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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인을 기다리며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들녘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존 쿳시 ㅡ 그는 견고하다. 더불어 위태하고 감각적인 자아로 꿈틀거린다. 이 작품은 작년 늦가을 즈음 서강대메리홀에서 연극으로 처음 만났다. 역동적인 무대와 역사성을 풍기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에로틱함이 살아있는 흥미로운 공연이었다. 노벨문학상 작가라니!

야만인은 누구일까? 누가 누구를 야만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자기혁명> 책이 떠올랐다. 일인칭 시점의 글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서사적으로 딱딱하지만은 않으면서 인간의 실존이 체제 안에서 얼마나 방황하고 흔들리는지 섬세하게 묘사된다. 흔들리는 영혼. 거울을 들여다보아도 보이지 않는, 만날 수 없는 자신. 우리는 그러한 자신을 하루에도 수없이 대면하고 있다. 야만인을 야만인이라 정의하여 부르는 야만인이된 자신을 인식하고 있는가.
진실은 겸손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테오도라 어록>
나는 생각한다. `겨울이 끝날 때가 되면 배고픔이 정말로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우리가 추위와 배고픔에 죽어갈 때가 되면, 혹은 야만인들이 정말로 정문에 와 있을 때가 되면, 어쩌면 나는 문학적 야망을 가진 공무원이 쓰는 말투를 버리고 진실을 얘기하기 시작할지 모른다.`265p
나는 그 여자를 잊어가고 있다. 나는 잠 속으로 빠져들며, 그녀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지냈다는 걸 깨닫는다. 설상가상으로 나는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 그녀의 공허한 눈에는 언제나, 엷은 안개가 퍼져있는 것 같았다. 그건 그녀의 모든 걸 압도하는 공허함이었다.1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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