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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애의 발견 - 서로에게 축복이 되는 형제자매 관계를 위한
안셀름 그륀 지음, 김선태 옮김 / 생활성서사 / 2020년 3월
평점 :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
(마태 5,23-24)
나는 늘 나의 가족에게 감사한다(201) 한 문장으로 이 책의 감상을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많은 사람들이 형제자매간에 주고받은 상처로 괴로워한다. 겉으로 보기엔 평안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곯고 있는 형제자매 관계를 가진 가정들이 적지 않다. 안셀름 그륀 신부님은 우애를 관계를 영성적인 의미로 풀이하며 우리에게 형제자매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워 준다. 곧 우리에게 오빠, 동생, 언니, 형은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자 축복이며 우애를 통하여 하느님과 깊은 결속을 이룰 수 있다고 말이다.
성경 속 인물들 이야기는 우리가 맺고 있는 형제자매와 관계에서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카인과 아벨, 야곱과 에사우, 요셉과 형제들, 작은 아들과 큰아들의 이야기, 모세 아론과 미르얌, 마르타와 마리아가 그렇다. 하지만 신부님은 성경 속 인물이 우리 자신을 온전하게 투영하지는 않으며 갈등이 생길 때는 어릴 적부터 같이 지내온 형제자매에게 나를 투사하게 된다고 말한다. 즉 자신을 가꾸고 변화시키는 게 근본적인 원인의 해결 방법이라는 거다. 또한 누가 옳은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엉클어진 관계를 해결해주십사 하느님께 간청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형제 혹은 부모 등 서로에게 탓을 돌리고 자신을 탓할 때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나는 무기력해진다. 질투하고 시기하고 싸우고 무기력해지거나 우울해지는 것이 하느님이 바라는 일이실까? 아닐 것이다. 그 위기를 나를 축복으로 변화시켜줄 것임을 믿고 기도해야 하는 것이다.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이해한다는 뜻은 무슨 의미일까? 자신을,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해는 갈등의 상황이 생길 때 나만 옳다 주장하기 보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이해는 존립과 관련되어 있으며 스스로를 이해하면 당당히 살 수 있고 어떤 어려움과 고난이 와도 잘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신부님 말에 따르면 타인을 이해할 수 있으면 그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당당히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한다. 이해는 상대를 평가하지 않는 것(199), 그의 인생사를 배경으로 바라보는 것(205)이라는 문장도 마음에 와닿았다.
특히 166쪽의 어떻게 화해할 것인가? 부분이 가장 관심이 갔다. 신부님은 세 가지 화해의 길이라는 실질적인 도움을 써놓았는데 첫번째가 기도, 둘째 단계로 내적으로 화해하기, 마지막으로 작은 표지를 만드는 것이다. 원수를 사랑하라와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화해를 거부하는 그 사람의 모든 일이 잘 되기를 염원하라고 한다. 물론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상대와의 화해가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상대의 입장이 되어서 완고한 마음을 없애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성탄절이나 생일에 카드,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중요하지만 급하지는 않은 일, 하지만 언제가 꼭 해야 할, 해보고 싶은 일이다.
우애는 인생 여정의 축복 - 안셀름 그륀 신부님의 한국의 독자들에게 쓴 글의 제목이다. 만일 외동이라면 축복이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대신 친구나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등 돌린 가족보다 진실되게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감사할 일 아닐까. 타인을 통해 자신과 화해하는 삶을 실현하고 본질적인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면 성공한 삶이다. 화해의 삶이 성공이고 곧 행복이라고 신부님은 강조한다.
나는 일단 자신에게서 빠져나와 형제자매와 만나라고 격려한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다른 형제자매들을 찾아가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누군가가 먼저 하기를 원하는지도 모른다.182
코로나19 때문에 외출도 쉽지 않은 지금, 어떻게 가족과 형제와 만날 수 있을까. 메일이나 전화, 톡이나 문자라도 보내면 좋지 않을까. 동생 린다와 함께 쓴 <여왕과 야성녀>라는 책이 있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나의 가족 이야기"에 소개되어 있다. 나도 언젠가 나의 형제와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들이 얼마나 대단하고 대단한 일을 했는지. 책 속에 책들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브론테 자매들- 브론테 자매평전인가 싶다- 등) 안셀름 그륀 신부님의 책들은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정말 많다.
신뢰, 이해, 믿음, 기도, 변화, 정체성, 지지, 작별 등의 단어를 새로운 각도로 반추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책이었다. 이 인연에 감사한다. 나는 내 형제자매를 통하여, 하느님에게 결속되어 있다. (90) 나에게 형제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그 형제를 주신 부모님께도. 행복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하느님과 하나 되고, 자신의 운명과 하나 되어, 마침내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는 사람이다.(77) 이 책을 만나는 독자들이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되어 하느님과 하나 되는 은총을 받아 행복해지기를 바라본다.
작별은 또다른 만남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이글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