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할아버지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제목인 [저주토끼]는 매력적인 첫 문장이 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다.

주인공은 대대로 저주 용품을 만드는 집안의 사람이었다. 할아버지가 만든 토끼 전등은 저주 용품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외형만 봐서는 매우 귀엽고 정성 들인 흔적이 여실히 보이는 귀한 물건이었다.

이 물건은 집안의 불문율인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룰을 어기는 첫 번째 물건이 되었는데, 마을에서 천민 취급조차 받지 못한 할아버지를 차별 없이 대해준 하나뿐인 친구를 위해 사용하게 되었다고 했다. 대대로 부자에 성품도 옳고 남에게 해 끼친 적 없는 친구의 집안을 말도 안 되는 거짓 모함으로 몰락을 가져온 경쟁사 집안을 저주하기 위해, 저주토끼를 사용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첫이야기를 시작으로 10개의 단편 소설이 순식간에 쓱 하고 지나간 느낌이었다. 으스스한 분위기를 글로 전달하는 작가님의 능력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읽었던것 같다.
어른이들을 위한 잔혹 동화 같기도 한 소설, 조근조근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타일의 문체가 가독성을 높였고, 새로운 소재들로 허를 찔리는듯한 느낌에 전체적 몰입감을 높혀줬던것 같다.

[저주토끼]가 동화스러운 분위기였다면, [몸하다]는 여성의 출산에 대한 조금 다른 버전의 현실 속 공포를 다른 버전으로 보여준 이야기여서 신선했고, [덫]은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진짜 잔혹동화 느낌이었다. 물론 한여름밤 공포물을 보는 것 같은 긴 여운을 주는 건 [머리]였지만, 모든 작품들이 소재가 신선해서 기대 이상의 결말들이 모두 만족스러웠다.
사필귀정, 권선징악, 복수라는 소재를 공포로 승화시킨 잔혹동화
다가오는 계절에 어울리는 책같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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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4-13 06: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를 자세히 보니까 녹색 토끼들이네요 ㅋ 말씀하신 것처럼 여름에 딱 어울리는 책인거 같아요 ^^

러블리땡 2022-04-15 02:14   좋아요 2 | URL
엇 표지 색깔만 인식하고 지나쳤는데 토끼였네요 ㅎㅎ 옙 ㅎㅎ 공포는 왠지 여름에 추천해야할것 같은 느낌이라 ㅎㅎㅎ

singri 2022-04-13 08: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옹 . 첫문장이 저렇다니 읽고싶어요 !!

러블리땡 2022-04-15 02:15   좋아요 1 | URL
옙 예쁜 저주 물품 ㅎㅎㅎ 왠지 글만 읽고도 갖고 싶어지는 느낌이 ㅎㅎ

기억의집 2022-04-13 08: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집니다. 부커상인가 ?? 무슨 후보에 올랐다고 알라딘에 뜨더만요!!! 정보라 처음 듣는 작가인데 대단하네요!!

러블리땡 2022-04-15 02:16   좋아요 1 | URL
맞아요 부커상! 저는 이거 리커버인지도 모르고 친필 싸인에 혹해서 샀는데 나중에 보니 유명한 상 후보라길래 놀랐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