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드나잇 레드카펫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20
김청귤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2월
평점 :
한밤의 유혈 사태
하필이면 오늘 생리가 터졌고, 마침 생리대가 없었으며, 없으려면 한꺼번에 없다고 생리통을 진정시킬 약도 초콜릿도, 과일주스도 한꺼번에 떨어졌다. 그래서 다급하게 얼마 전에 아르바이트를 잘린 편의점에 가게 되었다고 했다. 그곳에서 자신의 친구를 스토킹 한 범죄자가 후임으로 알바를 하는걸 보게 되었고, 우연히 그 알바놈과 어깨빵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살짝 쳤는데 그 파동에 진열대가 휘청거리더니 술병이 아르바이트생 머리 위로 깨졌고 술병에 다쳤는지 줄줄 흘러내리는 피에 놀라서 도움을 청하려다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밖에 노상방뇨하다 들어온 아저씨랑 한번 더 부딪히면서 아저씨와 편의점 유리문에 부딪히면서 어쩌다보니 남자 두 명이 한꺼번에 사고사 하게 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 모든 게 우연이 계속 겹친 사고였을 뿐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주인공,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스토킹하는 여자 집을 쫓아가다가 주인공 친구를 죽게 한 스토커가 벌인 짓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는 주장이 계속 되었다. 그리고 생리 때문에 심신미약이라는 근거 있는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글 자체가 날것 자체라 조금 많이 과격하지만 생리 기간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되는 글이었는데 미러링이라고 볼 수 있을만큼 모든 범죄 사건에 심신 미약을 주장하는 남성들의 패턴이 생각나게 했다. 성범죄 사건들에 분노에 마지않던 사람이라면 우연한 사고에 대처하는 우리의 주장도 마땅히 받아들여져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작가님의 마성의 글발이 고개를 절로 끄덕여지게 하는 부분이 있는 속시원한 이야기였다.
마법 소녀 투쟁
어느 날 지구에 괴물이 나타났다. 그리고 마법 소녀도 나타났다.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팔다리로 유치한 장식이 달린 마법 봉을 휘두르는 모습에 반했다.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던 마법 소녀는 결국 정부의 관리 대상이 되었고 어느 누가 마법 소녀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예비 마법 소녀라는 이름 아래 모든 여자아이들은 각종 체력 단련을 비롯해 유연성 민첩성 등 무술을 어릴 때부터 배웠고 국어 영어 수학은 배우지 못했다. 하고 싶은 직업을 선택할 수 없었고 마법 소녀가 된다 해도 23살이 되면 은퇴해야 하며 은퇴 후에는 또 다른 마법 소녀를 잉태하기 위해 꼭 결혼해야 했다.
마법 소녀의 복장은 언제나 화려했고 노출이 있었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괴물을 물리치는 행위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이런 마법 소녀의 행동을 불순한 의도로 찍어서 파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수민 역시 그런 카메라의 집요한 렌즈 때문에 움직임이 소극적이고 있었다. 괴물은 그런 소극적인 움직임을 단번에 파악했고 그날 역시 집요한 찍사의 플래시 때문에 수민은 최후를 맞이했고 이 사건으로 유리는 마법 소녀로서의 활동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유리는 조금 있으면 은퇴를 하게 되었고 평범한 주부가 되어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인간답게 살고 싶었다. 지금부터 마법 소녀로만 살지 않고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투쟁을 시작하기 위해 1인 시위를 시작하기로 하며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미세먼지 청정구역 서대전 네거리 역
미세먼지가 뿌옇게 자리한 세계,
갑자기 미세먼지 인간이 나타났다.
전기가 들지 않는 성능 좋은 인간 공기청정기였다.
존재 자체가 환경을 위하는 것이었다.
