 책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저 그 과자집을 보고 또 보고 이런 집이 정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궁리했던 기억만이 선명하다.

그 다음 생각나는 책은 계몽사에서 나온 50권짜리 어린이 문고가 있었다. 전체는 100권짜리 전집이었는데 우리집에는 50권이 있었다. 50권 중에서 좋아하던 책은 읽고 또 읽어 너덜너덜해졌었다.. 음 <다리 긴 아저씨>(요즘엔 다 키다리 아저씨로 번역한다. 근데 우리집 책은 다리긴 아저씨였다.) <빨강머리 앤>, <80일간의 세계일주> 또 <괴도 루팡>, <보물섬>, <홍당무> 또 뭐가 있었더라. 하여튼 달랑 이 50권으로 내 어린이 시기는 끝이 난다. 나머지 50권도 사달라고 몇번쯤인가 얘기했던 것도 같은데 내가 둘째이다보니 그냥 다음 단계, 세계문학전집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그때 우리집에 책이 좀만 더 있었더라면, 아니면 주변에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조금은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다. 그럼 책이 지천에 널려 있는 우리딸은 분명히 훌륭한 사람이 되는걸까?

 

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그 때 그 계몽사 50권 속에 <비밀의 화원>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거다.. 그래서 이 유명한 책을 읽어 보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렀다.

 

새로이 펼쳐든 <비밀의 화원> 이미 어린 시절을 잃어 버렸고, 내 마음 속에도 이미 비밀이 남아 있지 않아서 유감스러웠다. 그 세 아이들의 놀라움과 흥분과 설레임에 동참하기엔 난 너무 많은 걸 알고 너무 늙었고 도시의 삶에 익숙했다. 그래도 내가 어릴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내 마음 속에 무엇이 싹틀 수 있었을까? 어떤 마법이 실현되었을까?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현실의 힘겨움으로 잠 못이루고 서성거릴 어린이 혹은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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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비니 2005-06-0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계몽사의 책을 기억하고 있어. 그 시절의 책읽기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하드카바의 그림이 그려진 하얀색 표지들...
그 시절에도 읽었던 이 책을 난 아직도 가끔씩 읽는다. 시공주니어의 책으로...
이 책의 표지만 봐도 난 아직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