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속의 여인
로라 립먼 지음, 박유진 옮김, 안수정 북디자이너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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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호수 속의 시체로 발견되었을 때

세상은 조용하고 무관심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매디가 어느 날 갑자기

나와 관련된 사건을 들쑤시기 전까지! "

<호수 속의 여인>의 장르는 범죄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한 여인의 삶과 성장을 보여주는 드라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배경은 1960년대 미국 볼티모어. 아직은 여자들의 사회적 활동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주인공 매디는 결혼해서 18년간 얌전하게 살림만 살던 가정 주부였으나 어떤 계기로 인해서 사회에 이름을 떨쳐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소설이 주로 다루는 이야기는 미스터리하게 죽음을 맞이한 호수 속 여인 사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디가 가진 비밀도 독자들에게는 재미의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 매디는 그전까지는 평범한 주부였다. 그러나 잘나가는 방송인이 된 고교 동창을 만난 후, 사회에서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야심을 품게 된다. 그녀는 남편에게 이혼 통보를 한 후 집을 나오게 된다. 이후 그녀가 새롭게 이주하게 된 곳에서 한 소녀의 실종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매디는 친구와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소녀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 사건이 있고 꼬리에 꼬리를 물듯 우연이 겹치며 매디는 [스타]라는 이름의 신문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상담 코너에 투고된 한 편지의 사연 때문에 매디가 공공사업부에 전화를 하게 되고 이후 공원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가 한 여인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는데........

<호수 속의 여인>은 굉장히 독특하게 쓰인 소설이다. 보통 주인공이 화자이거나 전지적 작가 시점인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등장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화자가 되어 자신의 심정을 이야기한다. 당연히 이미 죽어서 유령이 된 <호수의 여인>도 자신의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매디와 한 번이라도 접촉한 인물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소설을 이끌어나간다. 그래서 그런지 범죄 미스터리물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진행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인물들의 발언을 통해서 60년대 미국의 풍경을 좀 자세히 그려볼 수 있기도 했다.

특히 격변의 중심에 놓여있던 60년대 미국 볼티모어의 모습이 흥미진진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이나 흑인들에 대한 차별이 공공연한 점이 매우 놀라웠다. 남성을 동반하지 않으면 여성이 술집에 출입할 수 없다거나 흑인 경찰에게는 순찰차가 주어지지도 않고 특정 역할만 수행해야 하는 등등등...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소설은 호수에서 시체로 발견된 클레오의 죽음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매디의 활약과 클레오의 죽음에 관련된 진실이 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 아름답고 총명했던 흑인 여성 클레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소설 중간에 매디가 심령술사 클레어를 만나는 장면이 있다. 심령술사는 매디가 남들에게 불운을 가져다주는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치 살아있는 존재인 양 매디에게 말을 거는 유령 클레오도 자신의 죽음을 추적하는 매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양 이야기한다. 그 이유가 과연 뭘까? 매디가 평생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비밀이 있는 것처럼, 클레오도 자신이 죽어가면서까지 덮고 싶은 비밀이 있었던 것일까? 천천히 조금씩 뜨거워지는 소설 <호수 속의 여인> 을 드라마가 있는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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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백휴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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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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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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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의 연작 소설집 "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가 출간되었는데

책을 읽기에 앞서서 작가의 인터뷰와 에세이 등이 실린 앙증맞은 크기의

미니북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정보라 작가의 삶과 문학 세계를 좀 더 자세하고 폭넓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미니북은 대단히 좋은 경험이었다. 우선 그녀의 인터뷰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던 건 소설가이기 전에 학생들을 사랑하고 수업을 좋아하는 훌륭한 선생님이었다는 점!


그녀가 여성 신문을 통해 남긴 "정보라의 월간 데모" 속 글들을 통해서는

세상을 보다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말과 글로만 떠드는 게 아니라

실제로 데모에 나서서 투쟁하는 투사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읽은 "고통에 관하여"라는 책을 통해서 정보라 작가가 존재의 고통에 대해서 참지 않는 예민한 감수성의 소유자라는 생각은 하긴 했는데 실제로 그녀는 그러했다!!


미니북에는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중에서 "문어"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짧게 실려있는데, 강사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서 데모하고 투쟁하는 사람들 앞에 떡하니 외계 생물체 문어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다 식탐 대마왕인 노조 위원장에게 문어가 먹히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아주 익살스럽게 그려냈다.


이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개복치]라는 단편을 꼭 읽어보고 싶다. 굉장히 소심하고 약한 멘탈의 소유자로 알려진 개복치 어종. 그녀가 단편 속에서 그려낼 개복치는 어떤 모습일지 굉장히 궁금하다. 평소에 내가 스스로 개복치스러운 인간이라 생각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미니북을 읽고 난 뒤에 정보라 작가가 한 100배 더 좋아진 것 같다.

불의를 참지 않는 씩씩한 투사를 발견했다고나 할까? 생각과 삶이 일치하는 생활인을 본 것 같기도 하다. 한마디로 앙증맞지만 내용은 꽉 찬 미니북을 읽어서 좋았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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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뇌 변호사 NEON SIGN 3
신조하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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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인간의 장기를 하나씩 교체한다면 어디까지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

따위의 오래된 SF 질문을 매우 좋아합니다.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기억을

갖고 있다면 그 기억의 원 소유주로 간주할 수 있는가 ."

