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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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제목부터 가을에 참 어울리게도 쓸쓸함과 모호함이 있다. 관람 후엔 또 씁쓸함이. 홍상수 감독 영화를 극장에서 본 적이 없다. 김모씨와 불륜 기사가 났을 때 도덕적 윤리적 판단을 떠나서 자신의 영화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다. 한편 그런 색채의 영화를 만드려면 불륜의 경험없이 어찌 가능할까 싶기도 했다. 박범신 작가도 사적인 술자리에서 여성들을 은교라고 불렀다지 않나. 불륜이라고 하는 부적절한 행위가 무리의 대중적 행위가 되었을 때, 한자 아닐 ˝불˝은 떨어져 나갈 것이다. ‘예술은 허구 아닌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라고 거창하게 지껄이지 않아도 가장 자전적인, 솔직하고 진실된 이야기가 가장 좋은 것이다. 어쩌면 소설든 영화든 자신의 모든것을 가장 잘 까발린 용기있는 예술가에 대중들이 몰리는 거 아닐까?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 게 아니라 독자나 관객을 얻는 게 아닐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여성의 취향 저격에 매번 성공하는 감독은 아마 나이를 드실 수록 더더 찌질하게 변해가겠지만, 그런 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으려면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을 탈탈 털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용기인지 허세인지 자뻑인지 솔직함인지 모를 센서티비티를 관객들은 즐겨왔다.

(영수 말대로) 민정이는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이다. 자신에게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 민정의 말과 행동에 제멋대로 판단을 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상상을 한 건 남성들이었다. 가면을 쓰지 않고 현실과 지금 앞에 있는 상대에게 집중했고, 그때그때 꼴리는 대로 행동하고, 감정에 이끌리는 대로 말했을 뿐이다. 이기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건 여러 가면들을 쓰고 살아가는 내가 민정의 솔직함에 질투가 나서 혹은 부러워서... 였다. 욕망을 위해 거짓말이 앞설 때 바라보는 이는 혼란스럽다. 하지만 반복되는 자연스러움에 판단의 벽은 흐릿해지고 결국 그녀의 거짓말은 진실이 되고 자연스러움은 사랑스러움으로 바뀐다. 사랑이란 틀에 얶매이지 않고 당신 자신, 나 자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때 인간은 인간미에 끌리는 거다.

민정이를 생각하며 김민정 시집을 사게 되었다. 이분은 얼마나 자신에게 솔직하셨을 지 궁금하다. 진실이란 솔직함과 동의어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건 솔직함이다. 진실은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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