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죽였을까
정해연 지음 / 북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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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수련원 안쪽 뒤 산 쪽에 삼총사가 몰래 담배를 피우다가 인기척에 조금 전 버린 담배꽁초 위로 흙을 덮고 있을 때였다. 고개를 드니 원택의 표정이 건수를 하나 잡았다는 표정이었다. 바로 앞에는 손전등 불빛이 보였고 자세히 보니 자신들의 또래로 보이는 남학생이 올라오고 있었다. 일단 세 사람이 서있는 곳은 수련원 펜스 바깥의 숲으로, 정문이 아니라 이쪽으로 나온 것은 선생님 몰래 뭔가를 사러 나왔다는 얘기였다. 남학생을 불러 세워 잠깐 얘기 좀 하자는 필진과 원택의 말에 남학생은 직감적으로 눈치를 챈 것인지 뒤로 주춤거렸고 순식간에 뒤돌아 달려나갔다. 숲 안을 뛰어다니다 결국 세 사람에게 붙잡히게 되었고, 목적대로 남학생의 주머니를 뒤져서 지갑에서 은파 고등학교 백도진이라 적힌 학생증과 교통카드 그리고 3만 원을 찾아냈다. 3만 원에 필사적으로 도망가려는 남학생이 어이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이 남학생은 필사적으로 돈과 지갑을 빼앗기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 비키라는 소리와 동시에 퍽 하는 소리가 났고 우직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남학생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며 남학생의 몸이 그대로 뒤집혀버렸다. 순식간에 남학생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려 쏟아지고 있었고 남학생의 몸은 선혁의 손에 이끌려 흔들거렸다. 그렇게 그 남학생은 죽어버렸다.

첫 장면부터 살인사건으로 시작되었지만 범행을 주도한 삼총사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고 고등학교 시절이 지나 27살이 되어있었다. 한 몸같이 붙어 다니던 세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부고 소식에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소식의 주인공은 원택이었다.

건강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지도 않고 사고인 것 같지도 않았는데 왜 죽었을까? 고민하는 선혁에게 형사가 다가왔고 원택이 죽었을 때 입에 물고 있었던 종이를 보여주게 된다.

'9년 전 너희 삼 인방이 한 짓을 이제야 갚을 때가 왔어'

고등학교 때 사건을 마무리 짓지 못한 사건이 떠오른 선혁은 원택의 사건을 시작으로 다음 피해자가 될까 두려운 마음과 경찰보다 먼저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의 양가감정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게 된다.

사건은 계속 진행되고 제목처럼 누가 죽였을지 그리고 그들이 죽인 고등학생은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할만한 사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독자들을 계속 추리하게 하는데 정해연 작가님 스타일의 이야기 풀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홍학의 자리' 뒤를 이어 꽤 만족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추리소설은 자극적일 수밖에 없지만 자극적인 소재 속에서도 끊임없이 상상하게 하는 작가님만의 특기가 잘 보이는 소재였다. 이번에도 마지막까지 주인공의 심리를 잘 다루고 있어 쫄깃한 긴장감을 읽을 수 있었고, 마무리도 깔끔하게 처리(?) 되어서 개인적으로 완벽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만 피해자 가족에게는 여전히 안타까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건 추리소설 피해자로써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조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부분이었다.

정해연 작가님의 새로운 소설이 그리워진 팬이라면 만족스러울 신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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