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청춘
후지와라 신지 지음, 김현영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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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맨발의 청춘'이라하면 내 나이 또래 아이들은 한번쯤은 들어보고 컸을 것이다. 1964년 신성일, 엄앵란의 주연으로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 매우 인기가 좋았던  드라마로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는 어떤 내용이 인기를 끌었을까? 그 시대에는 울고 짜는 신파극이 인기가 좋았다고는 들었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난 이 책을 보고는 부모님 세대의 인기있었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일본 소설의 명인이라 불리우는 후지와라 신지의 걸작 단편집이다. 여기에는 제 27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무장한 여자』와 영화 『맨발의 청춘』의 원작이 수록되어 있었다. 총 10개의 단편집으로 구성된 이 책을 나는 앞에서부터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에 나왔던 단편 <엉겅퀴 쓰나가 걸어간 길>은 주인공 쓰나의 세상살이를 담았는데, 거짓말스럽게도 좋고 나쁜 것에 대한 판단도 없는 아주 순진한 산골 소녀가 세상을 알아가면서 변해가는 내면과 외형을 묘사했다. 한 여자의 순수함이 무서운 세상에 던져졌을때 받은 그 여자의 상처와 아픔을 담았고 그리고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마음, 또 그 사람을 잃었을 때의 그녀의 행동은 너무 아픈 것이었다. 원래 너무도 순수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나왔던 것일까 라는 의문을 남기며 다음 단편을 읽었다.

 

두번째로 <무정한 여자>가 소개되어 있었다. 한 유부녀와 유부남이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 사랑은 순수했고 진지했다. 유부남은 그 여자를 위해 모든 걸 바칠 각오로 그 사랑을 시작했지만, 유부녀는 처음부터 남편과 헤어졌다고 거짓말로 시작한 사랑이라 두 사람이 만나는 중간에도 언제나 괴로워했다. 그러다 그 여자는 현재 남편이 석방된다는 소식을 듣고 현재 남편과 헤어지려 했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노력도 안하고 현실을 받아들어버렸다. 그리고는 정말 사랑하는 이를 버리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내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안타까울 수 없었다. 서로 바람을 핀 것 또한 사실이고, 남편이 살인죄로 들어가서 그렇게 고생을 했으면 조금은 자신의 행복을 찾아도 될 것만 같기도 했는데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때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어쩜 당연한 마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세번째로 우리나라의 폭풍을 잃으켰던 <맨발의 청춘>이 왜 한국에서 인기가 있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나 역시 이 단편이 제일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랄까? 부자집따님인 마사미와 조폭인 지로의 정말 플라토닉한 사랑은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지로는 마사미를 신 이상으로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사랑했으며, 마사미 역시 때뭍지 않은 여염집 자제로 순수함의 그 자체였다. 그들의 마지막은 무서울정도로 아이같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은 결국 자살로 젊은 생을 마감했으며, 익사한 시체의 형태는 꼭 아기같았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답답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 그게 다 였을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너무 순수하고 순수해서 내가 손댈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동반 자살한 여자는 완전한 처녀의 몸이었다."

 

<잘가요>는 힘든 삶을 벗어나 잠시 서로 낯선이에게 설렘을 느낀 두 사람의 이야기였고, <여자만의 업보>는 왠지 엄마의 업보를 그대로 떠넘김 받은 듯한 다마에의 삶은 그린 내용이었다. <자매의 사랑>은 언니의 사랑을 옆에서 지켜보는 동생이 언니가 사귀는 남자에게 사랑에 빠진줄도 모르고 언니와 잘되길 바라고, 언니는 그 남자외에 돈과 권력 등만 찾다가 다른 남자와 연결되는 내용이었다. <덫>은 엄마를 따라 이모집에 놀러가 하쓰코가 성에 대해서 알게 되고 그 이후에 관련된 내용이었고, <기묘한 충동>은 엄마 덕분에 자학적인 성격을 가지 사쿠의 일생이 그려져있었다. <부침>은 문란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사랑할 때는 한 남자만 보고 그 남자를 위해 자신의 마음까지 희생하는 쓰타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흘러가는 반딪불이>는 옆병실에서 일어나는 불륜의 처음부터 끝을 관찰한 남자의 시점으로 표현된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조용한 산자락의 진한 노을이 쓰타의 하얀 목덜미를 깜쌌다."

