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정원가기도 너무 지쳐서 늙은 부모에게 정원일을 팽개치고, 잠깐 잠깐 얼굴만 비치고, 삽질하고, 무거운거 옮기고, 얘기 들어주고, 아.. 얼굴만 비치는거 아니고, 삽질하고, 무거운거 옮기고.. 물 주고. 이거 좀 봐라. 이거 좀 봐라. 이게 꽃 잘라주니깐 순이 버럭버럭 올라오고, 하는 아빠 쫓아다니면서 얘기 들어주고..

 

제주는 장마긴 장마인데, 하루 내내 비가 오다말다 하고, 왠일로 바람도 별로 안 불고, 날은 계속 흐려서, 비 오는 시간에는 '하늘이 물 주네' 하고, 마음의 부담을 좀 던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120프로까지는 어째어째 모자란듯 하더라도, 121프로가 되는 순간, 몇가지 일을 하든, 다른 일에 확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121프로든 122프로든 그런 임계점이 사람마다 있는거겠지. 내가 지금 121프로라고. 다행히 비님이 오셔서 정원일의 마음의 부담은 덜하고, 새로운 일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쌈빡하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고, 이걸 과제라고 생각하면, 시간 좀 들이고, 계속 고쳐나가고 하다보면, 그럴듯하게 될 것 같은데, 잘하고 싶은 욕심이 크지만, 사실, 목표는 완성이다. 혼자 하는 일 아니라서, 내가 힘내는건 이만큼 힘내더라도, 같이 하는 사람이 나 포기하지 말고, 끈질기고 집요하게 힘내줬음 하는 수동적 ... 쓰다보니 개웃겨서 막 혼자 피식거리게 되네. 뭘 바라는거야. ㅎㅎ

 

여튼, 약간 머리 팽팽 돌아가고, 오늘 알바 안 가고, 비 오고, 아침에 커피 마시고, 고양이 쓰담쓰담하고, 책구경하러 알라딘 들어왔다.

 

 

  캐머스 데이비스 <칼을 든 여자>

 

고기를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 사이 중간지대를 찾아 나선 어느 도축사 이야기. 동물이 접시 위에서 생을 다할 때까지 거치는 모든 과정을 되도록 가까이에서 지켜보려는 어느 도축사의 집념 어린 다큐멘터리. 잡지의 라이프스타일 지면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최고의 삶을 사는 방법을 조언하면서 10년의 시간을 보내다 환멸을 느낀 저자는 자의 반 타의 반 직장을 그만두고 도축과 정형을 배우러 프랑스 가스코뉴로 간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고기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좋은 삶을 살았고, 좋은 죽음을 맞았다 말할 수 있을까? 동물의 사체를 눈앞에 두고 죽음과 음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어느 한순간도 외면하지 않는 저자의 태도에서 우리는 우리 대부분이 외면해온 육식의 본질에 다가서려는 시도를 발견한다. ‘기르고, 죽이고, 먹는’ 모든 행위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자신의 경험을 재료 삼아 저자가 차려낸 식탁은 풍부하고, 흥미로우며, 무엇보다 숨김없이 사실적이다.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들 앞에 놓인 접시를 스스로 바라보게 만드는 책.  

 

 

라이프스타일 잡지 편집자였다가 프랑스로 건너가서 도축업을 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다. 동물권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고, 재미있을 것 같다. 리뷰 보다보니, 왜 제목 Killing it 인데, 여자 그림 표지에 제목 자극적으로 바꿔서 페미니즘에 얹혀가냐는 글이 나온다. 아니. 여자가 주인공이고, 남초인 일터에서 여자가 일하고, '라이프스타일잡지'에서 일하다가 '도축업'을 하게 된 건 충분히 넘치게 페미니즘이다. 비건이 되지는 못하지만, 좀 덜 먹고, 덜 전시하고, 동물권에 신경쓰고 싶지만, 그렇다고 적나라한 글들을 볼 자신은 없었는데, 이 책이 시작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여자 이야기니 금상첨화

 

 

  김애리 <열심히 사는 게 뭐가 어때서>

 

김애리 에세이. 소확행, 워라밸, 욜로… 다 좋다. 애쓰지 않고, 마음을 내려놓고, 나만 생각하고, 대충대충 하자고? 이것도 좋다. 그런데 정말 이대로 괜찮겠어? 열심히 사는 게 그다지 멋있지도,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는 세상이 도래하였다. 언젠가부터 일에 몰입하는 사람, 땀 흘리는 사람, 노력하는 사람을 한심하게 보거나 비하하는 분위기다. 진정한 '열심'의 의미를 몰라서다.

