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도 죽지도 않았다 - 파란만장, 근대 여성의 삶을 바꾼 공간
김소연 지음 / 효형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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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최상의 삶은 현모양처였다. 거창하게 여성 계몽을 내걸고 여기자를 채용했지만, 정작 전담하는 일은 학예면의 가정 부인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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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은 저자가 신여성에 대한 글을 읽다가 눈에 번쩍 들어온 구절이라고 한다. 100여년 전 신여성이라 불리던 깨어있던 여성들은 결국 '미치거나 죽거나' 할 수 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 하지 않았다. 이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비주류에 가난하고 못 배웠으나 결국 의사, 전도부인, 여성운동가, 간호사, 미용사, 기자, 항일 무장 투쟁 운동가 등으로 변신했다.

 

여성들의 삶은 과거나 현재나 왜이리 힘이 드는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그 소리를 기록하고 이런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힘든 고비가 있었는지 참고문헌의 깨알같이 작은 글씨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싸해진다. 여성 위인전기 같아 보였는데 에필로그를 보니 전통사회가 강요했던 삶을 떨치고 일어난 여성들과 그 여성들에게 새삶을 열어둔 장소에 관한 이야기란다. 투쟁과 저항은 진행 중이고 비단 여성의 문제만이 아닌 인간 존엄과 생존에 관한 역사적인 기록이다.

      

송계월은 악제도를 없애기 위한 실천 방안을 쭉 나열해 보았다. 동일한 남녀 임금, 8시간 노동제, 여성 노동자의 산전산후 휴가, 여성 참정권, 여성 결사권, 평등한 교육기회, 인신매매에 의한 공창사창 금지, 봉건적인 상속법혼인법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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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직장, 교회에서 100여년 전 여성들은 인생 역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현대의 여성들은 어디에서 길을 찾고 있을까. 동일한 남녀 임금은 아직도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고 유리천장과 가부장제 아래 폭력들이 존재하고 있다. 담담하게 써내려간 용감한 여성들의 기록을 앞에 두고 우리는 어떤 기억들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여성들의 피와 땀, 눈물과 노력이 엉킨 승리의 역사는 계속 되어야 한다. 포기하지 않기. 힘을 모으기. 생각에 그치지 않고 행동하기. 경제력 못지 않게 법적, 정치적 제도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기에 연대에 힘 실어주기. 이책을 읽으며 잠시 일상에 치여 옆으로 밀쳐졌던 연대의식과 여성주의 의식을 일깨울 수 있었다. 그리고 문득, 이제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다.

 

     

100여년 전에 만일 태어났더라면, 과연 나는 어땠을까. 상상을 하면서 그녀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100년 후의 여성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가? 어떠한 삶을 살다갈 것인가? 적어도 남은 생은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살기 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시간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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