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의「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를 읽기 시작했다. 에리히 프롬하면 「사랑의 기술」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소유냐 존재냐」도 「자유로부터의 도피」도 왠지 읽었을 것 같은데, 안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읽은 그런 책들일 것 같다. 지금 읽고 있는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는 제목부터 처음 본 책이다. 에리히 프롬이 사회심리학자, 정신분석학자였어? 1900년에 태어나서 1980년에 죽었어? 「사랑의 기술」도 새로 사둔 것 같은데, 지금 읽으면 어릴 때 읽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감상일 것이다.
이 책이 쓰여진건 1937년이지만, 이 책 서문에 국제 에리히 프롬 협회 이사 라이너 풍크가 쓴 것처럼 "여전히 놀라운 현실성을 뽐내고 있다" 서문과 1장 읽은 느낌으로는 한병철의 최신간 같은 시의적절한 주제와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일 것 같다.
" 자아의 인식은 더 이상 본질, 즉 자신의 욕망과 상태, 감정과 능력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대신 인성과 성격을 연출하며 외부의 자아정체성을 자기 것으로 삼는다. 특정한 약력, 성공한 사람, 자의식이 강한 사람,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 공감할 줄 아는 사람, 합리적인 사람,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 등의 역할을 껴입고 그것을 최대한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동일시는 그 사람과 주변 환경이 노력해야만 겨우 그 자신이 진정으로 누구인지, 어떤 모습이 진짜 그인지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진행된다. 그래야 진짜 본질이 완전히 사라질 정도로 그가 그 역할을 '진짜로'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자아 경험은 자기 행동이 자신의 의지와 감정, 사고에서 나온다고 느끼는 최면에서 비롯된다. 그는 더 이상 경험에 직접 다가가지 못하므로 암시의 희생물이 되어 버린다.
(...)
자아 경험이 집단 암시의 결과인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자아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고유의 사고, 감정, 행위로 경험하는 것이 집단 암시의 결과물은 아닌가에 대해 의심해 볼 계기도 사라진다.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연기하면 모두가 완벽한 진짜 삶을 산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이나 서문을 쓴 라이너 풍크나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의 세계를 예상할 수 있었을까? 지금 시기에 생각해보기 좋은 주제다.
자신의 삶의 일부분중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편집해서, 혹은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만들고', 그것을 편집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일상. 자신을 둘러싼 것들과 자신의 속내까지 자신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것들을 '전시' 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거.
그리고, 또 하나는 자유의지. 진정한 내가 누구인가. 진정한 나를 끌어내지 못한 채( 진정한 나가 뭐야, 대체) 주체적 뭐뭐라고 하는 것. 인간은 관계를 맺어야만 살 수 있는 사회적 동물인 것.
딱 책 더 읽고, 책 이야기 하고 싶을 때, 알바 가야하지. (시간 많을 때는 뭐했니)
「자기결정」다시 읽어보고, 지금 읽는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마저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