자신에게 떳떳한 삶,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누구나 열심히 산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다른 사람들의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나답게 행복하고, 내 식대로 성공하며, 마음대로 꿈꾸면 된다. 저자는 말한다. "즐겁게 살고 싶어서 열과 성을 다해 내 인생에 집중합니다."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아. 류의 책들이 지겹게 나오니, 이제 열심히 사는게 뭐가 어떻냐는 책이 나온다.

열심히 사는 것이 무언가 잠깐 생각했다. 열심히 사느라 지친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하는데, 열심히 산 것이 자의였을까, 타의였을까. 학교생활.. 취준, 회사생활. 자의로 열심히 살아서 그렇게 힘들었던걸까? 그 자의가 정말 자의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늘 내뜻대로 살았(다고 믿고 있)지만. 열심히 안 살았군.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오력을 하면서.

 

P. 91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이 늘 그대로였다면, 아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나빠진다는 생각만 든다면 그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열심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 ‘’열심히‘에 대한 7가지 오해’ 중에서

 

 

  에일린 보드만 <매일매일 모네처럼>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는 <인상, 해돋이>, <파라솔을 든 여인> 등 걸작을 남겼지만, 그가 스스로 생각한 최고의 작품은 따로 있었다. 바로 1883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보금자리였던 지베르니. 그는 이곳의 집과 정원을 직접 가꾸고 꾸몄으며, 이를 화폭에 옮기곤 했다.

이 책은 아름답고 경이로운 지베르니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자연 가꾸기, 요리, 인테리어를 아우르는 모네의 라이프스타일이 담긴 집과 정원을 둘러보고, 여러분 생활에 모네의 빛과 색, 향기를 어떻게 담을 수 있는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야외 활동 전문가이자 미식가였던 모네가 지금 살아있다면, 우리가 날마다 자연과 좀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 할 것이다. 모네 대신 이 책이 여러분을 좀 더 자연으로 나가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추천마법사에 언젠가부터 추리소설이 빠지고 '원예'가 들어간다. 모네 그림책인데 원예라, 지베르니 정원 얘기겠군! 역시. 

저자가 모네를 너무 사랑해서 모네를 알리려고 Monet's Palate 를 설립했다고 한다. 어머니 헬렌 라펠 보드먼이 지베르니의 모네 집과 정원을 되살리는 일에 최초 미국 대표 자원봉사자였고, 딸도 어머니 따라감. 영화제작자이자 사진작가.

 

P. 171 모네는 채소를 좋아했다.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식탁에서 바로 먹으면서 모네가 얼마나 좋아했을지 상상할 수 있다. 모네는 방울양배추를 가을에 뽑아야 가장 좋다고 우겼다.

 

  마르타 멕도웰 <베아트릭스 포터의 정원>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토끼 '피터 래빗'을 탄생시킨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는 스스로를 여성농부라고 말할 만큼 정원일과 농장일을 사랑했던 사람이다. 베아트릭스 포터가 가꾼 정원과 농장은 무려 500만 평(4000에이커)으로 여의도의 다섯 배가 넘는 크기. 처음에는 힐 톱 언덕의 소박한 집과 땅에서 시작했으나 사랑하는 마을, 언덕과 호수 주변이 개발 위기에 처하자 조금씩 땅을 사들여 꽃과 나무를 심고, 허드윅 양을 키웠다. 그렇게 지키고 돌본 땅은 세상을 떠날 때 모두 환경보호단체인 내셔널 트러스트에 기증했다.

영국 상류층 가정에서 자랐으나 그 시대 여성에게 주어지던 삶의 틀을 조용히 깨고 나와 자신만의 길을 걸었던 베아트릭스 포터. 그 아름다운 삶과 정원, 그리고 사랑 이야기가 베아트릭스 포터가 그린 풍성한 그림, 생생한 사진과 함께 펼쳐진다.

 

정원일 겔름 피운다고 글 앞에 적어두고, 이렇게 정원책 보다보니 맞아맞아! 나도 여성농부! 하게 되는군. 정원일이 내 마음 속 메인이 되고, 시간도 돈도 따라와주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근데, 베아트릭스가 사랑했던 500만평 정원 속으로..라니, 오..오..오백만평이요?