-- 작가의 말 중에서 --

소설 [무뇌 변호사]에 단번에 끌린 이유가 있었다. 로봇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엔

인간을 이야기하는 소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A.I. 이라는 새로운 존재를 통해

도대체 "인간" 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끊임없이 우리를

분석하고 고민하는게 인간인가보다.

주인공 무뇌 변호사는 실리콘 뇌를 이식받은 일종의 사이보그형 인간이다.

본인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가 속한 변호사 사무실에는

팔다리를 기계로 교체한 대표 변호사와 안드로이드 법률 보조원이 있기에

안드로이드나 인공 지능이 관련된 범죄 사건들이 종종 들어온다.

실리콘 뇌의 장점은 많은 데이터를 한꺼번에 분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계들의 전기 신호나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아챌 수 있는 민감한

촉수가 있다는 점. 그는 이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가망없다고

여겨지는 사건에서도 승리를 이끌어낸다. 한마다로 통쾌하다는 말씀!!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은 자꾸 나누고 차별한다.

이 소설에서도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와 인공 지능은

약간의 잘못과 오류에도 곧바로 폐기처분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아무런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로봇" 이기에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이들을 집요하게, 온갖 수를 다 써서라도 변호하는 주인공이 멋있을 수 밖에.

SF소설의 상상력과 범죄 미스터리의 날카로운 추리가 만나서

진짜 신선하고 새로운 소설이 탄생했다는 느낌이다.

감정을 섞지 않은 채 변호에 임하지만 참으로 인간적인 "무뇌 변호사"와

사사로운 감정을 사용할리 없는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라고 느껴지는 인공 지능과 안드로이드들이 등장.

매력 만점이다.

희한하게도 영화 A.I. 나 블레이드 러너 등의 로봇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보면서 깊은 절망감과 슬픔을 느꼈는데, 가볍게 생각했던

이 소설을 통해서도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감정없는 기계에서 흘러나온 "사랑" 비스무리한 것을 보면서

진정한 사랑은 인간의 "감정" 보다는 "이성"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봤다.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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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창창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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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우리가 온전히 뭉개지지 않고 이 시간을 통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

썼다 하면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스타 드라마 작가인 곽문영의 딸이라서 괴로운 백수 청년 곽용호. 태몽으로 호랑이와 용 꿈을 꿨다 해서 엄마는 그녀에게 거창한 "용호"라는 이름을 지어줬지만 남들 다 하는 취업도 못해서 빌빌거리는 용호. 곽문영 여사가 이룬 성공 덕분에 편하게 살고 있긴 하지만, 자신에게는 관심이 하나도 없고 일 밖에 모르는 엄마가 밉고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치 연기처럼 곽문영 작가가 사라진다. 작가의 작품에 생명줄이 달려있는 오혜진 PD는 발을 동동 구르다 못해 딸인 곽용호에게 대신 드라마 대본을 써달라고 애걸복걸하고, 고심 끝에 같은 문학 동아리 출신인 전 애인 장현과 짜고 본격적으로 사기극을 펼치게 되는 용호...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별빛 창창]을 읽다 보니, 문득 한동안 백수였던 젊은 시절이 떠올랐다.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거친 세상에서 내 자리를 찾기 위해 발버둥 쳤던 나날들... 엄마의 실종이 어쩌면 곽용호에게는 절호의 찬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용호와 장현이 끙끙대며 쓴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되면서 용호가 얼렁뚱땅 성공을 거두며 비로소 성장하는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런데....

곽용호의 모험기, 성장기를 그린 소설이 맞긴 맞다. 다만 좀 더 가슴 찡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뿐. 갑작스러운 엄마의 실종을 겪게 되면서 이어지는 수색작업과 드러나는 진실.... 그리고 용호의 성장. 생각지도 못했던 눈물이 핑 도는 드라마가 현실에서 펼쳐진다. 집에서 온갖 궂은일을 다 하고 살지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채, 그렇게, 가구처럼 늙어가는 사람들 평생 퍼주기만 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살다가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들... 우리의 엄마들이 그렇게 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소설의 한 2분의 1은 투덜거리며 읽었던 것 같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등장하기 전 서론이 다소 길었고, 기대했었던 용호의 이름과 관련된 태몽이 글 전체의 맥락과 큰 관련이 없는 것 같아서 실망.

그리고 성공에만 집착할 뿐 딸에게 소홀한 엄마에 대한 주인공 용호의 푸념과 투덜거림이 지겨워질 때쯤...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다가 슬픔으로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때부터는 일사천리로 읽어 내려갔다.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며 살고 있을까? 가족이라도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외로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설재인 작가의 책이 좋았던 이유는, 아마도 다툼과 갈등 속에서 화해와 희망이 엿보이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인 듯하다. 또한,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매우 단단하고 확고한 여성 연대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좌충우돌 끝에 엄마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곽용호는 자신과 같은 나이인 스물아홉 살 젊은 시절의 엄마 곽문영을 만나면서 진정으로 깨닫는다.

우리가 내딛는 길이 어둡고 힘들어 보일지라도 하늘에는 찬란한 별들이 빛나고 있음을.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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