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아주 따듯한 떨림
김인숙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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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봄날, 아주 따듯한 떨림

 

 

내가 걸은 거리는 내 생의 어느 한순간, 지나가면 또 흐려지고 잊히겠으나, 지금은 내게 유일한 한순간, 그래서 내 생의 전체와 같은 순간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사오싱에 있다.

141p

    

    

 

김인숙의 에세이가 아시아의 산문시리즈 3번째 작품으로 나왔다. 그의 신간 소설을 만나듯 낙엽이 떨어지는 쌀쌀한 11, 따듯한 떨림을 안고 사오싱을 만났다. 부제를 달자면 김인숙이 사랑한 도시, 사오싱정도 될 듯하다. 구지 구분을 하자면 여행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오싱 구차오. 사오싱의 오래된 다리라는 뜻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것이 두 개의 단어로 해석되지 않고 사오싱이 곧 오래된 다리이고, 오래된 다리가 바로 사오싱이라 읽힌다고 한다. 사오싱뿐만 아니라 중국을 여행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는 이상, 책을 깊게 음미하긴 힘들었다. 어느 봄날, 5월 사오싱을 사랑한 나는 물과 다리와 사랑이 엮인 사오싱을 걷고 있다 상상하면서 책을 읽어 내려간다.

 

 

순박하다는 표현을 썼다가 지우고, 도시화되어 있지 않다고 썼다가도 지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시골스럽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도시에서라면 당연히 여겨지는 관계의 거리가 여기에서는 다르게 여겨지는 듯하다. 58p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루쉰을 좋아했던 것 같다. 사오싱은 루쉰이 태어난 도시이다. 루쉰의 생가와 유년시절의 정원, 그가 다니던 서당이 밀집해 있는 지역을 기념해 루쉰고리가 있다. 월나라의 도읍지이자 황주의 본고장이고 메이간차이와 취두부도 유명한 도시. 경극과 함께 2대 가극으로 불리는 월극이 사오싱으로부터 발전했다니 정말 매력적인 도시라 느껴진다. 와우. 언제가 나도 상해에서 경극을, 사오싱에서 월극을 관람하고 싶어졌다. 루쉰의 소설을 읽으면서 마치 사오싱의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끔 오감각을 일깨운다. 30도에 육박하는 더운 봄날, 5월의 습습한 사오싱이 너무 궁금하다.

작가의 감수성에 기대어 한껏 취해 사오싱을 걷는 기분이 드는 건 나만이 아닐 것 같다. 황주를 마시고 취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칭다오 맥주라도 마시면서 루쉰 소설을 당장 읽어봐야 겠다. 아시아의 산문 시리즈를, 무엇보다 작가의 읽지 못한 다른 소설들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그토록 많은 다리를 건너고, 건너고, 또 건너면 내 인생의 무언가, 어느 지점도 건너게 되지 않겠나.(13p)' 인생을 걸으며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이 들 때, 다리를 건너고 또 건너면서 험난한 시간들을 의연히 지나면 좋겠다. 작가가 느꼈던 아주 따뜻한 떨림을 안고 다리를 건넌다면 더욱 좋겠다. 힘든 순간을 견딜 수 있도록 뚜벅뚜벅 걸어가게 해주는 다리는 지금 이 순간 이 책이 아닌가 싶었다

 

 

 120~121p

 

아시아산문 시리즈

바이두디투라는 게 있다.-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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