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
존 버닝햄 엮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1.우선 오타가 두 개 눈에 띄었다. 하나는 읽다가 지나쳤는데 다시 찾을 수 없었고 하나는 240쪽에 있다.(오랬동안)

 

2.올초 유난히 늙어감에 대해 많이 생각했었다. 아름다운 봄 햇살이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 , 정말 이 책 속의 한 대목을 빌리자면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아름다운 오후였다. 운전하다가 신호 대기 중이었는데 횡단보도 앞에 한 노인이, 허리가 구부러지고 입성은 초라한 노인이  지팡이에 위태롭게 의지해 서서 파란 신호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쓰러질듯 서있는 그 노인이 어찌나 슬퍼보이던지. 눈물이 핑 돌았다. 늙어가는 일을 본인은 혹시 느끼지 못할 지 모르나. 그걸 지켜보는 일은 역시 슬픈 일이 아닐까?

내 부모님이 늙어가는 것, 내 오빠가 늙어 가는 것, 내 남편이 늙어 가는 것, 내 친구들이 늙어가는 것, 심지어 내 아이가 늙어가는 것(그걸 지켜볼 정도로 운이 좋다면) 을 지켜 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안쓰럽고 슬픈 일이다.

늙어감이 슬픈 나는 아직 젊기 때문일까?

 

 3. 이 책에서 가장 슬픈 대목

일본에서는 해마다 1만 명 이상이 욕조에서 익사합니다. 익사자의 대부분은 노인들인데, 이들 중 90퍼센트 이상이 함께 사는 가족들이 집안에 있는 동안 익사를 했다고 합니다. 많은 가정에서 욕실은 거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욕실을 수시로 확인하기가 힘듭니다. 뿐만 아니라 목욕을 하는 당사자도 5분마다 가족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들여다보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는 욕실 익사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독창적인 장치를 개발하였습니다. 물을 감지하는 센서가 달린 이 장치를 팬던트처럼 목에 걸고 목욕을 하면 됩니다. 장치가 20초 이상 물에 잠겨 있으면 본체와 분리된 리모컨에 경고음이 울리면서, 가족들에게 목욕하고 있는 사람이 익사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이 시스템은 비싸지 않으며, 사용자의 사생활을 방해하지도 않을 뿐더러, 거의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목욕하는 사람의 사생활을 지켜 줍면서 안전한 목욕을 보장해 주는 최상의 방법입니다. 본사는 이 안전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입니다.-오아카 가스 연구 개발부, 미래의 욕실

진짜 슬프지 않은가?

 

4. 기획이 돋보인 책이었다. 존 버닝햄이 기획한 걸까? 아니면 전문적인 기획자가 한 걸까? 만약, 존버닝햄이 아니었다면 별로 팔리지 않았을 책, 또 존 버닝햄이 늙지 않았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책이다. 생각해 보라. 만약. 서른 여섯살의 사회적 지위와 명성과는 거리가 먼 한 여자가(내가) 여러 가지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길을 아주 열심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개척해온 60, 70, 80대 노인들에게 늙음에 대해서 얘기해 달라는 편지를 보낸다면 ... 아마도 글쎄. 회신율이 얼마나 됐을까? 얼마나 팔릴 수 있을까?

 

5. 존 버닝행처럼 인세를 받아 노후를 대비할 수는 없을 것 같으니, 지금부터라도 돈 좀 아껴야 겠다. 닥치는 대로 책 사는 거 좀 자제하고  그 돈 모아서 연금이라도 하나 더 들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돈이 아닐까?

 

*나름대로 아름다운 책이었는데,  뭔가 좀 이상하게 결말이 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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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2006-11-23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물님.. 책느낌 잘 읽고 가요. 괜시리 웃음이 나서 한 자 남기고 갑니다. 글쎄요, 책 사서 읽는 기쁨과 적립식 연금... 어떻게 비교가 될런지... 책.. 얼른 읽어야지, 생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