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 문학과지성 시인선 504
김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 것도 안 하고 아무 만남도 안 하고 기다리고 누워있고 서 있고 입을 다물고 있다가도 없고 만나다가 헤어지고 헤어짐을 만나고 만남을 해어지고 나의 날인지 누구의 날인지 ....
알다가도 모를 존재들
알 수 없는 닿을 수 없는 사람
그게 바로 나와 닮은 너
이거도 아니고 저거도 아니고
뭣도 아닌 관계
친구도 아님 글타고 연인도 아니고
시도 아닌 거 같고 수필은 아닌데
온통 혼란스러운 시덩어리 한 문장에 낚임


<우리만남은>

만남



우리는 만남을 지속하지 못했다. 우리는 헤어짐도 지속하지 못했다. 우리는 만나고 있는 것일까? 헤어지고있는 것일까? 둘 다 알 수 없는 만남을 헤어지고 있고 헤 어지고 있는 상태를 만나고 있고 만날 수 없는 상태를 유예하고 있고 확정하지 않는 상태를 계속 만나고 있고 만나지 않는 상태를 계속 헤어지고 있는 너를 얼마나 더 만 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잊을 수 있을까? 기억은 바닥을드러내고 있다. 바닥을 드러낸 지가 언젠데 기억은 계속 말라가고 있다. 가물어가고 있고 끝을 모르고 있고 모르는 상태로 가물어가는 날씨를 언제까지 지속할까? 언젠가는 그친다. 그치다가 그치고 그친 다음에도 그치고 있는 너를 잊고 있다. 영원히 가물 것처럼 내리지 않는 비가 오고 있다. 영원히 내릴 것처럼 그치고 있다. 우리가언제 만날까? 헤어진 다음에? 헤어진 다음에는 또 언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