저자가 '글쓰는 정원사' 마르타 맥도웰이래. 멋있다. 글쓰는 정원사

 

  김인선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김인선은 1980년대 말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 등의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이미 뛰어난 문장으로 두각을 드러냈지만, 가세가 기울어 일찌감치 낙향한 이후 평생 빚에 쫓기며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았다. 지난 2018년 김인선이 급환으로 홀연 세상을 떠나자, 평소 그의 글재주를 알고 사랑하던 이들이 슬픔과 함께 안타까움을 느끼며 이 책을 기획했다.

<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는 그의 사후 저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된 산문과 그가 온라인에 남겼던 글, 출판을 계획하고 집필하던 괴담 형식의 글을 선별해 한 권으로 엮어 세상에 선보인, 그의 첫 책이자 마지막 책이다.

작성된 시기에 따라 계절별로 엮은 이 책에는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동식물과 어울려 살아가는 즐거움, 농촌의 인간군상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함께 곤궁한 생활을 버티게 하는 허풍, 삶과 죽음에 대한 독특한 철학, 현실과 꿈의 경계를 뛰어넘는 기이한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다.


그리고 그가 쓴 글에는 부적응자이자 아웃사이더인 동시에 자연 속에서 천진하게 살아가는 사색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꾼, 자신마저 웃음거리로 삼는 탁월한 농담가의 면모가 담겨 있다.

 

책소개는 별로 안 땡기는데,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살이 하는 이야기는 좀 읽고 싶다.

 

P. 59 밭 모양이 농부를 닮는 것 같다. 밭이 캔버스라면 농부는 화가지 싶다. 나는 가끔 동네 밭을 그림처럼 감상하곤 한다. 오이밭, 깨밭, 가지밭, 녹두밭, 배추밭, 총각무밭, 마늘밭. 심은 것 따라 밭 모습이 다르다. 분위기도 다르다. 또 그 밭 임자 따라 같은 것을 심더라도 밭 분위기가 다르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다르고 저녁 어둠이 내리는 모습이 다르다. 같은 풍경을 그려도 화가마다 구도가 다르고 빛깔이 다르고 붓질이 다르듯이.

P. 89 오이가 어떻게 오이지로 변신하는지, 도토리가 어떻게 도토리묵으로 성육신하는지, 햇살이 옥수수에 어떻게 단맛을 들이는지, 잡초에 갇힌 고추에 어떻게 빨간 물을 들이는지 알 수 있다면, 염천을 견뎌낸 콩이 물과 소금과 하늘을 만나 어떻게 된장이 되는지, 어떻게 간장이 되는지 알 수 있다면,

그걸 알 수 있다면, 내가 왜 태어났는지,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을 텐데.

 

그 외 궁금신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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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20주년 기록 보니, 그 동안 내가 쌓아둔게 많았구나 싶고, 책 정말 안 샀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1년간 책을 꽤 샀다?

 

문제집 많이 사는 동생에게 얹혀서 굿즈 받고, 고래 좋아하는 비혼 이웃도 당장 사서 예쁜 고양이와 고래를 각각 들였다.

 

 

 

중간에 좀 소흘했지만, 신간을 둘러보는 것이 취미다. 일터 근처에 대형서점이 있을 때는 대형서점 출근부 찍으며 매일 같이 신간매대 확인하고, 책찜했고, 알라딘 신간도 매일같이 확인하며 보관함과 장바구니 터져라 책들을 보관했다.

 

20주년 기록을 보니, 볼 때마다 인상적인 점이 달라지지만, 보관함 보관 책 금액이 지난 십년간 산 책들의 금액보다 더 높아서 좀 웃었다.

 

 

야야, 오천만원 채워라.

 

제주 내려오면서 보관함 한 번 날렸는데, 일년반동안 또 삼천권이나 쌓아놨어. 나여. 책 욕심이 아주 그냥.

 

좋은 책을 고르는 습관에 대해 이제 시작인데도, 막 아 지겹다. 싶을 정도로 계속 생각하잖아. 일단, 책을 이렇게 많이 매일 보는데, 책 아니라 다른 뭐라도 이렇게 열렬히 본다면, 당연히 책 엄청 잘 고르지 않겠냐고.

 

꽃시장에 매일같이 가서 꽃을 고를 때, 자주 갈 수록, 어떤 가게에 어떤 꽃들이 좋고, 언제 나오고, 어떤 상태의 꽃을 고르면, 얼마나 볼 수 있고, 이 꽃을 살 때, 저 꽃도 같이 사면 더 좋고 등등이 빠삭해진다.

