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노사이드가 워낙 임팩트 있었어서,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간에 흥분했는데, 기억났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재미 없어서 읽었지만 기억도 안 나는 그 외 작품들.

<13계단>과 <제노사이드> 외의 다른 작품들, <그레이브 디거>, <유령 인명 구조대>,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는 재미는 있지만,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아니었던 거. <KN의 비극>도 후자에 들어갈듯하다.

 

쨌든, 재미만은 있어서 새벽에 폈다가 으시시으시시 하면서 밤을 꼴딱 새긴 했다.

 

어떤 느낌이냐면, 다카노 가즈아키 책인데, 기시 유스케 같은 거. 기시 유스케는 좀 재미 없어도 내가 애정하는 작가라 좋은데, 다카노 가즈아키는 그 정도는 아니라서, <제노사이드> 후에 읽은 책이라 약간 실망.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여자들과 아이를 지우고 싶어하는 남자들과 정신과/산부인과 의사. 로 요약될 수 있는 미스터리라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자는 집 앞 노점상에서 원예종으로 개량된 철쭉 종류의 작은 화분들을 팔고 있는걸 보고 가격을 묻는다.

여기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다 귀엽고 사랑스러워 전문을 옮겨본다.

 

작은 것은 5천원, 조금 큰 것은 8천원 이라고 했다. 아직 꽃봉오가 벌어지지 않고 있어 정확히 어떤 꽃 모양일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충 연분홍일 것 같아 8천원을 주고 제일 큰 화분을 골라잡았다.

 

주인은 내가 선뜻 산다고 돈을 주니까 "돈을 더 받아야 하는데 처음에 값을 싸게 잘못 불렀으니 할 수 없다"고 그냥 가지고 가라고 했다. 화분을 안고 오는데 싸게 산 것 같아 기분이 좋으면서도 왠지 주인한테 미안한 마음이 찜찜하게 남는다.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을 갖다 놓고 물을 충분히 준 다음, 매일 아침마다 꽃봉오리가 얼마나 벌어졌나 살폈다. 이 꽃은 어떻게 꽃봉오리를 피울까?

 

지난주에 시부모님 댁에 있는 철쭉을 보니 꽃송이가 백 개는 넘게 피어 있었는데 그 색깔이 예술이었다. 흰색 바탕 꽃잎에 살구꽃 색의 무늬가 그라데이션으로 새겨진 겹꽃이다. 어머님께서 해마다 꽃이 피면 꽃송이를 세시면서 애지중지 즐기시는 철쭉이다. 올해는 140송이가 피었다고 자랑하시며 당신이 콩쿨을 해드시고 그걸 부신 물을 중 이렇게 꽃이 잘 핀다고 나름대로 비결까지 일러주신다.

 

아버님께서 몇 년 전에 트럭에 싣고 다니는 노점상에서 사 왔다고 하시는데 품종은 잘 모르겠지만, 꽃이 귀티가 나서 탐이 나는 화분이었다.

 

 

며칠 전 드디어 내가 사 온 철쭉의 꽃봉오리가 벌어지며 꽃잎이 풀려 드러나는데 보니 어머님 댁에 있는 것과 똑같은 품종이었다. 매우 기뻐 남편을 불러 보여주며 마치 자랑스러운 일을 해낸 듯 뿌듯해했다. 키가 50센티미터도 될까 말까 하는데 꽃송이가 무려 70송이는 되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거의 모든 꽃봉오리들이 다 벌어져 살구꽃 색깔이 나는 꽃잎을 펼치고 일제히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8천원을 주고 산 화분 하나가 이리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아직도 2주는 더 피어 있을 테고, 물만 잘 주면 해마다 또 볼텐데 그 8천원이 너무 싼 것 같아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 저 만큼 키우느라 수고한 농부나 그걸 떼다가 차에 싣고 다니면서 팔아준 화초장사 아저씨가 금전적으로 밑지지는 않겠지만 화초가 주는 기쁨과 행복감에 비하며 말도 안 되게 싼값에 거래된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수수한 식사라도 밥 한 끼에 7,8천원은 줘야 밖에서 먹을 수 있는데 두고두고 볼 수 있는 화분 하나에 8천원이라니 갑자기 분한 생각이 다 드는 것이다. 그걸 싸게 샀다고 좋다고 들고 들어온 내 꼬락서닏 지금 생각하니 참 철없는 짓이었다.

"얼마를 더 드리면 되겠어요?"라고 당연히  물어보고 돈을 더 주었어어야 하는데..... 철쭉은 제가 어마에 팔렸는지도 모르면서 마냥 방긋거린다.

 

한 3년 전쯤인가 운전하고 길을 가다가 도로변에 있는 나무 파는 농원에서 키가 큰 자생종 철쭉을 발견했다. 흰색에 가까ㅜㄴ 창백한 분홍빛이 도는 자생철쭉의 꽃잎은 보고 도 보아도 질리지 않는 우아하고 소박한 색이다. 마치 옛날 순박하고 아리따운 산골 ㅊ녀를 연상시킬 만큼 맑고 고아하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수형이 잘 다듬어진 철쭉을 만나면 수목원 고향집정원에다 사다 심어야겠다고 맘먹고 있었는데 마침 꿈에 그리던 그 철쭉을 만난 것이다.

