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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통 - 상처입은 중년의 마음 회복기
마크 라이스-옥슬리 지음, 박명준.안병률 옮김 / 북인더갭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마흔통 - 상처입은 중년의 마음 회복기 라고 쓰여 있다. 이걸 보고는 아재들의 중년 마음 다스리기? 정도라고 예상했다. 또다른 사춘기인 헛헛한 중년 시절을 잘 보내는 방법 정도일 거라고.. 원제 Under the Lemon Tree: A Memoir of Depression and Recovery. 이 책은 - 내가 보기엔- 우울증 극복기도 사오춘기 아재들의 마음 어루만지는 방법에 관한 책도 아니다. 옮긴이 글에서처럼 아름답고 유머러스하며 지적이고 감성에 찬 책(382p)이다. 차라리 소설에 가깝다. 내면의식의 흐름대로 글쓰기. 버지니아 울프도 생각났다. 만일 작가로서 신경쇠약, 우울증이 일종의 축복이라 한다면, 카프카의 말대로 행복하지 않은 이들이 글을 쓰는 거라면 이책은 그런 평가가 맞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우울증을 앓는 이들에게는 너무 무책임하고 미안한 발언들일 수 있다.
우울증은 현대에는 흔하디 흔한 병이다. 하지만 작가의 글을 보니 섣불리 그들에게 어떠한 희망을 말을 준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워야 할 것 같다. 혼밥생활자의 책장을 듣다가 호기심이 생겼고 북인더갭에서 만든 책이라 구입하다. 불면증에 대해 상세히 쓰여진 9장이 흥미로웠다. 하루키가 소설에 째즈곡을 많이 언급한 것처럼 작가도 좋아하는 음악과 우울증 관련 책들에 관해 써 놓았는데 좀 생소하다.
토마스만의 환멸을 읽어보고 싶다. http://aladin.kr/p/fj6Y 그리고 북인더갭의 다음 책도 궁금하다..
독일 작가들은 우울증의 대가들이다. 대학에서 읽은 수많은 독일 책의 주인공들은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좌절에 빠지거나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게 전부인가?」라는 페기 리의 노래는 토마스 만의 단편소설 「환멸」을 바탕으로 작곡된 노래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자신의 기대에 부합하는 단 하나의 체험을 갈망하며 아름다운 삶으로 뛰어들어간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265p
나는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싫어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선물하는 별 의미없는 싸구려 물건들도 싫어졌다. 나는 평생 아무것도 깎을 일이 없고 어둠 속이 더 행복한데도 불구하고 주머니칼이니 손전등 같은 것들을 생일 선물로 받는 사람 같았다. 크리스마스라면 누구나 받는 선물이 내게는 무서웠고 나쁜 쾌락의 짧은 순간을 이어가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아프거나 신경질적인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할 길고 고단한 여행일 뿐이었다.283p
왜 나는 내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 이따금 궁금해진다.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내 작고 조용한 삶에 뭔가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은밀히 바란 적은 있다. 하지만 이 삶은 반드라마다. 매일매일이 똑같다. (...) 이런 삶을 얼마나 색다르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바깥 날씨는 여전히 한 장의 사진 같다. 아무일도 다시 일어나지 안는다. 나는 그냥 있을 뿐. 그뿐이다.163p
우울증에 걸린 마음에 이성은 작동하지 않는다. 이것은 광증의 한 형태인 것이다.131p
다른 길도 있다. 끊임없이 자신을 최선으로 몰아붙이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 방향의 경우도 안타깝게도 개인이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 해도 우리의 궁극적 방향을 되돌릴 수 없다.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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