 

예전에 옷 많이 살 때도 그랬다. 옷 고르는게 제일 쉬웠어요. 였는데, 옷 안 사게 된 지금은 옷 하나 사려면 시간도 많이 들고, 실패확률도 높아졌다. 미니멀리즘을 하려면, 많이 사 보란 이야기가 그래서였구나.를 내 소비변화 중 가장 큰 항목인 옷쇼핑하면서 느낀다. 옷장뿐 아니라, 궁극의 책장을 위해서도 많이 읽고, 사보는 것이 필요하다.

 

책에 대해서만은 겸손하고, 평소 비교하는 성격 아니지만, 책에 대해서는 비교하고, 평가하고 (좋지 않아!) 그렇게 된다. 이 정도는 다 알겠지만. 싶은 것들도 하나씩 돌아보면서 얘기해보려한다. 나보고 책 많이 읽고, 빨리 읽는다고 하면, 어휴, 나는 책 많이 읽는거 아니에요. 내가 아는 책 많이 읽는 사람 3834935873459 있는데!

 

여튼, 책 좀 보고, 책 좀 산 내가 책 고르는 법들을 이야기하려니, 어휴, 이거 알라딘 사람들은 다 그렇게 할텐데, 다 아는걸텐데, 어휴 싶은 마음이 마구 부풀어 오르는데, 막 깔고 앉고 쓴다.

 

비혼 이웃은 책을 전혀 읽지 않던 친구다. 이런 저런 계획들 세우고 열심열심 하면서, 내덕분에? 책읽기에 재미를 붙여서 목표를 세우는데, 하루에 3페이지. 라는 것이다. 나는 두 세권은 읽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그 때보다 더 시간 많은데, 한 권도 못 읽는 날도 많아졌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래. 책 읽는 것과 마음의 여유를 크게 상관짓던 시절이 있었는데, 옆에서, 맞아요. 저도요. 나이 들어 집중력 떨어져서 그래요. 라고 얘기해줘서, 무릎을 크게 치고, 아! 노화에는 집중력 떨어져 책 읽는 속도 더뎌지기도 있구나 싶었다. 사실은 내가 시간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버리는 시간들이 많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왜냐하면, 그렇게 생각해야, 책 두 세권 읽던 시절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으니깐.

 

책 읽는 것은 습관이고, 몸근육처럼 책근육이 있고, 그걸 평생 만들어왔으니, 회복력도 짱 셀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근래 책을 가장 많이 건져내는 곳은 트위터와 알라딘이다. 근래 아니라, 늘 그랬지. 알라딘에서 신간도 보고, 거기 choice 마크 붙어 있으면 더 신뢰하고 보관함 담지만, 가장 유용하게 책 많이 골라내는 곳은 알라딘 서재 메인의 블로거 베스트셀러다. 알라딘 서재 블로거 베스트셀러, 베스트셀러와는 사뭇 다른 리스트, 베스트셀러를 확인하지 않지만, 알라딘 서재 블로거 베스트셀러에서는 내가 읽고 싶은 책들, 신간들을 잔뜩 가장 빨리 골라낼 수 있다.

 

그래서 아침부터 할 일 미루고 보관함 오천만원 채우기. 시작.

 

  조지 스타이너 <나의 쓰지 않은 책들>

 

동물을 사람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의 비인간성과 ‘야수성’을 조용히, 하지만 본능적으로 경멸하는 증거인지 모른다. 동물은 사람에게 드문 위엄, 충성, 고통과 불의를 참는 능력을 갖춘 것 같다. 이것은 포학하고 혐오에 찬 이념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때로 동물에게 지극한 사랑과 연민을 보인다는 당혹스러운 사실을 설명해 줄지도 모른다. 그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칼리굴라와 말, 바그너와 뉴펀들랜드 개가 그렇다. 니체는 매 맞는 말을 보고 정신이 무너졌다. 전설이 맞는다면, 히틀러는 사랑하는 독일셰퍼드 블론디를 지옥 같은 벙커에 들여보낼 때 눈물을 흘렸다. 

 

표지도 저자도 가격도 가볍지 않고, 내용도 가볍지 않아 보인다. 쓰지 않은 책들..을 썼잖아. 원제도 My unwritten books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무엇이든 가능하다> 이미 보관함에 담겨 있던 책이다.

