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이랑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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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나는 그렇다. 나의 집은 작고, 내 방은 침대와 행거 하나, 서랍장 하나로 공간이 모두 채워져 있다. 내가 작업실에서 쓰는 책상과 책들을 늘어놓을 공간이 전혀 없다.

나는 월 20만원을 내고 이 작업실을 써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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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디자인과 제목을 보면서 가벼운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읽다 보니 자서전에 담긴 항의 문서(?)와 같은 느낌이다.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는데 마치 얼굴 표정은 무표정인 인형 같다.

몇 년 전 예술인 노동, 예술인 복지에 대해 연구하던 적이 있었다. 아직까지도 '왜 예술가는 돈돈하면 이상해 보이는가, 가난해야 예술을 한다, 예술은 노동이 아니다' 등등의 잘못된 명제나 편견에 맞서는 일은 너무나 힘들다. 아마 이랑 작가도 이러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불특정 사람들 혹은 가지고 악이용하는 이들에게 적잖은 힘듦을 겪었을 것이다. 심지어 예술인의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활동보다는 증명을 더 많이 해야한다. 예술을 하고 있으면서 예술인임을 증명받아야 소득을 올릴 수 있고 복지혜택을 받으며 생계가 가능하고 예술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이랑 작가의 글은 담담하면서도 왠지 짠하다. 마구 웃기지도 엄청 슬프지도 않다. 그런 게 매력인 것 같다. 작가는 재미있게 글을 쓰는 방법을 모른다고 한다. 마음이 짠했던 장은 '코로나 시대의 금융예술인'. 행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고 수입이 없어지면서 재무 설계를 받았고 설계사의 열정적인 강의를 듣고 보험설계사 시험 준비를 하고 계시단다. 열심히 사는 건 칭찬받을 한 일이지만 코로나로 타격이 큰 공연 예술인들에겐 너무 씁쓸한 이야기인 것 같다.

코로나가 아닌 시대에도 투잡, 쓰리잡으로 최저생계비의 경계에 있는 수많은 예술인들의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다수의 생계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대우 받고 노동한만큼 페이를 정정당당하게 받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궁금한 건 정말 단지 월세를 벌기 위해 트로피를 경매를 한걸까? 작가 프로필에는 그 일을 퍼포먼스라고 적어 놓았다. 누구에게는 퍼포먼스로 보였다보다. "잡지 인터뷰가 촬영도 겉으로는 멋들어져 보이나, 페이가 없다. 차비도 없다."(020쪽)

이 책이 많이 많이 팔리기를 빈다. 진심으로.



창비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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