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수 있는 사람은 매여있지 않아야 합니다. 축산을 하는 사람은 아침저녁으로 꼭 그 시간에 짐승 먹이를 줘야 합니다. 자기가 못 하면 누군가 대신 하게 해야 합니다. 비닐농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겨울에 돈 들여 불 때가면서 짓는 농사를 대충대충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에 매여 밤낮없이 1년 내내 일하나, 자연에 기대서 무리하지 않고 사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돈 많이 버는 쪽으로 살면 쓰는 돈도 비례해서 커집니다. 그때 돈은 대개 자연을 훼손하고 사회 공공재를 망가뜨리는 쪽으로 쓰입니다. (전희식,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 174p)

 

 

 

 

 

 

 

 

 

 

 

 

 

 

 

 

 

녹색당 책모임의 이번달 선정책은 조화로운 삶 LIving the Good Life 이다. 헬렌니어링의 책들을 오래전에 읽었지만 다시 펼쳐보며 달라진 건 나의 생각인 것 같았다. 그리고 떠오른 책들 전희식- 시골살이, 장석주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등.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마르크스 말처럼 농부인 전희식 선생님를 보면서 느낀점은 사상가 같았다는 것. 아마 헬렌니어링 부부의 삶이 예전엔 그저 신기하게만 보였다면 이제 어느정도 나이가 들어 느껴지는 그들은 실천하는 행동가였다.

 

조화로운 good 삶이란, 어떤 삶일까? 인생이 아니라 일상을 조화롭게 살아내는 것조차 벅차다. 시간과 공간을 통째로 들어다가 과거 내지는 미래의 시골로 덜컥 옮겨놓는다면 모를까, 헬렌니어링의 자그마한 실천조차 따라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매일 배출되는 1회용품 비닐쓰레기, 뗄 수 없는 빵의 유혹, 테이크 아웃 커피는 또 어떻고. 유기농이라고 산 과일 껍질조차 씹어먹으려면 고역이다. 극기인가 조화로움인가...

 

 

단순한 생활

긴장과 불안에서 벗어남

무엇이든지 쓸모 있는 일을 할 기회

그리고 조화롭게 살아갈 기회 (18p)

 

 

'쓸모 있는 일'은 쓸데 없는 연구를 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와 맞닿아있다. 왜냐하면 쓸모 있는 일을 하고자 (자본주의에서) 쓸 데 없(어 보이)는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자본주의의 내 영혼을 잠식시키지 않기 위해 쓰잘데기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긴장없이 여유있으면서도 함께 어우러지는 - 조화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은 열망! 이때 삶은 문화와 예술과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삶 자체가 예술이고 우리는 곧 예술인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바라는 GOOD LIFE이다.

 

 

채소와 과일을 먹되 자연에서 난 것을 있는 그대로, 밭의 싱싱함을 느끼며, 그리고 한 끼 식사에 한두 가지만을 먹는 원칙을 지키면서 살아보라. 그러면 여러분도 단순하게 먹는 것이 좋다는 우리 주장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 원칙을 바탕으로 우리는 식단을 정해 놓게 되었다. 아침에는 과일, 점심에는 수프와 곡식, 저녁에는 샐러드와 야채를 먹었다.(147p)

 

 

생애내내 다이어트. 이것 또한 내가 바라던 걸까? 아침에 과일 몇 조각을 먹고, 점심에는 한 두가지 반찬으로 현미밥을 그리고 저녁 역시 간단하게 생식을 한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운지 오래되었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웠다. 음식을 만들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게다가 아프거나 귀찮거나 하면 손 쉬운 반가공품, 인스턴트를 사먹게되고 또 쓰레기가 한짐이다. 삼시세끼를 만들어먹는 게 만일 시골살이의 '일'이라면, 도시살이의 일은 바로 쓰레기 분리수거와 버리기가 아닐까.

 

 

우리가 어떤 일이 있어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사회는 생산수단을 개인이 갖고 있으며 아주 적은 수의 사람들이 자연 자원과 특허를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일부의 무리들이 돈을 쥐고, 이자를 바칠 것을 당연하게 요구한다.(203p)

 

 

누군가는 먹고 누군가는 버리고 누군가는 치워야 한다. 내가 키워서 내가 만들어서 내가 먹는 게 안되는 분절된 생활. 승자독식, 갑과 을, 무관심, 감정노동. 우울증... 그런 거말고 희망을 말하는 자는 나누는 사람이다. 소유와 축적은 개인주의이지만 희망과 노력은 함께할 때 커진다. 단순하게 더욱 단순하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조화롭게 잘 살자!

 

 

삶을 넉넉하게 만드는 것은 소유와 축적이 아니라 희망과 노력이다. (2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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