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박무영.김경미.조혜란 지음 / 돌베개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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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앞두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민족의 명절, 남자들의 명절을 앞두고.... 명절만 되면 고민한다. 내 노동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내 남편의 조상을 위한 이런 수고로움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것인가? 왜 나는 이런 일들을 해야만 하는가?

이 책을 읽고 바로 이어서 손에 들었던 책이 심윤경의 달의 제단이었다.  다 읽고 난 지금 두 책은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 내 마음 속에 남아있다.

어려 부모를 잃고 할머니 밑에서 자란 한 양반댁 여인이 자식 귀한 집의 외아들에게 시집와서 시부모의 기대와  남편의 따뜻한 사랑을 받는다.  여인의 행복도 잠깐, 별걱정 없이 낳은 첫아들을 돌림병으로 잃고, 남편마저 병든다. 모든 집안의 우환이 새로 시집온 여인 때문이기라도 한 양 여인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남편이 병들어 있는 와중에 어찌어찌 어렵게 둘째를 갖게 된다.  그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남편을 잃고 만 한 여인은 뱃속의 아이가 딸이거든 자결하라는 시아버지의 추상같은 명령을 받는다.  초라한 움막으로 쫓겨나 겨우 낳은 아이는 바로 딸이었다.  그 여인의 시아버지는 여인이 낳은 딸을 없애고 아무도 모르게 아들과 바꿔치기 하기 위해 움막에 찾아와 갓태어난 딸아이를 발로 밟아 죽인다.

모든 진실이 여인이 친정할머니에게 남긴 내간으로 남아있고 이를 둘러싸고 가문의 영광을 이어가려는 할아버지와 종손은 갈등한다.

여인의 내간을 읽을 땐 여인의 목소리가 여인의 모습이 책 속에서 살아나오는듯 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함을 잃지 않고, 양반으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고자 했던 여인의 삶이 내 마음을 참 아프게 했다. 분명 조선의 양반가 어느 곳에선가 일어났을 것만 같은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가 그토록 생생하게 읽혔던 이유는 바로  '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이라는 책 덕분인듯하다. 여자들을 주눅들게 했던 신사임담부터 허난설헌,  허난설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인 이옥봉, 과학적인 요리책을 남겼던 안동 장씨, 성리학자 임윤지당, 제주 의녀 김만덕,  남사당패의 꼭두서니 바우덕이, 남편이 죽고도 차마 자결하지 못하고 열녀 실패기를 기록으로 남겼던 풍양 조씨 등이 한 명 한 명 살아나 나에게 조근 조근 얘기했다.

' 얘야, 우리는 이렇게 살았단다. 품위있게 살고 싶어서,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우리는 이렇게 애썼단다. 너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니?'

내가 가르치는 중학생들에게, 그리고 이 다음에 내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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