워낙 성능이 좋고 만인에게 도움이 되다 보니 죄가 있어도 미세먼지 인간이 되면 죄를 없애주고, 웬만한 공무원보다 좋은 직업으로 추대했으며 돈도 명예도 한꺼번에 가질 수 있었다.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미세먼지 인간이 되고 싶은 주인공은 현재 카페 아르바이트 중이었다.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대학 복학을 앞둔 같은 과 선배 윤기혁이 자꾸 선을 넘으려고 하고 있었고, 오늘도 퇴근길에 마음대로 기다렸다 강제로 끌고 가려는 걸 낯선 사람이 도와주는 일까지 겪게 되는데 그 사건 이후 윤기혁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잘리게 되었지만, 운 좋게(?) 미세먼지 인간으로 변이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평소 평판도 좋지 않고 행실도 좋지 않던 사람이었지만 미세먼지 인간이 되었다는 이유로 점점 좋은 사람으로 보여지는 모습을 보며 주인공은 조건을 보고 윤기혁을 선택했어야 했나 고민을 하지만 마음속으론 미세먼지 인간이 되어 자신을 찾아올 윤기혁을 없앨 휴대용 공기청정기를 구입할 계획까지 하게 된다.
찌찌 레이저
여자라면 누구나 성인이 되는 해에 원활한 모유 수유를 위해 가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유교의 망령들은 아기를 생산할 수 없는 것들은 모조리 막았는데 동성 결혼과 생활 동반자 법도 막았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관계를 모두 차단한 것이다. 여자로 태어났으면 무조건 아기를 키우는 행복을 누려야 한다. 순수 혈통인 아기를 품고 낳을 귀한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 한다 등 인공장기로 모든 걸 교체할 수 있는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순수 혈통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이유하에 여자는 아파도 신체의 고통에 상관 없이 병원 치료만을 받아야 했다.
내 신체 내 몸을 내 맘대로 쓸 수 없다는 것에 불만을 가진 주인공 친구 세희는 도망가다 붙잡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감시를 받다 스무 살이 되는 해 1월 1일 0시에 가장 먼저 인공 가슴이식 수술을 받았고 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이유로 생일이 되는 오늘 아침 8시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을 하고 너무너무 아팠고 고통조차 약물 의존하면 아이를 낳을 때 힘들다며 버티라는 국가 때문에 삼일을 기절할 듯 누워있다 샤워를 하고 가슴을 닦는데 가슴에서 레이저가 나왔다. 집에 여성들을 감시하려 설치한 컴퓨터까지 레이저로 박살을 내고 도망을 가다 요원들을 처치하게 되고 레이저로 각성을 하게 되며 찌찌 레이저의 활용도를 파악하게 된다.
첫 작품부터 박장대소는 아니지만 피식피식 웃을 수 있었다.
특히 한밤의 유혈사태를 읽으면서 그날을 겪어본 여자들이라면 날것의 단어들에 공감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감정 표현함에 거침없는 작가님의 평소 다른 작품을 즐겨본지라 상상이 안되었지만 이것도 작가님 모습이라니 신선했고 후련했다.
우린 생리를 마법이라고 칭하지 않았다. 왜 빨간색을 누구 좋으라고 티브이에서 파란색으로 보여주고 그들 머릿속에 그렇게 상상하게 했을까? 코피 흘리고 손가락에 조금만 피가 나도 걱정하면서 하물며 생식기에 피가 줄줄 흐르는데 우리는 일상생활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기 때문에 심신미약이 참작되지 못하는 것인가 생각하게 했다.
마법 소녀 투쟁은 아이돌 문화가 생각나기도 했고
여성에 대한 우리의 시선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해 봐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게했다.
마르고 예뻐야 하는 아이돌, 그리고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있어야 그들이 외적인 부분에 갇혀 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과 여자이자 엄마로서 미래가 정해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성성에 대한 인식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기도 했다.
분명 작가님이 하는 이야기는 다른 부분이겠지만 여러 부분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라서 마법 소녀 이야기도 굉장히 좋았다.
여성의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인 이야기를 이야기로 다양한 소재로 풀어내는 작가님의 소설 스타일이 개인적으로 너무 취향 저격이다.
있을법하지만 현실에 없는 이야기들로 현실 속 고민들을 이야기하고 우리가 고민할 만한 이야기들을 공감할 수 있게 한 번 더 풀어서 설명하는 게 참 속 시원하다고 느껴졌다.
다른 개인적인 부분으로는 대전인으로 대전 이야기를 읽는 게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김청귤 작가님 글로 알게 되었던 부분이 있는데, 서대전네거리역이나 은행동 스카이로드, 대전역, 대흥동 일대 이야기 등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익숙한 지역들을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해서 앞으로도 대전 이야기를 계속 써주셨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도 살짝 남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