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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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명쾌한 그만의 유머로 돌아온 베르나르 베르베르. 희곡은 문학의 한 장르인데 많이 읽히지 않는다. 공연을 위한 하나의 요소일 뿐인걸까. 연극을 한창 많이 볼 때는 해당 희곡을 꼭 빌리거나 구매해서 읽었다. 상상력의 극대화. 공연으로 상연되기 전 미리 읽는 희곡은 나름 묘미가 있다. 소설과는 또다른 재미이다. 행간에서 오는 쉼이 독자의 자유를 극대화한다. 코로나가 종식되는 그날, 이제껏 극장을 방문하지 못한 한을 몽땅 풀 것이다. 한껏 기대한 천재작가 베르베르가 쓴 희곡은 어떤 재미일까, 궁금했다.


<심판>은 죽음, 환생, 천국을 소재로 배경으로 삼는다. 심판이란 제목을 듣고는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내려가며 무게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에서 느껴지는 의외성은 소재와 주제의 무게감을 더욱 부각시키기도, 제거하기도 했다. 옮긴이의 말로는 프랑스의 의료계 인력 부족 문제, 교육개혁, 법조계 부패, 결혼의 부조리 같은 무거운 주제를 그만의 특유의 유머로 풀어낸 작품이라 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위트와 비꼼의 미학이 느껴졌다. 등장인물 또한 주인공 아나톨을 제외한 3인. 무대장치와 화려한 시각적 효과보다 배우들의 말에 의지한 작품을 구사하는 미니멀한 프랑스 연극을 눈앞에서 보는듯 상상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당신은 배우자를 잘못 택했고, 직업을 잘못 택했고, 삶을 잘못 택했어요! 존재의 완벽한 시나리오를 포기했어요...순응주의에 빠져서! 그저 남들과 똑같이 살려고만 했죠. (128p)


만일 내가 천국에 가서 심판 받게된다면 착하게 살았노라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나의 선택들은 옳바른 것이었을까. 재능을 낭비하지 않고 헌신했는가...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순간 환생을 거부한 아나톨의 선택은 나의 상상을 빗나갔다. 결말이 어떻든 간에, 결국 이 생에서 이 순간, 현재 행복하게 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더불어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기위해 태어난 게 아닐지도 생각해보았다. 겸손과 단순함 - 심판이 준 가장 큰 선물인 것 같다. 단순하고 간결하고 씁쓸하게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던 <심판>에서 베르베르의 천재성을 다시금 확인했다.


프랑스에서 공연으로 만들어 졌다던데, 우리나라에서도 곧 만날 수 있으리란 희망을 걸어본다. 연극을 좋아하고,특히 프랑스 연극을 기다리는, 또 그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겐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리뷰어스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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