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살 큰 조카가 침대에 엎드려서 태블릿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동그란 뒤통수를 쳐다보다가 문득, 물었다.

"**야. 고모는 **를 사랑할까 사랑하지 않을까?"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사랑해요."

"엥? 고모는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야. 너 어떻게 알았어?" (당연히 재미로 한 질문이었으므로 낄낄 웃으며)

역시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돌아온 대답

"그건, 아주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에요."

게임배경음악이 띠딩띠딩 울리고 있는 가운데, 나는 왠지 가슴이 콱 막히고 숨쉬기가 곤란해졌다. 그리고 눈물이 하염없이.

이런 의심없는 사랑을 받을 자격이 내게 있는 걸까?
가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궁금할때가 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이유는, 내가 이 아이들을 만나고 사랑해야하기 때문이리라 스스로 답할 때가 많다. 

고맙다. 알아봐줘서. 쉽게 알아봐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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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08-04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좋아요.

moonnight 2012-08-06 18:14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따뜻한 마음 감사합니다. ^^

라로 2012-08-04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어떤 것인지 너무 잘 알아요. 저도 그런 경험 있어요. 그래서 이 글 읽고 감사하다는 기도가 나왔어요. 먹먹해지면서,,,,그 순간을 정말 잘 표현하셨어요!!!ㅠㅠ

moonnight 2012-08-06 18:17   좋아요 0 | URL
아... 나비님. ㅠ_ㅠ 나비님의 페이퍼를 읽으면서 뭉클할 때 참 많았어요. 아이들은.. 정말 축복이란 생각이 들어요. 조카아이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그런 감정들을 참으로 느끼게 돼요. 엄마이신 나비님은 저보다 훨씬 더 자주, 많이 느끼시겠지요. 저도 감사합니다. ^^ (나비님으로 돌아오셨군요. 반가와요. >.<)

라로 2012-08-06 23:27   좋아요 0 | URL

달밤님이 그렇게 해서 그런 거여요!!! 조카들이 다 저러진 않는답니다.^^;;
달밤님 정말 좋은 고모세요!!>.<

글구 나비로 안 돌아올 수가 없었어요!! 흑흑
이유를 말하면 구차한 변명이 되는 것 같아서 생략하고요,^^;;
저 오늘 [하와이언 레시피]라는 일본영화 봤는데요, 그 영화 보면서 달밤님 생각났더래요. ㅋ
달밤님도 기회가 되시면 보시길 바라는 마음~.^^

moonnight 2012-08-07 11:57   좋아요 0 | URL
앗. 나비님으로 돌아오신 이유가 따로 있어요? 궁금하네요. +_+;;;

하와이언 레시피. 라구요. 영화 제목도 첨 들어봐요. 왜 이렇게 된 건지. 흑흑. ㅠ_ㅠ
나비님께서 저를 떠올리신 영화라니. 이런 영광이 있나. 꼭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라로 2012-08-08 12:33   좋아요 0 | URL
그 영화에서 달무지개가 나와요,,,달 보면서 달밤님 생각이 저절로 나드라구요.ㅎㅎㅎ

moonnight 2012-08-08 17:52   좋아요 0 | URL
달무지개라니. +_+ 나비님 올려주신 양배추롤 만드는 장면 보니까 진짜 영화가 너무 보고 싶더라고요. 근데, 보고 나면 폭식해버릴 것만 같은 기분. ^^;

프레이야 2012-08-04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랑스러운 조카, 사랑스러운 페이퍼, 사랑스러운 달밤님!!
그런 건 정말 아주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지요.^^

moonnight 2012-08-06 18:20   좋아요 0 | URL
아이들에게 배워요. 어른이 되면서 쉽게 알 수 있는 일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오히려 믿지 않으려 하는 거 아닌가 생각 드네요.
괜히, 와락. 하고 프레이야님께 안기고 싶어요. >.< (도망가지 마세요. ㅠ_ㅠ)

프레이야 2012-08-06 23:00   좋아요 0 | URL
일루 와요, 달밤님^^ 와락~
어른이 되면서 쉽게 알 수 있는 일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오히려 믿지 않으려 하는 건 아닌지.... 달밤님, 저 오늘 이 문장이 필요했어요.
이 문장을 제게 주신 건 운명이고 행운이에요. 고마워요.^^

moonnight 2012-08-07 11:59   좋아요 0 | URL
아잉. 프레이야님. (부끄러워하면서 안긴다. ;;;)

제가 더 감사드려요. 진심으로 읽어주셔서요. 감사합니다. ^^

네꼬 2012-08-06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이거 너무 좋아요.

moonnight 2012-08-06 18:20   좋아요 0 | URL
저는 네꼬님이 너무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