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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히말라야 씨
스티븐 얼터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친애하는 히말라야 씨, 원제는 Being a Mountain 이다.
Himalayan Journeys in Search of the Sacred and the Sublime 까지
제목을 봐도, 책소개를 봐도 산에 오르는 이야기이다. 거기에 '치유의 여정'이라는 문구가 더 해진다.
안팎으로 갑갑해서 미국인 남성이 쓴 자연 자연 산 산 같은 이야기 잘 안 읽히지 싶었는데,
인도에서 태어나 인도에 사는 미국인이다. 산 이야기를 하나 싶었더니, 아내와 함께 있는데, 강도가 들이친 이야기를 고통스러울 정도로 자세하게 풀어낸다.
둘 다 죽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일 정도로 맞고, 칼로 여러군데 치명상을 입었고, 내상과 외상을 입었다. 둘은 끝까지 칼 든 강도들 앞에서 싸우고, 남자는 피투성이로 집 밖으로 나와 이웃에 도움을 청하게 된다.
고통스럽고 불안한 재활의 시간을 보내던 중, 산책하러 오른 뒷동산의 정상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보고, 히말라야에 가면 치유될 것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죽음의 고비를 넘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 가족 중에 죽음을 가까이 느꼈던 이가 수술 후 반년도 안 되어 마라톤 풀코스를 뛰겠다고 지독하게 훈련하고, 대회에 나가 완주했던 것을 기억한다. 나라면 책을 읽을 것 같다. 아주 많이. 저자에겐 '산'이었다.
산을 오르는 에세이..라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동기가 서술이 되고, 잘 모르겠지만, 잘 몰라서 낯설지만, 인도에서 살며 가까이 느낀 '자연'에 대한 '산'과 '산에 사는 동물, 식물' 들에 대한, 그리고, 그 산에 올라 자연의 일부분으로 산이 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흔할 것 같은 이야기인데, 어떤 이야기일지 너무 짐작 가능할 것 같은데, 저자의 이력이나, '인도'라는 장소, '산'을 오르게 된 동기 같은 것들이 독특하다.
산을 올랐다. 내려왔다. 이런 이야기도 아니다. '걷기' 에 대한 이야기, '명상'에 대한 이야기, 걸으며 명상하는 이야기도 있다. 렁곰수행이라고, 무아지경으로 걷는 수행이라고 한다. 자연과 교감하는 이야기, 산의 신(난다 데비 여신)이야기, 등등
수 많은 레퍼런스 들이 끝도 없이 쏟아진다. 쉬이 읽히지 않는다. 책을 읽는 일이 산에 오르는 일처럼 수행이려나.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서, 그 중에는 지금의 나와 밀접하게 관련된 이야기들도 있다. 독자에 따라 크게 다르게 읽힐 수 있는 책일 것이다. 밑줄긋기들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치유 산행. 으로 읽고 덮게 되지 않고, 많은 것들이 지나쳐 가지만, 인상 깊은 몇몇과 함께, 한 권의 치유와 명상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나는 잃어버린 것들을 찾기 위해 산에 오른다. 산에서 발견하는 것 중에는 내가 애초에 소유하지 않았던 물건, 그 곳에 가지 않았다면 떠오르지 않았을 생각이나 이미지, 나 혼자서는 결코 얻지 못했을 경험도 있다.
잃어버린 것은 잊힌 게 아니라 다른 것으로 형태를 바꾸었을 뿐이다.
치유는 일종의 여정이라서, 저 멀리 아득한, 닿을 수 없는 정상을 향해 고독 속에 느릿느릿 오르는 행위와 같다. 여정을 다 마친 후 남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이야기하는 행위 자체가 일관성과 시간적 순서를 부여해준다. 그러나 여행중 육신과 정신이 스스로 치유하는 동안에는 분명한 일정이란 없다.
산에서 두려움을 느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나는 묻는다. 라투는 의자에 등을 붙이고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한다.
"사람은 겁이 날 때 당장 눈 앞에 닥친 위험도 물론 생각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까도 걱정하기 마련이지. 두려움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 당장할 일,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걸세. - 로프를 찾고, 클립을 채우고, 산을 타고 내려가는 거야.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혀선 안 돼."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라투는 이렇게 덧붙인다. "살겠다는 의지가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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