올리브 키터리지 읽으며 뭐가 재미있다는거지. 싶었는데,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니, 이번 단편집이 왠지 읽고 싶어졌으니, 읽어봐야지.

요 근래 내가 읽는 책들은 지난 십여년간 읽던 책들과 많이 다르다. 아마 이십년 전 쯤에는 많이 읽었을 그런 책들이긴한데, 십년 주기인건가.

 

근데, 밑줄긋기 해 둔거 읽으면서, 계속 아닌데? , 아니거든, 아니야. 하게 되네.

 

  뉴욕타임즈 부고 모음집. <가만한 당신>같은 책인 걸까?

 

부고 기사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어떤 인물을 다룰 때, 대부분 탄생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부고 기사는 사망부터 시작되어 역순으로 진행되며, 그렇게 과거와 현재, 사실과 판단, 그리고 개인과 사회 사이를 넘나드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현직 뉴욕타임스 부고 편집자 윌리엄 맥도널드가 말했듯이 이 책은 과거를 비추는 거대한 백미러에 비유될 수 있으며, 그 어떤 인물평들보다도 정제되고 품격 있는 텍스트를 만끽하게 해줄 것이다.

 

 

 

 

 

 

 슈테판 츠바이크 책들 다 있었는데, 이번에 내려오면서 다 버린 것 같다. 망설였겠지. 좋아했으니깐.

 

두꺼운 책들이 많았는데, 요즘 나오는 책들은 다 작고 얇다.

유유에서 이전에 나왔던 책을 봤는데, 기억도 안 난다.

그래도 읽어봐야지.

 

<감정의 혼란>은 억제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찬 인물들의 강렬한 욕망을 다룬다. 주인공은 갓 스무 살이 된 아름다운 미청년 롤란트와 그의 스승이자 ‘당대 최고의 지성’인 대학교수, 그리고 교수의 젊은 부인.

소설은 은퇴를 앞둔 노학자 롤란트가 평생 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고백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막 대학생이 된 주인공 롤란트는 마법 같은 첫 셰익스피어 강의를 듣고 문학과 시, 예술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홀린 듯 빠져든다. 압도적인 힘으로 단번에 롤란트를 매혹시킨 사람은 사십대 중반의 지적인 영문학 교수.

 

등장인물 소개는 한숨난다.

 

  미노와 고스케 <미치지 않고서야>

 

모두가 출판 불황을 말할 때 ‘1년에 100만 부’를 팔아치운 천재 편집자가 있다. 손대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연발시킨 일본 겐토샤의 편집자, 미노와 고스케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미치지 않고서야』로 ‘아마존 재팬 종합 1위, 누계 판매 부수 12만 권’을 달성하며, ‘지금 일본에서 가장 핫한 편집자’, ‘시대를 앞서는 히트 제조기’라 불리고 있다.

회사 안에서 빼어난 실적을 올리고 회사 밖에서 본업의 20배가 넘는 수익을 내기까지, 그가 온몸으로 부딪히며 경험한 새로운 시대, 일하기 혁명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미노와 고스케는 상식을 뒤엎는다. 자신만의 원리를 세우고 바보처럼 문제에 뛰어든다. 그 결과, 그가 운영하는 온라인 살롱에는 1,30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그를 위해 일하고 있다. ‘괴짜 VS 천재’, ‘관종 VS 혁명가’ 등 칭찬과 질타 사이를 오가는 그는 오늘도 자신이 원하는 책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요즘 읽는 책들 중에 '자기계발' 카테고리로 분류될만한 책들이 많은데, 그렇다고 막 열심열심! 인 책은 좀 싫다. 열심히 살고 싶지 않아. 주6-7일 투잡이 아니라, 주 3-4일만 일하고 살고 싶어. 고양이들이랑 집에 있고 싶어. 의 마음이기 때문에.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라는 목표를 세웠고, 이걸 FIRE라고 하고, 요즘 돈 많이 버는 젊은이들한테 유행이래. 나는 젊은이도 아니고, 고연봉과 거리가 먼 최저임금이고, 나라에서 세금도 면제해주는 농사 짓지만,  FIRE의 목표가 십억 벌고 은퇴하기.라지만, 목표는 그거다. 그래서 책소개랑 목차만 봐도 막 열저어엉! 열씨이이임! 인 것 같은 책에 거부감 먼저 들지만, 출판계 얘기라니 또 솔깃하고 궁금하고 그런 것이다.

