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의식 토라 시리즈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지음, 박진희 옮김 / 황소자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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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변호사, 여자 작가. 앞에 '여' 붙이고 싶지 않지만, 이 시리즈가 여자 작가가 쓴 여자 주인공 변호사가 이끄는 거라는걸 말해야 한다고. 남자 작가가 쓴 남자 탐정이 나오는 미스터리 시리즈가 2394193586개 있는 만큼, 잘 쓰여진 여자 작가의 여자 탐정이 나오는 미스터리 시리즈 너무 소중하니깐. 


그 외에도 에를렌두르 이후 오랜만에 보는 아이슬란드 배경의 시리즈라서 반갑다. 자극적인 범죄로 시작하지만, 잔인함을 위한 잔인함이 아니라서 소설에 맘껏 몰입할 수 있었다. 끔찍한 모습으로 대학에서 발견된 독일에서 유학 온 할랄트의 사건을 조사하 기 위해 독일의 부모가 선임한 매튜라는 변호사와 아이슬란드의 현지 일을 매끄럽게 하기 위한 토라가 팀을 이루어 사건을 재조사 한다. 


극단적인 피어싱과 신체변형을 취미로 삼고, 마술/마법에 심취했던 피해자의 주위를 조사하면서 16세기 마녀사냥 이야기들이 나온다. 유럽 배경의 이야기들인데,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랑 함께 읽으면 더 실감난다. 인간이 인간으로 여겨지지 않고, 그 중에서도 여자는 뭘까 싶을정도로 끔찍한 마녀사냥. 마녀사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책에서 현대를 사는 주인공이 과거의 끔찍한 여성혐오에 대해 인지하는 장면을 보니 (게다가 배경은 아이슬란드!) 여자가 사람이 아니었던 시대가 더 와닿았다. 특이하게도 아이슬란드에서는 유일하게 마법/마술은 남자가 하는 걸로 여겨져 화형을 당했던 마법사?가 대부분 남자였다고 한다. 


변호사가 주인공이다보니, 경찰 캐릭터는 약하다. 

이혼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두 아이를 돌봐야 하는 워킹맘으로서의 생활감 느껴지는 이야기들도 좋다. '부스러기들'이 먼저 번역되었는데, 다음번 책에서 이 아이들 이야기가 더 나올지 궁금하다. 

외모 이야기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키가 크다는 것만 언급 되었을 뿐인 것도 맘에 든다. 


미스터리가 워낙 남성 중심의 이야기라 멋진 여자 캐릭터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맘에 드는 시리즈가 나왔고, 번역 평도 좋다. '부스러기들'도 엄청!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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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기슭 새벽의 하늘 십이국기 8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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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생했던 다이키가 또 죽을 고생 하고, 십이국기 내내 등장인물들이 늘 힘들었지만, 더 더 힘들었던 8권이다. 다음 권이 언제 나올지 기약 없다고 하지만, 십이국기에 나오는 선량하고 훌륭한 성장해나가는 인물들을 생각하면, 미래의 희망 있는 현재를 보여주며 마무리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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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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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넘는, 9천 일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별다른 희망도 없이 그저 애쓰거나 일한다는 느낌으로 공허한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갔다. 그중 많은 나날들이 죽은 나무에 매달린 마른 잎들처럼 종작없고 따분했다. 


내 가장 큰 행복과 가장 큰 절망의 원천이 될 그 소년에게 처음 눈길이 멈췄던 것이 어느 날 어느 때였는지를 나는 지금도 기억할 수 있다. 그것은 내 열여섯 번째 생일이 지나고 나서 이틀 뒤, 하늘이 잿빛으로 흐리고 어두컴컴했던 독일의 겨울날 오후 3시였다. 



아름다운 소설을 읽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에 늘 감동한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가 떠올랐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책에 쓰여지지 않은 이야기들, 주인공의 선택과, 선택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포기, 혹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이 책에 쓰여진 것만큼이나 선연하게 다가와서 종이에 쓰여진 것보다 더 강하게 가슴을 친다. 


단편도 아니고, 장편도 아닌, 노벨라, 중편 소설이다. 1930년대 초반, 히틀러가 태동하기 직전에 인생의 한 사람을 만난 소년의 이야기이다. 역사책을 이미 읽어버린 우리는 유대인이었던 소년과 유명한 독일 귀족가 아들의 우정의 결말을 알 것 같다. 이 시기의 이야기들은 많이 읽은 것 같지만, 근래 읽었던 'Hhhh'와 이 책 '동급생'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책의 첫 페이지를 읽으면서부터 한숨이 나기 시작했다. 동급생이었던 두 소년이 좋아했던 독일 고전 문학의 한 장면 같다. 아름다운 문장들과 중편의 속도감을 만끽할 수 있다.


