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의 반복, 혹은 변주

모방범 2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워낙에 일본에서 5권으로 나왔었다고 하니, 1,2권 나누어서 읽는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권을 읽고 나서 느꼈던 완결성은 2권을 읽고 나서는 3권을 어서 읽어야 하는데. 하는 조급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들을 읽고 있자니, 아무리 미야베 미유키라도 읽는내내 지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2권은 1권에서 일어났던 모든 사건들의 반복이다. 다만, 그것이 범인의 입장에서 진행된다는 것이 단순한 반복이 아닌 변주로 느끼게 해주지만, 사건을 범인의 입장에서 반복한다는 것이 아주 새로운것도 아닐뿐더러, 550여페이지의 두꺼운 책을 두번 읽는 기분이었다. 헥헥

2권의 마지막은 드라마에서 결정적인 장면에서 ' 다음 이시간에 ' 가 나오는 식이었으니, 3권에서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들을 기대해본다.

2권에서 그나마 건진 것은,
1권과 2권, 책이 실하고, 표지도 맘에 쏙 든다는것.
그리고, 지금까지 읽어왔던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범죄자들에 대한 연민'  , '죄를 미워하되 인간을 미워하지 말라' 등의 주제들을 반박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인간에 대한 관찰과 이해' 에 탁월한 그녀를 좋아했었는데, 이렇게 또 지금까지의 그녀 자신을 반박하는 이야기를 하다니, 미야베 미유키는 여전히 좋지만, 반박하는 이야기에도 무지하게 공감가지만, 동시에 배신감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 범죄라는 것은 모두 이런 식으로 문장으로 만들어지고, 분석되고, 해명되는 걸까, 하는 생각."
" 인수분해 같은 거겠지."
(중략)
" 신이치 네가 겪은 사건도 누군가 인수분해하겠지? 그러면 결국 그런 식의 글이 나올 가야. 범인을 비난하고 분노하거나, 피해를 입은 것은 신이치의 가족을 위해 우는 거이 아니라, 인간이란 얼마나 어리석고 비참한가, 하고 애당초 정해져 있는 결론에 이르는 거야"
"..."
" 그래서, 그런 인수분해 속에서는 히구치 메구미도 가련한 피해자가 되겠지. 하기야 그애가 나쁜 짓을 저지른 건 아니고, 가족이 무너지면서 그애의 인생도 뒤틀리고 말았으니까. 그렇지만 그애가 지금 네게 하는 행동은 사악한 거야. 그렇지만 그것도 인수분해 속에서는 그녀의 슬품의 인자가 되어버리겠지."
(중략)
"그런 것이 올바른 분석이라면, 어떤 궤변도 다 통하고 말 거야. 나쁜 것은 모두 사라져버리고 불쌍한 인간만 남으니까. 남는 것은 피해자뿐이고, 나쁜 것은 모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려. "
(421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