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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평점 :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CEO 후고 함린이란 남자는 평범한 의사 부부의 아들로 태어나 물리학과 화학 노벨상이 얼마나 많은 돈과 명성을 가져다주는지 익히 듣고 자라왔고, 당연히 의사가 되리라는 꿈을 갖게 되었으나, 그가 생각하는 괜찮은 (의사의) 연봉을 받기까지 12년의 수련 기간이 있어야 한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자마자 왕리비 극장 앞에 달려가 감자 필터를 팔게 되었다. 그 계기로 광고 홍보 업계에 종사자에게 스카우트되어 그로부터 10년간 광고 업계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 된다. 남부럽지 않은 일상을 즐기던 어느 날 옆집 남자가 자신의 차고 진입로에 냄새나는 쓰레기통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평화로운 일상이 꼬이기 시작한다. 민중의 지팡이로 믿었던 경찰관이나 시청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해결하지 못하자, 광고맨답게 복수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고, 이 사건이 발단이 되어 월급쟁이 대신 CEO로써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를 설립하기로 마음먹게 되면서 복수 주식회사는 페이스북과 온갖 미디어에 영업 광고가 뿌려지게 된다.
CEO는 이렇게 복수 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되는데, 구성원들의 이야기는 좀 더 복잡했다.
우선 이 책에서 복수를 받아야 하는 존재인 빅토르는 능력도 돈도 없는 남자였다. 뻔뻔하고 악한 심보로 남의 돈으로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던 차에, 과거에 만났던 매춘부 여성으로부터 10대 친아들(케빈)의 존재를 알게 되고 건강상의 이유로 아들을 성년까지 돌봐주기를 부탁받았으나, 자신의 계획에는 없던 아들을 인정할 수 없어 케빈을 죽이기 위해 사바나 한가운데에 사잣밥이 되도록 던져버리고 떠나게 된다. 케빈도 예사 인물이 아니므로 천운으로 원주민 치유사에 의해 구조되어 양아들이 되었으며 빅토르 모르게 마사이 전사로 키워지게 되었고, 훌륭한 전사로써 인정받고 자라다 마지막 전사 통과의례인 할례가 시행되기 직전 자신의 성기를 지키기 위해 케냐에서 탈출하여 고향인 스웨덴으로 돌아왔고, 어릴 적 지내던 허름한 아파트에 돌아와 자신의 유전적 친아버지에게 전 재산을 빼앗기고 위자료로 아파트만 남은 옌뉘를 만나게 되었고, 둘은 어쩌다 보니 눈도 맞고 빅토르에게 복수를 하기로 마음도 맞다 보니, 길거리에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를 알게 되었고, 돈이 없으니 복수 주식회사의 직원이 되어 복수를 시행하기로 하며 이야기가 다시 시작한다.
개개인의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던 책이었다.
복잡한 것 같은데 이 모든 게 물 흐르듯 전개되어 결국엔 모든 등장 인물이 한곳에 만나면서 복수 주식회사가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읽는 내내 집중을 놓칠 수 없게 했던 것 같다.
케빈이 훌륭한 마사이 전사가 되기 위해 머물렀던 마사이족의 이야기, 빅토르 이야기, 마사이의 치료사의 스웨덴 여행기, 옌뉘와 케빈 그리고 후고의 이야기까지 서사를 파악하고 복수를 진행하기까지가 시간이 좀 걸렸는데, 그 이야기마다 흥미진진한 전개가 있어서 지겹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복수에 중심이었던 유명한 화가 이르마 스턴의 생애가 생각보다 중요하게 담겨 있었다.
지위를 위해 미술 갤러리를 통째로 먹으려고 마음먹은 빅토르는 미술의 미짜도 모르는 문외한이었고, 자신이 일하는 갤러리의 작품들의 값어치도 모르고 숙청이라는 이름으로 표현주의 화가의 작품을 찢어 쓰레기통에 쳐넣던 그는 결국 표현주의 거장인 이르마 스턴의 작품으로 인해 복수를 당하게 되는 이야기는 요나슨 특유의 유머러스한 복수로 느껴졌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읽기전에 제목에서 느껴지는 작품 분위기와 전작들을 읽었던지라 작가 요나스 요나손이 써내려갈 복수이야기는 달콤할거라 짐작했다.
내 예상대로 주인공 후고의 복수 방식은 광고 천재답게 기발했고 법 테두리 안에서 교묘히 수행되었기에 통쾌했다.
복수 주식회사에 의뢰 비용은 생각보다 가격대가 있었는데 의뢰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당한 불의의 사건에 대해 복수로 소비하는 돈의 액수가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모습이 유머 코드 그 자체였다. 정말 천재 광고맨답게 수익을 생각하고 복수 주식회사를 만들 생각을 한 후고나 그 후고란 캐릭터로 이 많은 이야기를 써 내려간 요나스 요나손이 천재라고 느껴지면서 이 이야기를 즐기면서 읽었던 것 같다.
우울한 코로나 시대에 방구석 복수극, 손안에 이곳저곳을 오가며 활약하는 여러 주인공들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 꼭 한번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