 

 

소설 중에는 딱 이 두 권 담았다.

 테드 창은 재미있겠지 뭐.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저자 소개부터 흥미롭다.

 

 

 

 

 

 

 

 

 

 

 

 

 여성학 신간들 중에는 이거 두 권.

 

<여자는 인질이다>는 원서로 담아두었던 책인데, 번역서로 나와서 도서관 신청도서로 지금 집에 있다. 읽고나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런 책들 중 하나다.

 

 

 

 

 

 

 

 

 

그리고 이런 책들을 담아두었지.

 

 

 

 

 

 

 

 

 

 

하루 종일 책이야기나 하고, 책이나 읽고, 고양이 궁둥이나 두드리고 있었으면 좋겠네.

 

오늘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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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9-07-09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하루 종일 책 읽고 이야기나 했으면 좋겠어요...

하이드 2019-07-10 07:1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왜 심심하지요? 책이 있는데. 하루가 후딱후딱 너무 충만하게 갈텐데 말입니다.

빨강머리 앤 2019-07-09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은책을 읽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싶는데 주변에 책읽는 사람들 찾기도 힘드네요

하이드 2019-07-10 07:17   좋아요 0 | URL
그래서 이 공간이 좋은 것 같습니다. 서재 구경하고, 책읽기 얘기하고, 책 이야기하구요.
 

 

 

 

 

 

 

 

 

 

 

 

 

 

 

 

에리히 프롬의「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를 읽기 시작했다. 에리히 프롬하면 「사랑의 기술」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소유냐 존재냐」도 「자유로부터의 도피」도 왠지 읽었을 것 같은데, 안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읽은 그런 책들일 것 같다. 지금 읽고 있는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는 제목부터 처음 본 책이다. 에리히 프롬이 사회심리학자, 정신분석학자였어? 1900년에 태어나서 1980년에 죽었어? 「사랑의 기술」도 새로 사둔 것 같은데, 지금 읽으면 어릴 때 읽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감상일 것이다.  

 

이 책이 쓰여진건 1937년이지만, 이 책 서문에 국제 에리히 프롬 협회 이사 라이너 풍크가 쓴 것처럼 "여전히 놀라운 현실성을 뽐내고 있다" 서문과 1장 읽은 느낌으로는 한병철의 최신간 같은 시의적절한 주제와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일 것 같다.

 

" 자아의 인식은 더 이상 본질, 즉 자신의 욕망과 상태, 감정과 능력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대신 인성과 성격을 연출하며 외부의 자아정체성을 자기 것으로 삼는다. 특정한 약력, 성공한 사람, 자의식이 강한 사람,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 공감할 줄 아는 사람, 합리적인 사람,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 등의 역할을 껴입고 그것을 최대한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동일시는 그 사람과 주변 환경이 노력해야만 겨우 그 자신이 진정으로 누구인지, 어떤 모습이 진짜 그인지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진행된다. 그래야 진짜 본질이 완전히 사라질 정도로 그가 그 역할을 '진짜로'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자아 경험은 자기 행동이 자신의 의지와 감정, 사고에서 나온다고 느끼는 최면에서 비롯된다. 그는 더 이상 경험에 직접 다가가지 못하므로 암시의 희생물이 되어 버린다.

 

(...)

 

자아 경험이 집단 암시의 결과인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자아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고유의 사고, 감정, 행위로 경험하는 것이 집단 암시의 결과물은 아닌가에 대해 의심해 볼 계기도 사라진다.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연기하면 모두가 완벽한 진짜 삶을 산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이나 서문을 쓴 라이너 풍크나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의 세계를 예상할 수 있었을까? 지금 시기에 생각해보기 좋은 주제다.

 

자신의 삶의 일부분중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편집해서, 혹은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만들고', 그것을 편집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일상. 자신을 둘러싼 것들과 자신의 속내까지 자신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것들을 '전시' 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거.

 

그리고, 또 하나는 자유의지. 진정한 내가 누구인가. 진정한 나를 끌어내지 못한 채( 진정한 나가 뭐야, 대체) 주체적 뭐뭐라고 하는 것. 인간은 관계를 맺어야만 살 수 있는 사회적 동물인 것.