책의 여운이 길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오랜만에 소설의 아름다움, 소설이 마음에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큰가 생각하게 된다. 


본문부터 읽기 시작하고, 서문 두 개와 옮긴이의 말은 나중에 읽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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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히말라야 씨
스티븐 얼터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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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친애하는 히말라야 씨, 원제는 Being a Mountain 이다. 

Himalayan Journeys in Search of the Sacred and the Sublime  까지 

제목을 봐도, 책소개를 봐도 산에 오르는 이야기이다. 거기에 '치유의 여정'이라는 문구가 더 해진다. 
안팎으로 갑갑해서 미국인 남성이 쓴 자연 자연 산 산 같은 이야기 잘 안 읽히지 싶었는데, 

인도에서 태어나 인도에 사는 미국인이다. 산 이야기를 하나 싶었더니, 아내와 함께 있는데, 강도가 들이친 이야기를 고통스러울 정도로 자세하게 풀어낸다. 


둘 다 죽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일 정도로 맞고, 칼로 여러군데 치명상을 입었고, 내상과 외상을 입었다. 둘은 끝까지 칼 든 강도들 앞에서 싸우고, 남자는 피투성이로 집 밖으로 나와 이웃에 도움을 청하게 된다. 


고통스럽고 불안한 재활의 시간을 보내던 중, 산책하러 오른 뒷동산의 정상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보고, 히말라야에 가면 치유될 것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죽음의 고비를 넘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 가족 중에 죽음을 가까이 느꼈던 이가 수술 후 반년도 안 되어 마라톤 풀코스를 뛰겠다고 지독하게 훈련하고, 대회에 나가 완주했던 것을 기억한다. 나라면 책을 읽을 것 같다. 아주 많이. 저자에겐 '산'이었다. 


산을 오르는 에세이..라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동기가 서술이 되고, 잘 모르겠지만, 잘 몰라서 낯설지만, 인도에서 살며 가까이 느낀 '자연'에 대한 '산'과 '산에 사는 동물, 식물' 들에 대한, 그리고, 그 산에 올라 자연의 일부분으로 산이 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흔할 것 같은 이야기인데, 어떤 이야기일지 너무 짐작 가능할 것 같은데, 저자의 이력이나, '인도'라는 장소, '산'을 오르게 된 동기 같은 것들이 독특하다. 


산을 올랐다. 내려왔다. 이런 이야기도 아니다. '걷기' 에 대한 이야기, '명상'에 대한 이야기, 걸으며 명상하는 이야기도 있다. 렁곰수행이라고, 무아지경으로 걷는 수행이라고 한다. 자연과 교감하는 이야기, 산의 신(난다 데비 여신)이야기, 등등 


수 많은 레퍼런스 들이 끝도 없이 쏟아진다. 쉬이 읽히지 않는다. 책을 읽는 일이 산에 오르는 일처럼 수행이려나.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서, 그 중에는 지금의 나와 밀접하게 관련된 이야기들도 있다. 독자에 따라 크게 다르게 읽힐 수 있는 책일 것이다. 밑줄긋기들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치유 산행. 으로 읽고 덮게 되지 않고, 많은 것들이 지나쳐 가지만, 인상 깊은 몇몇과 함께, 한 권의 치유와 명상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나는 잃어버린 것들을 찾기 위해 산에 오른다. 산에서 발견하는 것 중에는 내가 애초에 소유하지 않았던 물건, 그 곳에 가지 않았다면 떠오르지 않았을 생각이나 이미지, 나 혼자서는 결코 얻지 못했을 경험도 있다.

잃어버린 것은 잊힌 게 아니라 다른 것으로 형태를 바꾸었을 뿐이다.

치유는 일종의 여정이라서, 저 멀리 아득한, 닿을 수 없는 정상을 향해 고독 속에 느릿느릿 오르는 행위와 같다. 여정을 다 마친 후 남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이야기하는 행위 자체가 일관성과 시간적 순서를 부여해준다. 그러나 여행중 육신과 정신이 스스로 치유하는 동안에는 분명한 일정이란 없다.

산에서 두려움을 느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나는 묻는다. 라투는 의자에 등을 붙이고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한다.

