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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게 아니라 화가 났을 뿐 - 내 감정을 직시하고 제대로 표현하기 위한 심리 수업
알무트 슈말레-리델 지음, 이지혜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19년 5월
평점 :
이 책의 주제는 어디까지나 여성의 분노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262p)
우울과 화는 어떻게 다른가. 우울함을 화로 푸는 사람들이 많은걸까, 내 감정을 직시하고 제대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구나, 등등의 생각을 하며 책을 읽어 내려갔다. Original title: Weibliche Wut: Die versteckten Botschaften Co. erkennen und nutzen. 원래 제목 : 여성 분노 : 숨은 메시지를 찾아서 사용하기.
나의 감정을 파악하고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비단 여성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분노와 화의 표출이 금기시 되어 온 사회적 환경, 개인 내면의 성찰력이 성장하기도 전에 주입된 고정된 성역할로 인해 여성은 스스로를 옹호할 용기나 갈등에 맞설 용기를 학습할 기회를 잃곤 한다고 말한다.
사회화 과정에서 용기는 여자아이보다는 남자아이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장려되며 여자아이는 용감하기보다는 사려 깊게 행동하도록 양육된다.(40p)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페미니즘 심리학이라고 분류되는 것이 맞는 듯하다. 하지만 성적정체성이 무엇이든 간에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배워본 적이 있던가? 나의 감정을 차분히 들여다 본 경험이 있는가? 사실 생각이 나지 않는다. 우리의 교육환경은 그저 주입식으로 사고능력만을 키우는데 급급하다. 감정능력 즉, 공감능력, 수용능력 등의 중요성을 폄하한다. 더욱이 여성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여성스럽지 못한, 여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성고정역할 안에 많이 갇히게 된다. 화를 내는 것 대신 자신을 파괴하는 방법으로 우울함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남아 및 남성과는 달리 여성은 공격성을 밖으로 표출하기 보다는 분노의 방향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리는 일이 잦다. 자기 비하, 자해, 우울증 성향도 두드러진다. (71p)
어릴 적을 떠올려본다. 오빠와 소리를 지르고 치고받고 싸웠던 것보다는 엉엉 소리내어 울었던 기억 뿐이다. 왜 나는 오빠에게 화를 내지 않았던 걸까?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대체감정, 은폐용감정이 학습된 것이다. 저자는 슬픔은 애착대상에게 받아 들여지만 분노는 그렇지 않기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반대로 슬픔을 화로 대체할 경우, 대체감정으로서의 화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상대에게 진실이 전달되지 않는다. 감정의 본질이 변한 것이기에 상대는 왜 화가 났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5장부터는 이러한 화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화 그자체로는 바쁜 것이 아니며 우리는 분노할 권리가 있고 스스로를 돌볼 권리가 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그 알아낸 감정에 대해 책임을 질 때 서로의 관계도 건강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때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와 같은 맥락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감정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가정과 사회가 되려면 (뜬금없어 보이지만) 민주주가 필요하다. 고정화된 성역할, 가짜감정이 없는 사회에서 분노할 권리, 타인을 믿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용기를 가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정직하다는 데 여성들이 건강해야 사회 전체가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감정을 올바르게 표출할 때 우리 모두는 건강해 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