 

딱 책 더 읽고, 책 이야기 하고 싶을 때, 알바 가야하지. (시간 많을 때는 뭐했니)

「자기결정」다시 읽어보고, 지금 읽는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마저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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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서관에 희망도서 도착했다. 도서관마다 다른걸로 알고 있는데, 몇 권까지 신청할 수 있는지, 얼마나 자주 신청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 되는데, 안 물어보고 버티길 열달.. 올해 들어 두번째로 받았다. 리브로피아에서 신착도서 검색해서 보곤 하는데, 뭔가 에러나서 그제부터 신착도서가 2021권씩 뜨고 있다. (백권대로 뜨는 것이 정상) 어젯밤에는 이천권 다 보고 읽고 싶은 책들 메모해두었다. 이쯤이야. 훗.

 

희망도서 도착하고, 읽고 싶은 책들이 늘어가고, 책을 읽어야 하는데, 못 읽는 시름이 더 깊어졌다.

바빠져서 생각이 없어지고, 동시에 생각이 많아졌다. 너무 바쁠 때는 눈깜짝 하면 점심시간이고, 눈깜짝 하면 저녁시간이라 생각이 없어지고, 한가할 때 소중히 돌보던 일상에 균열이 가서 생각이 많아진다. 소중히 돌보던 일상이래봤자, 이제 겨우 1년차 모종이라서,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이 없으면, 금새 약해진다고. 다행인건, 채소와 과일을 꾸준히 먹고, 하루 걸러 도서관에 가는 일상은 아무리 바빠도 유지되고 있다는 것. 책은 전자책 이벤트때나 한 번씩 적립금 모아서 사고, 종이책 사는 것은 초신중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책에 대한 가장 열렬한 사랑의 표현은 무엇인가. 읽고 싶은 책을 도서관에 신청한다. 빌려서 읽는다. 전자책을 산다. 종이책을 산다. 읽고 또 읽는다.

 

사실 읽고 또 읽지는 못하고, 빌리고 또 빌리고 있다. 그러다 전자책 사고, 또 종이책 빌리다가, 종이책 사고.

여기서 중요한건 '읽지는 못하고' 있고.

 

알바도 여름이 시즌, 알고보니, 이 동네도 여름 시즌 벌어서 일년 먹고 사는 그런 관광지. 몰랐던건 아니지만, 새삼. 1년 겪어 보니 몸으로 느껴진다. 정원도 봄 여름이 시즌. 정원의 시즌이 먼저 오고, 알바 시즌이 그 다음이다.(둘 다 5월부터 엄청 바빠지긴 했고) 두번째 해이니,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보인다. 애매한 규모에 일하는 인원도 정해져있는데, (아빠, 엄마, 나) 모두 다 투잡이야. 겨울의 한가함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여름에 절실히 느끼고 있고, 나는 안그래도 좋아했던 겨울을 더 좋아하게 생겼다.

 

바쁜 것과 책 읽는건 또 크게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책 읽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빠본 적은 한번도 없다. 지금이야 오전 알바 하고, 오후 정원일 하고 한가해 보이겠지만, 엄청엄청 바쁜 일도 많이 많이 해봤고, 그 때도 책은 꾸준히 많이 읽었지.  

 

책 읽는 것만큼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일이 어디있다고.

 

나한테 딱 맞는 좋은 책을 잘 고르는 습관을 만드는 것을 궁리중이다. 잘 골라서 잘 읽는 습관까지도.

습관맹신자.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지속이다. 재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거듭한 끝에 만들어진다. '노력'은 '습관'이 생기면 지속할 수 있다. "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이 물리적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인정하지 않는다. 책 잘 고르니깐, 좋은 책들 자꾸 눈에 들어온다. 읽어야할 책들이 쌓인다. 머리를 쥐뜯는다. 그리고 또 읽을 책들을 계속 모은다. 그나마 다행인건,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게 쌓이는건 아니고, 전자책으로, 도서관 대출목록으로 쌓이고 있다는 것.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적이 없는데, 이제 드디어 정말 읽을 좋은 책들을 고르고, 읽는 습관을 만들 수 있을까. 쳐낼 것이 많을 것 같다. 왜 나는 해럴드 블룸처럼 자기 전에 하루에 서너권씩 못 읽어... 이 것도 요즘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 누가 말해주길, 나이 들어서 집중력 떨어져서.. 아! 그렇군, 답을 찾은 기쁨과 새로 깨닫게 된 노화 증거 인지. 그리고, <책읽는 뇌> 매리언 울프의 신간 <다시 책으로>에서 보면 디지털 정보에 익숙해져서 책읽는 뇌가 쇠퇴함? 그것도 한 이유인 것 같고.

