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클라인은 흡연이 얼마나 매력적인가에 대해 이렇게 쓴다. "흡연은 시를 짓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영감이라는 뜨거운 공기를 들이마시면, 종이 위를 수놓은 글들은 소리 없이 아우성치며 대기 중에서 타오르고, 욕망의 소용돌이를 내뿜고, 몸짓을 하며 서정적인 대화를 머리 위에서 연기로 조절한다." 흡연자는 직관적으로 담배가 무의미한 시간을 견디게 만드는 벗이고, 권태와 허전함에 대한 위로라는 걸 파악한다.

(장석주, 가만히 웃고 싶은 오후, 273p)   

 

 

 

진정한 시인은 먼지를 선호한다. 다들 잘 알다시피, 가장 위대한 시인이 소망하는 자리는 매혹적인 망각과 먼지 속이기 때문이다. 거장인 시인일수록 오래 묵은 고급 와인과 마찬가지 운명이라서 아주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만 먼지 속에서 나와 영광의 자리로 승격된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로베르트 발저, 산책자, 100-101p)

 

 

 

 

 

 

 

 

사람은 평생을 두고, 가능한 오래 살아, 우선 꿀벌처럼 꿀과 의미를 모아들여야 하며, 이를 거름 삼아 아마 생의 끝에 가서 열 줄 정도의 좋을 시를 끌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시라는 것은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듯이 (젊었을 때 넘치도록 갖는 그러한) 감정이 아니라 경험이다. 한 줄의 시구를 얻기 위하여 많은 도시, 온갖 사람들, 그리고 여러가지 사물을 알아야만 할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테의 수기, 펭귄클래식, 24p)

 

 

 

 

 

 

 

언어의 가장 창의적 사용은 시이다. 운문은 우리의 경험을 응축되고 변화된 형태로 보전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의식을 정리하는 데는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매일 밤 시집을 읽는 것은, 근력 강화 운동을 할 때 우리의 신체가 단련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신을 단련시켜 준다.

(미하이칙센트미하이, 몰입-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242p)

 

 

 

 

 

 

 

 

아무도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을 때, 시는 말을 건넨다. 시는 무기력한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시가 주는 감동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붙들어 이를 탐색하고 변화시킨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삶을 짚어 보고 이름을 붙이는 방법이 시를 읽고 쓰는 것이다.
(존폭스, 시치료- 한번도 소리 내어 울지 못한 그대에게, 23p)

 

 

 

 

 

 

 

 

 

시인이란 여러모로 세상에서 가장 욕심없는 존재지만, 한편 다른편으로는 요구가 많기도 하다. 시인은 포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택한다. 예를 들어 주변환경이 적어도 나의 감각에 최소한의 진정한 실체나 실제적인 광경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나는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현대적인 도시에서 , 황량하고 실용적인 건축물, 종이벽, 모조나무, 순전히 대용물과 기만의 한 가운데에서 사는 삶이란 전혀 불가능할 지도 모르고, 그러다가는 금세 말라죽을지도 모른다. (헤르만헤세, 잠못이루는밤, 현대문학, 127p)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렵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 것들을 건넬게.

 

더이상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게.

 

이 삶을 당신에게 건네어도 괜찮을지.

 

 

(한강, 흰, 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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