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부분도 다 맘에 들지만,
마지막부분에

역주에 관해서는, 원작의 나라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일이나 우리가 모를 것에만 역주를 다는 것이 옳다는 게 나의 원칙이다. 감히 생각하기에, 그 나라 사람도 쉬 알기 힘든 일이라면 역주의 이름으로 과잉 친절을 베푸는 것은 독자를 위한 일이 아니라고 여긴다. 역주의 자리가 역자가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아보았는지 자랑하는 곳이 되는 것은 옳지 않으며, 독자 역시 그것이 전문 서적이 아닌 소설책이라 하더라도 의문이 생기는 것이 있으면 사전이든 백과사전이든 찾아보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 생각한다. 늘 편집자와 견해 차이를 겪는 문제인데, 이번에는 내 기준으로는 꽤 많은 주가 달렸다.

예전에 책 읽는데, 역자가 작가의 글을 고쳐 놓은 적이 있었다. 아마 작가가 착각했나보라면서, 지도까지 들이대면서. 나 막 광분하며 오버했더랬는데, 그때 긴 댓글들이 오고갔고, 역주에 대한 선호는 개인차.라는 걸 확인하는걸로 에피소드는 결말을 맺었다.

'역주'는 없을 수록 좋다. 는 것이 내 생각이고. 있어야하겠으면, 맨 뒤로 다 몰아서 있던가,말던가.
라고 하지만, 역시 문장 사이사이에 같은폰트로 같은 크기로 괄호만 쳐서 들어간 역주는 안 볼래야 안 볼 수도 없고, 보고 도움을 받기도 한다.

딱히, 그때도, 그이후도 역주는 싫어. 라는 단편적인 생각 외의 생각정리 못했더랬었는데,
오늘 저 역자후기를 읽으면서
' 원작의 나라 사람들은 다 알고 있으나 우리가 모르는 것' 에 대한 역주라는 생각에 깊이 공감하고!
'소설책이라도 의문이 생기는 것이 있으면 사전이든 백과사전이든 찾아보는 것' 에 대해서도 공감공감!!

워낙에 옮긴이말은 책 다 읽고 읽는 편인데, 어쩌다가 뒤로 넘겨서 작가의 말과 옮긴이의 말을 먼저 보게 되었다. 먼저 본다고 해도 책 읽는데 스포일러라던가 그런거 있는거 아니였고, 책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 정보와 거슬리지 않는 역주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 한켠에 가지고 책의 남은 부분을 읽게 될 것 같다.

아래는 이 역자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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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14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가 많이 달린 책을 읽다보면 역주의 내용을 따라가다 정작 본 내용을 놓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전 개인적으로 뒤로 다 밀어버리는 것이 좋더군요. 그 핑개로 책 한번 더 읽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린브라운 2006-03-14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래전 얘기군요 ^^ 그때 모스경감 시리즈가 주르륵 나와서 무지 행복했을 시절이었지요... 작가가 착각했나보다...부분은 저도 작가나 출판사에 한 번 확인해줬으면 하는 부분이었지요... 그래도 좋은 번역이었고 그 때 하이드님의 페이퍼에 기다랗게 달린 댓글에 감히 저도 한 줄 썼었답니다 그래요 결론은 개인차..이다 였지요^^

보르헤스 2006-03-15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주라면 보르헤스 전집만 할까요. 민음사에서 나온 보르헤스 전집은 너무 친절하셔서 별 쓰잘데기 없는 것 까지도 다 주가 달려있으니.. 누구나 알고있는 지명까지 세세한 주가.... 세계지리 수업시간인줄 알았어요.

하이드 2006-03-15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런던 : 영국의 수도 , 뭐 이런식이죠;;
그건 기냥 포기했습니다. -_-a 다섯권이나 되고 전집이니, 어쩌겠어요.

chika 2006-03-15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근데요... '개인차'는 정말 어쩔 수 없어요.
런던, 영국의 수도.라는 하이드님 댓글 보니 생각나서말이지요...(누구나 다 안다고 생각하는 런던, 으로 어떤 대.학.생이 유학간 친구에게 편지를 썼는데 Lundon이라고 보냈다네요. 그 편지를 받은 그 친구는- 이얘기 해 준 장본인 ㅡ,ㅡ - 어떻게 편지가 런던으로 용케 왔을까가 더 궁금하다는 농담을....;;;

galapagos55 2006-03-17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 저도 오늘 이 책 역자의 글 보고 감동받았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빈치코드"의 단어바로뒤의 괄호처리 역주에 진저리친적이 있어서...^^

하이드 2006-03-18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정말 쿨하죠 ^^
결론은 '개인차' 인데, 제 취향은 정말 '없을수록 좋아요' 라구요!

2006-03-20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