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살까지 살 각오는 하셨습니까? -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은 노년을 위한 100세 인생 지침서
가스가 기스요 지음, 최예은 옮김 / 아고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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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문제는 우리 모두의 미래다 (250p)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조용히 자다가 죽고 싶다.’ 라든지 ‘80세 이후의 삶을 상상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한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1%가 되면 초고령화 시대인데 일본은 이미 2007년에 진입하였고 우리나라는 2026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것도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막상 고령화, 초고령화 이야기가 나오면 죽음 준비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본 책에서는 죽음 준비가 아닌, 100세 시대 신체와 정신이 쇠약해지는 상황을 맞을 때 누구에게 돌봄의 도움을 받을 것이지, 어느 곳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미리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와 구체적인 상황들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1장과 2장에서는 장수하는 사람들의 일상과 나이듦의 의미를 설명한다. 3장에서 가족제도와 독거노인 등 노인에게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4장과 5장에서 인생 마무리 단계를 위해 쇠약 준비를 어떻게 할지 사례를 보여준다. 덧붙여 에서는 인생 마무리 준비의 구체적인 예시를 써놓았다.

 

 

      인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시대

 

필자: 83세의 고령인데도 재봉틀을 사셨다는 건 앞으로 오래오래 살고 싶으셔서인가요?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진 않으셨어요?

B: 더 살고 싶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니까요. 어쨌든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예요. 내 나이가 몇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아요. 오로지 그때그때 눈앞의 일에만 관심을 둡니다. 나는 지금까지 머릿속으로 앞일을 생각한 적이 없어요. 오늘 하루, 눈앞의 일만 보죠. (79p)

 

 

나이듦이란 어떤 의미일까? 주름지고, 검버섯이 피고, 허리가 굽거나 허약해진 나이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하기 싫다. 누구든 젊음을 좋아하고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노년, 노인, 치매 등에 관한 몇 권의 책들을 읽어왔다. 누구나 죽고 늙는다는 걸 인정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 일본의 장수 노인들은 자신 삶의 터전에서 시공간을 개척하고, 나이가 많다고 자신을 가두지 않으며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즐기며 살아간다. 곧 이것이 달력 나이와 다른 노인 본인이 생각하는 연령의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노인이 사는 세계를 달력나이만으로 계산하는 것이 얼마나 편협한 것인지 고정관념을 깨뜨리게 된다. 그렇다면 고령자 자신이 늙었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는 어떨까? 책에서 노화를 부르는 두 가지 요인은 첫째 일상 습관의 상실 둘째 체력 저하를 들고 있다.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기가 기다린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건강하고 아직 판단력이 남아 있을 때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요양돌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인간관계를 새롭게 형성해나가야 한다.(151p)

       

 

노인이 되었다고 느끼게 되는 것보다 더욱 놀라운 건 변화하는 가족관과 형태이다. 흔히 자녀가 없는 사람들에게서 준비의식이 부족하다고 여겨지지만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부모는 아들딸이 자신을 돌봐줄 것이라 기대하지만 자녀들은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둘째 오래 살면 살수록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죽는 역연(逆緣) 가능성도 높아진다.(108p) 1인 가구가 늘어가면서 독거 노인이 치매에 걸렸을 때 무엇을 준비해야할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장례식보다 먼저 허약해서 쓰러질 때를 대비하여 준비할 것은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고민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만약 혼자 있을 때 쓰러지면 나를 발견한 사람은 누구인가, 발견한 후에 누구에게 연락하라고 할 것인지, 더는 혼자서 살 수 없게 되면 누가 나를 돌볼 것인가, 그 후에 나는 어디에서 생활하고 싶은가, 시설을 원한다면 어떤 시설인가, 현재의 의료나 요양 제도는 어떠한가 (133,189p 참조)

 

 

물어보기 좀 힘들더라도 엄마의 치매가 심해지기 전에, 집에서 생활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어떤 시설에서 지내고 싶은지를 엄마와 제가 같이 고민해야 했어요. 그래서 시설등을 견학도 해보고 비용도 미리 알아두었어야 했어요. 나중에 보니 그런 준비를 하지 않은 게 후회스럽더라구요. (117p)

 

77세의 희수나 80세의 산수잔치와 같은 인생의 특별한 순간이나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명절에 의견을 미리 전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즉 병원이나 요양시설 현황이라든지, 제도에 대한 정보, 가격, 위치 등등. 치매 유병률 또한 80세 이후로는 높아지므로 이전에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알려놔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가족이 없으므로 내가 혹시 혼자 생활하지 못하게 되면 00이 나를 돌봐주었으면 한다. 그 대신 재산은 00이 상속받도록 하겠다'고 문서로 작성해 놓는다면 가장 좋을 것이라고. 경제적 여유와 건강, 활력, 사람들간의 교류가 있을 때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고독은 괜찮지만 고립은 절대 좋지 않다! 특히 나이 들면서는.

 

 

 

 

수술(퇴원) 전후를 비교할 때 사적영역→공적영역으로 지원체계가 옮겨간 것을 알 수 있다.

 

 

 

노인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또는 언제 어떻게 다쳐서 돌봄을 받게 될지 모를 일이다. 책을 읽어 내려가며 철저한 준비와 정보, 인적 네트워크만이 만약을 대비하는 길이라는 걸 실감했다. 또한 일본의 개호보험의 문제점이 언급되어 있으나 대략적인 부분만 소개되어 있어 상세히 알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것 같아 보인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며 어떤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한지, 이전에 마음가짐은 어떠한지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 시간을 낼 짬도 없이 초고령화가 들이닥칠 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죽음, 쇠약 등의 노인과 연관된 주제가 다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저자는 결론적으로 말미에 가서는 국가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주장하고 있다.

 

솔직히 80세 이후의 삶을 상상할 수 없고 노인복지정책에 대해 그리 관심을 가져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면 노인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걸 체감한다. 가족형태가 변해가는 시점에서 우리는 스스로 초고령기화 대비를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내린 답은 함께 살고 싶은 뜻 맞는 지인들과 따로 또 같이 공동체 만들기 -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검소하게 사는 것이다. 국가 제도나 정책을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와 함께 살 것인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또 건강을 위해 식생활, (걷기) 운동, 지역 봉사 등도 노년기에 시작하면 늦고 중년부터는 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다.

 

책을 다 읽고서도 백 살까지 살 각오를 하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인생 설계 작성표를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결국 죽음을 생각하거나, 쇠약해짐은 준비하거나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이순간 얼마나 열심히, 바라는 대로, 원하는 삶(=나 다운 삶)을 살아냈느냐가 아닐까. 구체적인 자료와 사례들이 담겨있어 한 편의 노인복지정책의 논문을 읽는 듯 했다. 후에도 계속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노인문제 도서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60세 이후 인생설계표

  

 

사고로 입원시 지역사회 관계 형성하기

 

 

 

 

 

인생설계표 작성시 참고항목

 

 

 

 

 

 

 

아고라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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