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강이 잠들 때 - 심장석의 비밀
이스터린 키레 지음, 유숙열 옮김 / 이프북스(IFBOOKS)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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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이 잠들때>를 만나다! 페미니즘SF 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던 참에 심장석의 수호자, 주인이 되는 행운을 얻게 되어 너무 기뻤다. 2016년 인도에서 힌두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인 <그 강이 잠들때>는 인도 작가인 이스터린 키레 가 쓴 판타지 소설이다. 인도에서 오지로 여겨지는 동북구 나가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적 조부모와 함께 살면서 매일 이야기를 들었고 전통 민담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유튜브를 통해 어렵지 않게 뮤지션들과 함께 시를 낭송하는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책 읽어주는 할머니와 같이 편안하고 다정한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인 빌리는 꿈 속에서 그를 괴롭히는 잠들지 않는 강을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숲 수호자이자 심장석의 소유자가 되는 빌리가 겪게 되는 갖가지 신비하고 초현실적인 사건들. 호랑이인간, 혼령들, 마법사 자매 아테와 조테 등 현실에서 만나볼 수 없는 인물과 광경을 접하면서 강으로 둘러싸인 울창한 숲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었다. 옮긴이의 말처럼 현실을 이겨낼 힘은 어쩌면 환상의 세상에서 가져오는 것일까. 반복되는 일상에 치여 슬픈 과거를 마주하면서 우울함에 빠지려는 찰라, 이 책을 만난 것이 어쩌면 빌리가 심장석을 갖게된 것과 비슷한 행운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물은 빌리에게 회복의 원천, 영혼이자 가장 필요로 할 때 빈곳을 채워주는 아내와 같은 존재였다. 차가운 강물에 손을 넣어 심장석을 움켜 잡고 강물과 사투를 벌이면서 그는 기도했다 " 하늘은 나의 아버지고 땅은 나의 어머니이니 죽음이여 물러서거가, 케페누푸시여, 나를 위해 싸워주십시오."(123p) 어려움을 만났을 때 이름을 부르라고 한다. 그렇다, 기도하는 건 곧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신성한 강물에 몸을 담그고, 햇볕을 쐬고, 자연에서 얻은 곡식들로 소중한 끼니 떼우기.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으로 채워지고 있는 세상에서 인간이 자연과 멀어지면 어떻게 될까? 보랏빛 심장석과 <그강이 잠들 때> 가 내게 온 이유를 알 것 같다. 환경 살리기에 더 노력하고, 마음과 영혼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혜롭게 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심장석은 자신을 소유한 주인에게 영혼의 지식을 줍니다" (169p)라고 한 아테의 말처럼 분노, 파괴, 폭력이 아닌 치유, 배려, 사랑을 품어야겠다. 강이나 숲, 바닷가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더 행복할 것같다.

빌리가 여자 마법사 자매 아테와 조테를 만나는 부분부터 특히 흥미진진했다. 가부장제에서 추방된 여성들의 복수전(5p)이라고 표현된 역자 유숙열 선생님의 글은 후에 읽었다. 키룹피미아 사람들은 어딜가나 왕따를 당했다, 아테의 이모는 그녀를 강간하려하는 남자를 손가락질만으로 장님으로 만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영혼이 경험하는 모든 것을 반영하는 거울 등등 많은 곳에 밑줄을 그었다. 소설로서 있는 그대로 빠져들기도 했고, 가부장제에 피해자인 마법사 자매에게 연민을 느끼며 해석하는 시간도 모두 즐거웠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었을 때 마음의 멘토이신 현경교수님의 글이 있어 너무 행복했다. 책 뒷페이지까지 꼼꼼하게 살피며 다시 한 번 심장석에게 나의 영혼을 치유해달라고 이름 불러본다. 신이시여, 우리를 당신의 사랑으로 지켜주십시오! 평화를 주십시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빌리가 손을 집어넣었을 때, 강물은 금세라도 얼어붙을 듯 차가웠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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