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와 맥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4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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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도 맥주도 딱히 좋아하지 않지만, 이 표현은 셰익스피어의 <십이야>에 처음 등장해서 


"자네가 도덕적이라고 해서 케이크와 맥주가 더는 안 된단 말인가?" 


쾌락과 유희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의 테마들 중 하나이자 제목이다. 


1930년대 당시 문단의 거장 (아마도 토마스 하디) 과 몸 주변 인물들을 모델로한듯한 등장인물들로 인해 센세이셔널 했다고 한다. 재미있었겠네. 시간이 많이 흘러 몸이 거리를 두고 보던 거장처럼 자신 또한 거장이 되었다. 이 책을 발표한건 몸이 60살 정도일 때였고, 아흔 한 살에 죽었다. 


위대한 작가의 가치는 "긴 수명"에 있다고 해서, 몇 살까지 살았나 찾아봤다. 


"예로부터 노인들은 그들이 젊은이들보다 더 현명하다고 젊은이들을 끊임없이 세뇌했고, 젊은이들은 그것이 허튼소리임을 깨달을 즈음엔 이미 늙은이가 되어 그 기만적 행태에 편승해 이익을 봐 왔다. (...) 작가들은 왜 나이가 들어 갈수록 존경을 받아야 하는지 나는 오랫동안 의구심을 품어 왔다. 만약 이십 년째 주목할 만한 작품을 쓰지 못하는 노작가라면 경쟁자로서 젊은 작가들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하므로 그의 가치를 극찬해도 괜찮다는 점에서 합리적 찬사라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 그러나 이는 인간성을 너무 폄하하는 시각일 수 있고 ( ...) 진짜 이유는 지식인들이 서른 살이 넘으면 글을 전혀 읽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젊었을 때 읽은 책들은 화려한 빛을 발하기 마련이니 그 책을 쓴 저자의 가치는 해마다 높아진다. "  (144) 



화자인 어셴든은 노장 에드워드 드리필드의 전기를 쓰게 된 출세 지향 동료 작가 엘로이로부터 그와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어린 시절 숙부네 마을에 머무르면서 에드워드와 그의 첫 번째 부인 로지와 친분이 있었던 어셴든은 어린 시절, 그리고, 젊은 시절 다시 만난 로지에 대해 떠올린다. 로지는 이 책에서 '케이크와 맥주', '쾌락과 유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로지와 함께 있을 때의 작품들이 걸작으로 칭송받는 걸 보면 드리필드의 뮤즈이기도 했던 것 같다. 


책소개와 별개로 몸의 책을 읽고 뻔한 결론을 내게 되지는 않는다. '몸은 이 작품을 통해 유희와 쾌락을 좇는 삶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현명한 작가는 마땅히 성공을 경계해야 함을 일깨운다.' 와 같은 결론 말이다. 


드리필드든 누구든 인생의 한 부분에 '쾌락과 유희'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절이 있고, 그것이 외부에서 오는 한 한 때이기 쉽고, 강력한 감정의 격동을 겪는 시기가 창작의 고점일 수도 있겠으나 꼭 그렇게 연결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읽힌다. 드리필드는 워낙에 소박한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었고, 그 때 옆에 로지가 있었고. 


로지의 인생은 어떠한가. 현실에 있을법하기보다 어떤 '개념'을 형상화한 것만 같아서 책을 읽는 내내 잘 상상되지는 않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장을 사는 모습과 과거의 행동에 대한 이유가 매우 유쾌하여 그제야 땅에 발을 디디고 사는 어떤 인물로 여겨졌다. 


위선적인 대중 작가로 그려지는 엘로이는 그냥 기대치가 그 정도라서 놀랍지도 씁쓸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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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1-0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책 표지가 정말 직관적이ㅔ요.책 제목이 케이크와 맥주라고 책 표지에 각종 케이크가 그려져 있는데 책 표지만 보면 무슨 케익 관련 요리책으로 착각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이드 2026-01-04 13:47   좋아요 0 | URL
네 ㅎㅎ 작품 속에 실제 ‘케이크와 맥주‘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쾌락과 유희를 상징하는 말이라는 것은 저도 책 다 읽고 알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