 

전부 읽고 난 후에는 생각보다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여자들이 하나같이 멍청하고 바보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할까? 그 시절에는 수동적인 여자들이 많았을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은 여자들도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고 생각하고, 저렇게 어리숙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그렇게 공감가지 않았다. <맨발의 청춘>이나 <무정한 여자> 그리고 <잘가요>는 그나마 무력한 여자의 삶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기에 예뻐보이는 부분도 이해갈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맨발의 청춘'은 왜 과거 부모님시대에 인기가 있었는지 알 것 같았고, 현대에 각색되어 나오더라도 왠지 인기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부모님 몰래 만나는 사랑이야기는 흔하디 흔한 인기내용이 아니었던가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요즘 과거 인기 있었던 것들이 각색되어 나오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는데, '맨발의 청춘'도 나중에는 그렇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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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사라지던 날
유르겐 도미안 지음, 홍성광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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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갑자기 세상에 아무것도 없이 혼자가 된다면 어떨까? 무슨 생각이 들까? 평소에 겁이 많은 나는 정말 겁에 질려서 어쩔 줄 모를지도 모른다. 아니면 로렌츠처럼 생각보다 의연하게 살아갈 방도를 모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로움에, 말하지 못함에, 소통할 곳이 없는 그 곳에서 지쳐가고 부정적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주인공 '로렌츠'는 7월 17일, 태양이 사라지던날 세상에 아무도 없이 혼자 남게 된다. 아니 사실은 누군가 살아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알길조차 알 수 없을 정도이고, 살아남은 이가 정말 있을지 찾아보고 뒤져보지만 이미 죽은 시체말고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런 로렌츠에게 남은 건 혼자서 그곳에서 살아남는 것이었다. 주위에는 책가게, 옷가게, 마트 등 필요한 것을 조달할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자꾸 내리는 눈에 대비하기 위해 로렌츠는 살아갈 방도를 모색했다. 원래 살던 5층아파트의 벽을 뚫어 옆집들과 합쳤고, 아랫집 등에는 다른 필요한 물품을을 나두었다. 그렇게 조금씩 로렌츠는 살아갈 방법을 모색했다.

 

로렌츠는 혼자 이게 되면서 많은 고독과 싸워야했다. 그래서 그 방안으로 하나가 글을 쓰는 것이었다. 둘째로는 대화 상대가 필요해 벽걸이 가면을 '이르고'라고 부르며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셋째로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것이었다. 넷째로는 잠, 즉 수면이었다. 로렌츠는 그 글로서 우리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가 혼자 있게 되면서부터 그의 과거를 하나 둘씩 생각하고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는 그가 사랑했고 3년전에 죽은 '마리'라는 존재에 대해서 죽고난 이후에도 많이 생각했겠지만 지금 현재 혼자가 된 순간에 더욱더 많은 성찰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이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으며,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에 관한 끊임없는 반성과 성찰을 하였다. 그러다 이상한 소음이 들렸지만 그 정체는 밝혀지지 못했다. 하지만 들리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될 수 있는 그로 변했다. 또한 그는 믿지도 않는 신을 찾아가 존재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도 던졌다. 선, 악, 자아, 신 등에 관한 질문과 생각을 하였다.

 

"나는 세월이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고 믿지 않는다. 아니, 세월은 상처를 변화시킬 뿐, 낫게 하지 않는다."

 

그는 긍정적으로 살아보려 했지만 결국 마리의 곁에서 죽을 결심을 하였다. 그렇게 마리의 무덤에 찾아가는 길에 핀을 만난다. 혼자 살아남았다고 몇달동안 보냈던 그들에게는 서로가 정말 천사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세상에 둘 밖에 없다고 생각되기에 조심스럽게 서로를 알아갔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보면 두 사람이 행동이 이해가지 않을 수 있었지만, 태양이 사라지고 세상에 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이해갈 만한 상황이었다. 몇달만에 처음 웃게 됐으니 말이다. 어느날 핀은 아픈 로렌츠를 위해 약을 찾으러 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7월 17일 그날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처음에 로렌츠는 절망하고 힘들어하지만 자신은 알게 된다. 핀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리와의 사랑에서는 다 주지 못했고 미안한게 많았다면 핀과의 사랑에서는 정말 성심성의껏 대했고 서로의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지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로렌츠는 마리를 잃은 이후로 사랑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 번 진실로 사랑하게 되었던 것이다.

 

로렌츠는 세상이, 바깥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느끼고, 해가 제대로 뜬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다시 한번 희망을 품게 된다. 많은 날이 지나 눈이 녹고 바람이 불며, 비가 내리고 태양이 빛나기 시작한다. 이것은 로렌츠의 삶에 대한 비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로렌츠는 이 햇빛을 희망으로 삼아 새로운 삶을 찾으려 떠난다. 로렌츠는 핀이 한말을 기억한다.

 

 "사람은 언제나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어!"

