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하밀 할아버지는 빅토르 위고도 읽었고 그 나이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았는데, 내게 웃으며 이런 말을 해 준 적이 있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 이라는 말은 너무나 지루하다.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서 죽는다' 단편집의 씨니컬하고 자극적이고 경외감 드는 단편들.을 읽고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읽는다면, 두 작가가 사실은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모모는 벨빌가. (다니엘 페냑의 말로센가 시리즈에도 나오는 그 벨빌가다!) 에 사는 창녀의 아들이다. 그는 열살이고, 아랍계이며 회교도이고, 창녀들의 아이를 봐주는 로자 아줌마와 함께 산다. 모모와 유태인 전직창녀 뚱보 노파. 의 이야기. 라고 해야할까? 이름은 모하메드.이지만, 다들 모모라고 부른다. 아직 읽지 않았지만, 왠지 이미 읽은 것 같은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까지 본 중 가장 쿨한 열살, 혹은 열 네살의 아랍계 회교도 주인공 소년이다. 주옥같은 문장들이 소년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에 쿨한 것은 아니다. 노인들과 어린이들과  그 중간의 어른들. 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벨빌'의 어느 한 귀퉁이씩을 차지하고 나이와 인종과 풍습과 성별을 개의치 않고 살고 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식인풍습이 있던 아프리카 어느 부족에서 왔다는 사람들, 게이, 빅토르 위고를 좋아하는 할아버지, 마냥 기분 좋은 유태인 아가. 등등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 단편집에서 로맹 가리를 처음 만났다. 어딘가 몹시 거슬리면서도 동시에 매혹적이기 그지없는 그의 글들은 그가 또 다른 이름으로 발표한 '자기 앞의 生' 이라는 책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해 주었지만, 막상 읽고 나니, 너무 착해서, 좀 미진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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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6-11-0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여기에서 로맹 가리의 빛이 더 발하는 듯...했죠..^^
물론 이 책도...나쁘진 않았지만. 사실, 조금 평범..한 편..

moonnight 2006-11-07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 땐 분명 감명깊었던 거 같은데 왜 이리 기억이 안 날까요. 그리 오래전도 아니건만. 흑. -_ㅠ;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어쨌든 추천 ^^

2006-11-14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1-09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 를 더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