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십육일 -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 에세이
4·16재단 엮음, 임진아 그림 / 사계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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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기억하는 진심은 어떻게든 돌아오게 되어있다. 
-p15

어둠을 씻어내니 더 큰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러나 불편한 빛으로 비추는 곳엔 아직 꺼뜨리지 않은 많은 빛들이 모여 있었고, 그곳에 있으니 어둠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우리의 기억력으로, 우리가 느끼는 슬픔으로 진실 없는 어둠의 칭얼거림을 달래 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P17

누군가는 쉽게 말한다.
"언제까지 이야기할 거예요?"
-P155

어쩌다 우연히 살아남은 우리가 목소리를 보태고 손을 잡아야만 한다.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만 또 다른 4.16을 막을 수 있다. 
-P246

세월호 10년은 내 인생의 10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나는 원하든 원치 않든 그 실시간 생중계의 증인이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배를 속절없이 바라보면서 화면 안으로 손을 뻗어 한 명이라도 구해내고 싶었던 그 수많은 시청자들 중 하나였다.
-P262

2014년 4월 16일 그날은 내가 나이트 근무였다. 병동 휴게실에서 긴급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고 뉴스 자막으로 전원 구조라는 문구를 보고 안도하며 돌아섰던 게 몇 분 되지도 않아 오보라며 정정된 문구에 '어떻게 어떻게..'만 되뇌이던 그 밤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언제나 돌아가면 그 기억이 떠오르고 실시간 상황들과  구체적인 이야기들에 상상을 더해갔지만 점점 낡아 가는 기억들이 슬픔에 슬픔이 더해지는 기분이었다.

스스로 4.16을 잊지 않으려고 카톡 프로필에도 노랑 리본을 떼지 않고 계속 달아놓고, 매년 4.16쯤엔 세월호 관련 기사를 찾아봐도 일 년 중에 며칠은 또 잊게 되는데 그때마다 참 미안하고 또 미안한 생각이 들곤 했다. 

이번 해에도 역시 그렇게 비슷한 일상을 보내다 며칠 전 세월호 10주기 소식을 듣고 4.16재단에서 책이 나왔단 소식에 이번에도 빠르게 책을 구입하고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시인, 소설가, 에세이스트, 가수, 배우, 기자 등 49인의 목소리를 담은 기억 에세이로 각기 다른 개인적 방법으로 세월호를 추모하고 있었다. 

각자마다 그날의 기억을 담아내기도 했고, 다하지 못한  개인의 반성,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며 10년 동안 혹은 앞으로 세월호를 기억하고 계속 이야기할지  담담히 털어놓는 이야기들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고의적인 혼란의 기억을 자들을 막아서는 방어선을 견고하게 해야 하고 누구도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 오염시킬 수 없는 기억의 울타리가 돼줄 시민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정세랑 작가님의 이야기가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야 하고 우리가 모두 떠나도 변질되지 않을 기억으로 남아야 할 고유의 커다란 슬픔이 바로 세월호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그 얘기냐고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지금도 부족한 이야기라고 맞받아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지게 한 많은 용기를 주는 이 책을 나처럼 용기가 필요하거나 4.16을 계속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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