 

사실 이 책을 반쯤 읽을때까지는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반이나 되는 동안 어째서 주인공 '로렌츠'은 태양이 사라지던 그 날 이후로 변함이 없이 그대로일까?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걸까? 하지만 그것은 '핀'이 나타나면서 달라졌다. 책의 내용도 바뀌었지만 내가 책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뀌었다. 이때 나는 사람이 혼자일때를 왜 두렵고 무서워하는지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로렌츠 혼자일때는 그의 삶을 바라보는 나도 지겹고 두렵고 무서웠다. 하지만 둘이 되는 순간 나까지도 행복하고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날 것 같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핀이 사라졌을때 나까지도 절망과 안타까움에 어쩔줄을 몰랐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로렌츠의 모습에 나도 한번 불끈 주먹을 쥐게 되었다.

 

처음 읽을때는 스펙타클한 소설얘기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잔잔한 인간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남은 고요함 속에서 자신의 깊은 무의식 세계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줄만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비유하면 절에 들어가 혼자서 수행하는 듯한 느낌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일부는 들지만 그것과는 또 다르다고 생각이 든다. 정적이며 부드럽게 엮어가는 로렌츠의 이야기에서 나 또한 내 삶을 재조명하고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계기를 만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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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 - 분노와 콤플렉스를 리더십으로 승화시킨 정조
김용관 지음 / 오늘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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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예상했던 건 CEO인 정조의 경영방식을 현실에 접목한 내용일거라고 생각했다. 초반까지는 몰랐지만 중반에 읽을 수록 왠지 이건 단지 정조에 대한 역사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조’라는 인물을 경영심리학적으로 분석을 한건 조금밖에 되지 않고 대부분이 ’정조’라는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정치해왔는가 하는 일대기라는 생각이 점점 들 수 밖에 없었다. 혹시나 마지막에는 현실과 접목되는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는 했지만 그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떤 책일까 하며 차분히 읽어나갔다. 우선 전체적인 느낌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놀랐지만, 읽으면서 짜임새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조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했다면,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인격이면 인격으로 나누던가 아니면 시대순으로 배열하여 서술했다면 좀더 이해가 쉬웠으리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재의 정렬방식은 이 얘기했다가 저 얘기했다가 하는 느낌이라고 말해야할까? 왠지 두서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앞에 했던 내용이 뒤에서 또 나오니 반복되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순이 아니다보니 정조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수업시간과 대학교 역사시간에 들은 것 밖에 없는 나에게는 어렵게 느껴졌다. 정조의 역사에 대해서 얘기하는 부분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작가가 <영조실록>과 <정조실록>을 꼼꼼히 읽고 거기 있는 내용을 고대로 가져와서 그런걸까? 단어도 그렇고 내용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원체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인데, 단어의 이해가 느리다보니 책 읽는 속도도 훨씬 느려졌다.  

우선 정조라는 인물은 참 맘에 들었다. 자신의 나라를 위해 적어도 10년, 길게는 50년까지 내다보고 치밀하게 정치를 하는 모습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똑똑했고 학문에 능했으며 처세술에 능수능란했던 사람인 것 같다. 게다가 호탕하고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을 보니 멋진 임금일 수밖에 없었다. 책 구절 중에,

행렬이  이천의 서현에 이르렀을 때에 한 늙은 백성이 길가에서 수박 한 소반을 받을어 임금에게 바치려다 군졸에게 막혀 들어오지 못했다. 그러자 정조가 이렇게 말했다. "옛날 글에 ’어느 농부가 미나리가 하도 맛있어 바쳤다’는 내용이 있는데 나는 저 수박을 맛나게 먹고 싶다." 그리고 농부가 올린 수박을 쪼개 한 입 베어 물었다.