 

요즘의 책읽기는 나의 확장같은 기분이 든다. 책 읽는만큼 뇌세포가 막 새로운 배선 깔고 열일하는 느낌이다. 그렇게 또 책을 찾아 읽고 또 읽고. 10대때 읽는 족족 스폰지같이 빨아들이던 감수성과는 다르겠지만, 읽는 것들이 굉장히 와닿고, 막 얘기하고 싶고, 그렇게 하루에 책 5페이지 읽는 것이 목표인 비혼이웃은 내 덕분에 수십년 읽을 책 리스트 쌓아가고 있다고 한다.

 

꾸준히 뭔가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작심삼일이라면, 삼일에 한 번씩 시작하지 뭐!라고 큰소리 치지만, 비겁한 변명입니다.

오늘 읽은 책에서 배민 사장이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을 보고, 누군가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할 수 있냐고 묻자, 매일 달력의 날짜에 엑스표를 백일동안 해보십시오. 라고 했다고. 그걸 해내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한다. 나만 어려운게 아니겠지.

매일 글을 써보겠어. 라고 얘기는 못했지만 (내가 나를 못 믿음) 진짜 딱 3일 썼었네. 뭐, 또 시작해보지요. 오늘부터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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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서관은 ㄷ도서관이었다. Y와 도서관에서 데이트를 하곤 했다.

돌이켜보면, 당시 좋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희미해졌지만, 도서관만은 생생하다. 

 

도서관은 '책'이 있는 '장소'다. 도서관의 기억들은 책을 찾고, 책을 빌리고, 책을 읽는 기억에 한정되지 않고, 도서관에서의 봄, 도서관에서의 여름, 그리고, 가을, 겨울의 기억을 포함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서관은 지금 나의 작은 도서관이다. 가장 좋아하는 도서관이 두개면 안되나? ㄷ 도서관에는 데이트할 때나 갔었다면, (아니면, 그 멀리까지 갈 일이 없었음) 지금 나의 작은 도서관은 집에서 걸어 십분이 안 걸리는 곳에 있다. 집, 알바, 도서관, 정원 거의 매일 가는 곳들이 다 걸어 십분 이내에 있다.

 

이전 이십년에 비하면 지금은 책을 거의 사지 않는다. 예전의 내가 책을 사는 행위는 뭐랄까, 정말 뭐랄까, 읽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책과 나는 가족과 나만큼이나 깊고 여러겹의 감정들이 쌓여 있어서, 지금 뭐라고 한마디로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생각할수록 읽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세상 누구도 한 생에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는 없거든. 지금이라고 딱히 나아진건 아니다. 책은 거의 사지 않지만, 도서관을 정말 부지런히 이용한다. 그리고, 다 못 읽는다. 아이고.

 

시골로 이사간 책 좋아하는 사람이 베스트셀러만 있던 시골 도서관에 독립서점에 나올법한 책들을 계속 신청해서, 독립서점같은 힙한 책리스트가 꽉 찬 도서관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적 있다. 육지의 큰 도서관에서는 좀 있기 힘든일일거라고 생각하는데, 시골에서는 가능하지. 내 작은 도서관은 여성학 도서관이 되고 있다.

 

희망도서 신청이 계속 된다. 책이 들어오는건 두 달에 한 번인지, 석달에 한 번인지. 여튼, 읽고 싶은 책들이 있을때마다 도서관 검색을 먼저 해본다. 신간 말고도 좋다는 책들을 부지런히 빌리고 있다. 책검색해서 도서관에 있을 때마다 (보통 도시 도서관에서 검색하면 다 있는데, 여기는 있으면 반가운 수준이고, 그 수준도 내가 읽을 수 있는 양보다는 훨씬 많다) 굉장히 기쁘다.

 

미니멀책들에 나올법한 이야기, 마트를 내 팬트리처럼 이용할 것, 도서관을 내 서재처럼 이용할 것. 둘 다 가능.

 

도서관 가는 길에 풀과 나무들 구경하며, 계절을 느끼는 것도 좋고, 도서관 안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을 느끼는 것도 좋다.

책과 책을 읽는 공간과 그 공간을 둘러싼 시간이 있는 곳. 그러고보면, 책을 늘 사서 읽고, 도서관은 가지 않던 내가 이렇게 도서관에 익숙하게 된 계기가 된 구애인에게 고마워. 도서관, 정말 나랑 찰떡이고, 사람은 사라져도 도서관과 나는 굳건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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