"사람은 겁이 날 때 당장 눈 앞에 닥친 위험도 물론 생각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까도 걱정하기 마련이지. 두려움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 당장할 일,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걸세. - 로프를 찾고, 클립을 채우고, 산을 타고 내려가는 거야.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혀선 안 돼."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라투는 이렇게 덧붙인다.
"살겠다는 의지가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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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불량품이 된 것 같고, 아주 게으르고 쓸모없고 귀엽지도 않은 짐승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어제의 애인은 연애초반처럼 스윗했다. 이것저것 맘쓸일이 많아 평일 데이트 피곤해서 잘 안 하는데, 내가 동굴 속에 기어 들어가 우울해하고 있으니 '히든 피겨스' 보자고 끌고 나왔다. 영화 보는 내내 손 잡아 주었다. 지난 번에 영화 봤을 때는 손 한 번 안 잡았는데(라는 걸 기억하고 있음) 유명한 곱창집에 가려다 웨이팅마저 길어서 돌아다니다 투다리에 갔다. 십몇년만이야. 하며 투다리 스러운 메뉴에 반갑다. 하며 소주 두 병을 마셨다. 애인 만나기 전에는 소주 마시면 늘 국물 있는거랑 같이 마셨고, 알탕,오뎅탕,계란탕 이런게 단골메뉴였다. 그리고, '은행' 은행 꼬치를 좋아한다. 알탕과 은행꼬치와 되게 맛없는 모래집볶음(그래도 잘 먹음)까지 맛있었고, 조명도 예뻤고, 분위기가 참 좋아서 즐거웠다. 

나의 기분은 애인의 기분에 상당히 많이 좌우하기에, 기분은 올라왔는데, 마음 한구석은 동굴속에서 책이나 읽었으면. 하고 있다. 근데, 사실, 이게, 내가 지금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 혼자 있는 집, 혼자 있는 작업실에서 책.. 진짜 많고, 도서관카드도 있고. 왜 이렇게 무기력한걸까.. 동굴속에서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들은 좋아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재미있는 시리즈물이다.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의 변호사 토라 시리즈. 미스터리 공식에 충실하게 재미있는데, 거기에 더한 재미로 아이슬란드의 워킹맘을 보라.


나 작가 이름도 외움. 어떻게 외우면 쉬운지 누가 알려줬다.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에서 도티르를 따로 외우면 좀 잘 외워진다. 







올리퍼 푀치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거지왕>까지 읽었는데, 어느새 두 권 더 나왔다.

<중독된 순례자들>과 <밤베르크의 늑대인간> 

사형집행인이 주인공이긴 한데, 사형집행인의 딸도 당연히 중요인물로 나오고, 사형집행인 못지않게 터프하다. 그러고보니, 위에 시리즈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여자들이 주역으로 나오는 시리즈네. 둘 다 영미권 소설도 아니고. 내가 읽는 추리소설들에서 영미권과 일본이 90프로를 차지하는데 그렇다. 


그러나, 여기에 덧붙일 시리즈는 잭 리처 시리즈지 뭐. 남자 중의 남자 잭 리처. 하하 

처음에 가장 좋아했던 시리즈는 스카페타 시리즈였는데, 어디까지 읽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신간 중에 무척 땡기는 책들이다. 네 권 모두 예약판매다. 페터 회, 줌파 라이히에 오바마가 올해의 소설로 꼽은 운명과 분노, 그리고, ost가 완전 땡기는 비밀은 없다 각본집까지 


<운명과 분노> 재미있겠다고, 완전 읽고 싶다고 했더니, 애인이 도서관 신청하면 되겠다. 고 단호박. ㅎㅎ 

내가. 어쩌다. 별거별거 다 해줘도. 책은 내 적립금으로도. 사면. 안된다는. 애인을. 만난건가요. 


좀 전투적으로 책을 읽고 싶다고, 늘 생각한다. 책만 열심히 읽고 싶다고. 

내 문제가 뭘까. 난 요즘 질풍노도중인데, 아, 씨, 빨리 생리나 시작해라. 


책읽는거 진짜 습관인데, 그리고, 한 번 해봤던 사람이 더 잘하는 거기도 하고. 책읽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는건, 뭔가 잡다한 것에 신경 분산 시키지 않고, 집중하고 싶다. 빠져들고 싶다. 는 마음의 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다. 

이제 그만 책 읽어야지. 


프렌즈팝 한 판만 하고(그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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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9 21: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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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9 12: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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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1 08: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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