라는 구절은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나는 평소에 인망이 두텁고 백성을 헤아릴 줄 아는 리더를 좋아한다. 밑에 사람들을 부릴 줄 알아야 제대로 나라가 선다는 걸 아는 정조는 나에게 하나의 로망같은 존재가 되었다. 게다가 이 구절을 보니 얼마나 호탕하고 털털한지 모르겠다. 위에 선 사람이라고 해서 밑의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다. 정조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배우려고 노력했고 스승으로 모시려고 했다. 게다가 하고 싶은 말을 잘 비유하여 시처럼 뱉어내는 정조의 한마디 한마디가 감동적이었다. 말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치밀한 정치적 면모를 보자면 인내심이 엄청난 사람이었다. 자신의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도대체 몇년을 기다린 것인지를 보면 알 수가 있을 것이다.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 이 책 덕분에 정조, 영조, 정순왕후에 대해서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경영적인 부분이 현실과 맞닿는 내용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조금은 실망했다. 나 스스로 정조에게서 CEO의 자질을 습득해야 하는 걸까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을 예정인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오해를 시작으로 읽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단지 정조의 정치적인 내용과 측근들과 가족들, 거기서 나오는 심리적인 면을 조금 부각시킨 책이라는 점을 알고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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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핀은 매일 조금씩 안녕이라 말한다
게리 스탠리 지음, 최은정 옮김 / 반디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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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중간쯤 읽었을때 나는 제목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리핀은 매일 조금씩 안녕이라 말한다'는 의미는 이중적이었다. 게리부부에게 '안녕'이란 우리나라의 안녕과 같은 이중적의미었다. 'Hi'와 'Bye'의 의미를 가진 안녕이라는 의미는 내 가슴을 흔들어댔다. 당신들도 그 의미를 알게 된다면 이 책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자, 어떤 책인지 한 번 봅시다.

 

책의 겉표지와 같이 '개' 또는 애완동물 혹은 반려동물에 관한 책임을 알 수 있었다. 읽지도 않았는데 왠지 가벼움과 편안함이 느껴지는 이 책은 시작부터 나를 설레게 했다. 평소에 강아지를 엄청 좋아한다. 하지만 부모님은 강아지에게 나는 특유의 냄새가 집에 베긴다고 싫어하시고, 여동생은 어릴때부터 동물공포증이 심각한 상태여서 우리집에서는 애완동물이라고는 제대로 키워본 적이 없다. 있다면 내가 억지로 가져온 햄스터 몇마리와 남동생이 시장에서 사온 몇백원짜리 병아리를 할머니가 베란다에서 키웠던 일이 전부다. 원채 집에서 동물을 반기지 않다보니 햄스터는 금새 죽었었다. 남동생이 어려워하는 나를 위해 아파트 앞 화단에 고이 묻어줬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병아리는 할머니가 젊었을 적에 양계장했던 기억을 살려 벼슬이 쏟아날 정도로 키우셨지만 어느날 아침에 기름이 둥둥 떠진 삼계탕을 나는 보아야만 했다. 물론 입도 댄적이 없다. 그런 나에게 애완견을 키우는 것은 로망과도 같은 일이다. 로망 같은 일을 하는 게리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난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이 책이 벌써 맘에 들어버렸었다. 조금 읽었을 뿐인데, 이 책 내 맘에 쏙들어오는 문구가 있었다. 게리의 아버지가 게리에게 한 말이었다. "너는 네가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처럼 될꺼다. 그러니 친구를 신중하게 선택하도록 해라." 평소에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말들이 적혀있었다. 이것은 친구를 가려서 사귀라는 말이 아니다. 사람은 주위 환경에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이다. 친구라는 것도 사실은 부모님과의 관계부터 시작하여 어릴 때부터 간직해온 내 모습과 비슷한 친구를 만나게 되는 것 뿐이다.

 

그리고 조금 더 읽다보니 또 마음에 구절이 보인다. "세상에는 달랠 수 있는 상실과 달랠 수 없는 상실이 있다. 달랠 수 있는 상실은 점차 극복해 나갈 수 있지만 달랠 수 없는 상실은 평생 살아가면서 고스란히 견뎌내야 한다." 이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교과서가 아닌 이상 책에 줄을 긋거나 표시를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노란형광 색연필과 포스트잇으로 표시를 안할 수가 없었다. 하지 않으면 놓칠 것 같은 문장들이 속속 보이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오랜만에 포스트잇을 꺼내어 약 10군데에 깔끔하게 붙혔다.

 

반려동물, 거의 개와 함께 했던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는 책이다. 그들과 생활하고 느끼며 일어났던 일들을 적어놨다. 그리고 그들과 생활하면서 있었던 사소한 일들로부터 크나큰 의미를 이끌어내어준 예쁜 책이다. 그리핀과 다시 만날 상황에 놓였지만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얘기했다. "단지 미래의 고통이 두려워서 현재의 사랑을 놓치고 싶지는 않아." 나에게는 감동 그자체였다. 사실은 나 역시 얼마전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재의 사랑에 대해서 고민했었다.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친구가 얘기해줬다. 뭘 그렇게 두려워하냐고, 니가 이제껏 경험해왔던 것이 두려운거냐고, 그리고 친구는 그렇다고 너 지금 그 마음을 포기할꺼니?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피할꺼니? 라고 얘기했다. 나는 당연히 No를 외치며 내 마음을 굳혔다. 현재의 내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고 앞으로 오지 않은 미래는 두려워하지 않고 힘차에 나아가리라 생각했다. 그때의 기억을 다시금 생생하게 기억시켜주었다.

