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신발 - 아버지, 그 진달래꽃 같은 그리움
박원석 지음 / 소금나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어릴때부터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막내고모 이후로 없던 첫 아기여서 할머니뿐만 아니라, 삼촌들, 고모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랐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는 할머니와 같이 살기 시작해서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나 마찬가지인 우리 할머니.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부모님과 할머니가 머리 속에 떠나지 않았다. 저자는 아버지의 일기 덕분에 아버지의 일생을 알게 됐다고 하는데, 나는 우리 부모님의 일생에 대해서는 술 한 잔 하며 가르쳐 주신 것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할머니는 대학교 '노년심리학' 수업때 노인의 일생을 인터뷰하고 심리학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수업 덕분에 대략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아버지의 일생을 알게되는 걸 보니, 나 역시 우리 부모님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유아기와 청년기를 보냈었는지가 궁금해졌다. 조금 더 내가 연륜이 들고 부모님과 술 한 잔 곁들일 때 더 많은 얘기를 들을 날이 올 것 같다.

 

『아버지의 신발』을 읽기 전에 사실 지루하진 않을지, 앞에 읽었던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책처럼 억지 울음을 자아내지는 않을지 걱정을 하며 책을 넘겼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억지 울음따윈 없었다. 진정으로 작가는 마음으로 글을 썼고 눈물로 글을 썼다. 보는 내내 가슴깊숙한 곳에서 북받쳐오르는 울음을 참아가며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 그 진달래꽃 같은 그리움을 절절하게 그려냈고 마음을 울리도록 써낸 이 책은 나의 부모님과 할머니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저자는 이 책을 2판을 내면서 작가의 이름을 들어냈다. 첫 판에는 아버지의 얘기를 쓰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죄책감이 겹쳐서 도저히 이름을 밝힐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주변인들의 말로 인해, 이렇게 이름을 밝히게 됐다고 한다. 『아버지의 신발』은 저자와 아버지의 이야기와 아버지가 남긴 일기를 바탕으로 저자의 아버지의 일생을 담은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보는 내내 어떻게 이런 분들을 내가 알게 됐는지 너무나 감사하다는 생각을 몇번이나 했다. 저자는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존경한다고 했지만, 저자 또한 그 성품이 남다르지 않다는 것은 남동생이 군대에서 다쳤을때의 처신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 감동을 위해 자세한 내용은 얘기하지 않겠으나 그의 마음 씀씀이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게 아닌가 한다.

 

저자의 아버지는 너무나도 아이들을 좋아했다. 아이의 코가 흘러나오면 헐까봐 혀도 핥아내 닦아내고 그것마저도 아깝다며 뱉지않고 삼키셨다. 정말로 아이들을 사랑해서 길 가다가 어린 아이들만 보면 앉고 얼굴을 비비고 뽀뽀를 하곤 했다고 한다. 아이 사랑이 정말 다른 분들과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들이 많았다. 그가 교직에 30년간 있으면서 아이들을 위해 공부를 가르치고 집에 찾아가 새벽 수업도 하고 주말마다는 청소 점검도 하였다. 점심시간이면 꼭 아이들과 교실에서 먹었고, 아이들이 싸온 도시락 중 가장 못싸온 도시락과 자신의 도시락을 바꿔먹었다고 한다. 그걸 30년 내내 하셨는 분이니 어찌 그 성품을 한마디로 일축할 수 있겠는가. 나는 또한 저자의 아버지의 징집생활에서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곧은 성품으로 인한 복이라고 밖에 못하겠다. 그 외에도 고무신에 이름을 써넣은 일들 하며, 아버지의 일생은 높고도 높아 우러러보였다.

 

나 역시 저자처럼 저자의 아버지 같은 곧은 성품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수 없이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 보지 않으면 쉬게 되고 농땡이를 피게 되는 건 내 성품이 그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이겠지만 언제나 노력하고자 하는 건 이러한 분들이 있기 때문에 나 또한 닮고자 한다. 이 책을 보는 내내 부끄러움이 너무나 들어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하는 것, 노력한다고 하는 것들이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정말 아버지의 그리움의 절절함과 그 아버지의 강직하고 곧은 일생을 담은 이 책은 그 어떤 누구에게라도 추천함이 모자르지 않다. 마음이 충만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아버지의 신발』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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