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슬픈 야생동물 이야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37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장석봉 옮김 / 푸른숲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가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가 두려워지는 책이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체게바라 평전을 읽다가 그가 체포되어 총살되는 대목이 이르러서는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책장을 덮어 두었다가 며칠 후에야 열었던 기억이 난다.

그 어떤 인간보다 아름답고, 강인한 야생동물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읽다가 그들의 최후가 가까와지면 잠시 책을 덮어두고 심호흠을 한 후 마저 읽어나가곤 했다.

늑대왕 로보의 최후, 사냥개 빙고의 최후, 그리고 여우 빅슨의 자식사랑, 길들여지지 않은 검은 야생마의 최후는 장엄하고 아름다왔으며, 몹시 슬펐다.

< ...... 새끼에 대한 어미의 사랑은 지극했다. 넷째 날에는 망을 보는 사람이 나 하나뿐이었다. 새끼 여우의 낑낑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리자 나무더미 위에서 그림자 같은 것이 나타났다. 그런데 빅슨의 입에는 암탉도 다른 먹이도 물려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 빈틈없는 여우가 드디어 사냥에 실패한 것일까? 이번에는 자기의 유일한 새끼에게 줄 먹이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새끼에게 음식을 주고 있다는 것을 믿게 된 것일까?

어느 것도 맞지 않았다. 야생의 어미가 가진 사랑과 증오는 진실된 것이었다. 빅슨의 유일한 바람은 새끼를 자유롭게 해 주는 것뿐이었다. 빅슨은 새끼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이 아는 방법은 모두 다 써버았고, 어떤 위험이라도 다 감수했다. 그러나 모두 소용이 없었다.

빅슨은 그림자처럼 다가왔다가 금방 사라졌고, 팁은 어미가 떨어뜨려놓고 간 것을 입에 물고는 웅크리고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그것을 먹자마자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찾아들었고 그와 동시에 비명이 새어나왔다. 발버둥을 쳤지만 그것도 잠시뿐, 어린 여우는 곧 숨을 거뒀다.....>

새끼의 쇠사슬을 끊기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와  옆에 누워 젖을 먹이고, 암탉을 잡아다 주고, 쇠사슬이 반짝거릴만큼 갉아보기도 하고, 땅을 깊숙히 파서 쇠사슬을 묻어 보기도 하던 어미 여우 빅슨의 마지막 선택! 그것은 새끼의 구차스러운 삶을 어미 스스로 마감시킨 것이다.

모든 생명들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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