 

이 책 정말 예쁜 책이다. 주옥같은 예쁜 글들이 담겨있다. 왜 고민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쉽게 읽히고 이렇게 나에게 스며들듯이 잦아드는 위트와 감동이 있는 이책. 편안하게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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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신발 - 아버지, 그 진달래꽃 같은 그리움
박원석 지음 / 소금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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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때부터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막내고모 이후로 없던 첫 아기여서 할머니뿐만 아니라, 삼촌들, 고모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랐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는 할머니와 같이 살기 시작해서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나 마찬가지인 우리 할머니.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부모님과 할머니가 머리 속에 떠나지 않았다. 저자는 아버지의 일기 덕분에 아버지의 일생을 알게 됐다고 하는데, 나는 우리 부모님의 일생에 대해서는 술 한 잔 하며 가르쳐 주신 것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할머니는 대학교 '노년심리학' 수업때 노인의 일생을 인터뷰하고 심리학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수업 덕분에 대략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아버지의 일생을 알게되는 걸 보니, 나 역시 우리 부모님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유아기와 청년기를 보냈었는지가 궁금해졌다. 조금 더 내가 연륜이 들고 부모님과 술 한 잔 곁들일 때 더 많은 얘기를 들을 날이 올 것 같다.

 

『아버지의 신발』을 읽기 전에 사실 지루하진 않을지, 앞에 읽었던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책처럼 억지 울음을 자아내지는 않을지 걱정을 하며 책을 넘겼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억지 울음따윈 없었다. 진정으로 작가는 마음으로 글을 썼고 눈물로 글을 썼다. 보는 내내 가슴깊숙한 곳에서 북받쳐오르는 울음을 참아가며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 그 진달래꽃 같은 그리움을 절절하게 그려냈고 마음을 울리도록 써낸 이 책은 나의 부모님과 할머니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저자는 이 책을 2판을 내면서 작가의 이름을 들어냈다. 첫 판에는 아버지의 얘기를 쓰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죄책감이 겹쳐서 도저히 이름을 밝힐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주변인들의 말로 인해, 이렇게 이름을 밝히게 됐다고 한다. 『아버지의 신발』은 저자와 아버지의 이야기와 아버지가 남긴 일기를 바탕으로 저자의 아버지의 일생을 담은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보는 내내 어떻게 이런 분들을 내가 알게 됐는지 너무나 감사하다는 생각을 몇번이나 했다. 저자는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존경한다고 했지만, 저자 또한 그 성품이 남다르지 않다는 것은 남동생이 군대에서 다쳤을때의 처신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 감동을 위해 자세한 내용은 얘기하지 않겠으나 그의 마음 씀씀이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게 아닌가 한다.

 

저자의 아버지는 너무나도 아이들을 좋아했다. 아이의 코가 흘러나오면 헐까봐 혀도 핥아내 닦아내고 그것마저도 아깝다며 뱉지않고 삼키셨다. 정말로 아이들을 사랑해서 길 가다가 어린 아이들만 보면 앉고 얼굴을 비비고 뽀뽀를 하곤 했다고 한다. 아이 사랑이 정말 다른 분들과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들이 많았다. 그가 교직에 30년간 있으면서 아이들을 위해 공부를 가르치고 집에 찾아가 새벽 수업도 하고 주말마다는 청소 점검도 하였다. 점심시간이면 꼭 아이들과 교실에서 먹었고, 아이들이 싸온 도시락 중 가장 못싸온 도시락과 자신의 도시락을 바꿔먹었다고 한다. 그걸 30년 내내 하셨는 분이니 어찌 그 성품을 한마디로 일축할 수 있겠는가. 나는 또한 저자의 아버지의 징집생활에서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곧은 성품으로 인한 복이라고 밖에 못하겠다. 그 외에도 고무신에 이름을 써넣은 일들 하며, 아버지의 일생은 높고도 높아 우러러보였다.

 

나 역시 저자처럼 저자의 아버지 같은 곧은 성품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수 없이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 보지 않으면 쉬게 되고 농땡이를 피게 되는 건 내 성품이 그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이겠지만 언제나 노력하고자 하는 건 이러한 분들이 있기 때문에 나 또한 닮고자 한다. 이 책을 보는 내내 부끄러움이 너무나 들어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하는 것, 노력한다고 하는 것들이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정말 아버지의 그리움의 절절함과 그 아버지의 강직하고 곧은 일생을 담은 이 책은 그 어떤 누구에게라도 추천함이 모자르지 않다. 마음이 충만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아버지의 신발』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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