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도서관에 희망도서 도착했다. 도서관마다 다른걸로 알고 있는데, 몇 권까지 신청할 수 있는지, 얼마나 자주 신청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 되는데, 안 물어보고 버티길 열달.. 올해 들어 두번째로 받았다. 리브로피아에서 신착도서 검색해서 보곤 하는데, 뭔가 에러나서 그제부터 신착도서가 2021권씩 뜨고 있다. (백권대로 뜨는 것이 정상) 어젯밤에는 이천권 다 보고 읽고 싶은 책들 메모해두었다. 이쯤이야. 훗.

 

희망도서 도착하고, 읽고 싶은 책들이 늘어가고, 책을 읽어야 하는데, 못 읽는 시름이 더 깊어졌다.

바빠져서 생각이 없어지고, 동시에 생각이 많아졌다. 너무 바쁠 때는 눈깜짝 하면 점심시간이고, 눈깜짝 하면 저녁시간이라 생각이 없어지고, 한가할 때 소중히 돌보던 일상에 균열이 가서 생각이 많아진다. 소중히 돌보던 일상이래봤자, 이제 겨우 1년차 모종이라서,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이 없으면, 금새 약해진다고. 다행인건, 채소와 과일을 꾸준히 먹고, 하루 걸러 도서관에 가는 일상은 아무리 바빠도 유지되고 있다는 것. 책은 전자책 이벤트때나 한 번씩 적립금 모아서 사고, 종이책 사는 것은 초신중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책에 대한 가장 열렬한 사랑의 표현은 무엇인가. 읽고 싶은 책을 도서관에 신청한다. 빌려서 읽는다. 전자책을 산다. 종이책을 산다. 읽고 또 읽는다.

 

사실 읽고 또 읽지는 못하고, 빌리고 또 빌리고 있다. 그러다 전자책 사고, 또 종이책 빌리다가, 종이책 사고.

여기서 중요한건 '읽지는 못하고' 있고.

 

알바도 여름이 시즌, 알고보니, 이 동네도 여름 시즌 벌어서 일년 먹고 사는 그런 관광지. 몰랐던건 아니지만, 새삼. 1년 겪어 보니 몸으로 느껴진다. 정원도 봄 여름이 시즌. 정원의 시즌이 먼저 오고, 알바 시즌이 그 다음이다.(둘 다 5월부터 엄청 바빠지긴 했고) 두번째 해이니,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보인다. 애매한 규모에 일하는 인원도 정해져있는데, (아빠, 엄마, 나) 모두 다 투잡이야. 겨울의 한가함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여름에 절실히 느끼고 있고, 나는 안그래도 좋아했던 겨울을 더 좋아하게 생겼다.

 

바쁜 것과 책 읽는건 또 크게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책 읽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빠본 적은 한번도 없다. 지금이야 오전 알바 하고, 오후 정원일 하고 한가해 보이겠지만, 엄청엄청 바쁜 일도 많이 많이 해봤고, 그 때도 책은 꾸준히 많이 읽었지.  

 

책 읽는 것만큼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일이 어디있다고.

 

나한테 딱 맞는 좋은 책을 잘 고르는 습관을 만드는 것을 궁리중이다. 잘 골라서 잘 읽는 습관까지도.

습관맹신자.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지속이다. 재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거듭한 끝에 만들어진다. '노력'은 '습관'이 생기면 지속할 수 있다. "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이 물리적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인정하지 않는다. 책 잘 고르니깐, 좋은 책들 자꾸 눈에 들어온다. 읽어야할 책들이 쌓인다. 머리를 쥐뜯는다. 그리고 또 읽을 책들을 계속 모은다. 그나마 다행인건,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게 쌓이는건 아니고, 전자책으로, 도서관 대출목록으로 쌓이고 있다는 것.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적이 없는데, 이제 드디어 정말 읽을 좋은 책들을 고르고, 읽는 습관을 만들 수 있을까. 쳐낼 것이 많을 것 같다. 왜 나는 해럴드 블룸처럼 자기 전에 하루에 서너권씩 못 읽어... 이 것도 요즘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 누가 말해주길, 나이 들어서 집중력 떨어져서.. 아! 그렇군, 답을 찾은 기쁨과 새로 깨닫게 된 노화 증거 인지. 그리고, <책읽는 뇌> 매리언 울프의 신간 <다시 책으로>에서 보면 디지털 정보에 익숙해져서 책읽는 뇌가 쇠퇴함? 그것도 한 이유인 것 같고.

 

요즘의 책읽기는 나의 확장같은 기분이 든다. 책 읽는만큼 뇌세포가 막 새로운 배선 깔고 열일하는 느낌이다. 그렇게 또 책을 찾아 읽고 또 읽고. 10대때 읽는 족족 스폰지같이 빨아들이던 감수성과는 다르겠지만, 읽는 것들이 굉장히 와닿고, 막 얘기하고 싶고, 그렇게 하루에 책 5페이지 읽는 것이 목표인 비혼이웃은 내 덕분에 수십년 읽을 책 리스트 쌓아가고 있다고 한다.

 

꾸준히 뭔가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작심삼일이라면, 삼일에 한 번씩 시작하지 뭐!라고 큰소리 치지만, 비겁한 변명입니다.

오늘 읽은 책에서 배민 사장이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을 보고, 누군가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할 수 있냐고 묻자, 매일 달력의 날짜에 엑스표를 백일동안 해보십시오. 라고 했다고. 그걸 해내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한다. 나만 어려운게 아니겠지.

매일 글을 써보겠어. 라고 얘기는 못했지만 (내가 나를 못 믿음) 진짜 딱 3일 썼었네. 뭐, 또 시작해보지요. 오늘부터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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