 

차를 세우고 값이 얼마냐고 물으니 나무 하나에 한 장만 달라고 한다. 그래서 "백만원이요?" 물으니 "아주머니 나무 사본 적 있는 사람이요? 한 장이 천만원이지 백만원이 어디 있소" 그러고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생각보다 열 배는 비싸니 두 번 다시 말도 못 붙이고 돌아와서 남편에게 그 나무를 사 달라고 졸랐다. "가서 흥정을 해보고 한 500만원만 하면 아깝지 않으니, 내 평생에 당신한테 다이아몬드 반지 한 번 받아본 적 없으니 반지 해줬다고 생각하고 그 나무를 사 달라"고 간청했다.

 

남편은 언제 지나는 길에 들러보겠다고 약속했고, 며칠 뒤에 그 나무를 보고 왔다. 개발이 되는 산에서 벌채를 했을 철쭉하나에 500만원은 너무 남겨 먹는다고 생각했는지 남편은 뜸을 들이다가 두 그루에 얼마면 사겠다고 흥정을 했단다. 업자는 절대 안 되는 가격이라고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다가 며칠 뒤 그 농원을 가봤더니 나무가 없어져버렸다.

 

얼마에 팔렸는지는 모르지만 500만원 이상 되는 가격에 팔렸을 것이다. 아쉽고 허탈했지만 천만 원을 주고 관목을 살 수는 없는 형편이라 그냥 체념해버리기로 했다. "자생 철쭉은 산에 가서 보면 되지"라고 애써 위로하면서....

 

그래도 해마다 철쭉이 피는 계절이 돌아오면 다른 데로 팔려간 그 철쭉이 눈에 아른거린다. 균형 있게 잘 퍼진 가지들에 수백송이의 철쭉꽃을 두르고 수줍은 듯 연분홍 눈웃음을 치던 그 황홀했던 자태가 자꾸 떠오른다. 다시 한 번 남편을 졸라 구해 오라고 이번엔 으름장을 놓을까 보다.

 

그 자생 철쭉은 아닐지라도 거실 베란다에 환하게 핀 저 작은 철쭉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매력이 있다.

'너를 보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스럽단다. 그리고 너를 키워서 나한테 오기까지 애써준 모든 손길에 감사하고 미안하단다'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혹시라도 그 화분 장사를 만나면 단돈 만 원이라도 더 줘야지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노력도 별로 들이지 않고 떼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러 손을 거쳐 수고를 한 화분이 식사 한 끼 값도 안 되는 돈에 팔리기도 하는 세상이 참 공평치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철쭉 꽃송이를 세는 마음, 다이아반지도 한 번 안 해줬으니, 대신 꿈의 철쭉 나무 한그루 사달라 조르는 마음, 감사하고, 수고하는 마음들이 참 예쁘고 사랑스럽다.

 

집에서 지하철까지 가는 길에 아마도 그렇게 농원에서 직접 가져와 노점에서 파는 곳이 두 군데 있다. 수형 예쁜 고무나무나 폴리셔스 등을 보곤 했는데, 앞으로는 그동안은 관심 없었던 철쭉 화분도 눈여겨 볼 것 같다.

 


댓글(2) 먼댓글(1)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세상이 책같지는 않지
    from 책과 고양이와 이대호 2013-06-24 17:17 
    오늘 노점에서 트럭으로 화초파시는 분께 가격 물었더니, 농장 가격까지는 아니라도 시장 가격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동네꽃집 가격이다. 헐; 월세도 안 내면서. 월세도 안 내면서. 농장도, 시장도 다 월세도 내고, 관리비도 내고, 세금도 내고 그러는데.. 포장마차가 전혀 싸지 않다는 걸 발견하고 놀랐던 어렸던 날이 생각나는 오후. 오돌뼈 주먹밥 먹고 싶다. .. 응?
 
 
하이드 2013-06-2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난 사람들이 왜 이렇게 비싸요? 그러면, 그냥 '네, 비싸요' 그런다.

2013-06-23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침고요 정원일기 - 어느 특별한 수목원의 기록
이영자 지음 / 샘터사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원을 가꾼다는 것. 생로병사를 겪어내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인생이란 계절을 보낼 때, 위로받을 수 있는 건, 명품 가방이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다. 내 옆의 반려동물, 내 책상 위의 식물, 가족, 친구. 저자의 진솔함이 와 닿는 정원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 내 취향대로 살며 사랑하고 배우는 법
김경 지음 / 달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이 언니 좀 멋지다. 유일하게 맘에 안 드는건 제목이었는데, 그것은 나의 몹쓸 선입견. 그녀의 취향일 뿐이었다. 멋진 취향. 읽는 내내, 어떻게 이렇게 많이 듣고, 많이 보고, 많이 읽었을까. 흔히 생각하는 패션에디터와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티의 기술
함정임 지음 / 봄아필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침상은 모처럼 유러피안 콘티넨털 스타일로 차렸다. 빵을 굽고, 커피를 만드는 사이, 부엌 창밖으로 보이는 싱그러운 초여름 풍경이 그만 나를 사로잡았다.˝ 오글거림도 느나보다. 저자의 느끼함은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