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한 여자가 목숨을 걸 만큼 그렇게 대단한 작가인가. 나가하라 씨는 다자이의 무엇에 그렇게 끌렸을까. 다자이의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까지 치닫게 했을까.
"우선은 [광대의 꽃] 부터 읽어볼까?"
일부러 소리를 내서 말하고는 "뭐, 읽어보죠"하고 혼자 대답하고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빠졌다.
완전히 푹 빠지고 말았다.
일주일 동안, 집에 틀어박혀 오로지 다자이 오사무를 읽었다. 한마디 한마디가 온몸과 영혼을 파고들었다. 다자이가 짊어진 슬픔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내 자신의 슬픔이기도 했다.
'마이 코메디언'-. [사양]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서 빙빙 맴돈다. '나는 내가 왜 살아 있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같은 구절도.
'아, 인생은 너무도 단순하다'는 [정의와 미소]에 나온 말.
'어쨌든 나는 지긋지긋하다. 이것도 저것도 하나같이 글러먹었다. 아무런 가망도 없다'는 [꽃보라].
그리고 '이것으로 이별이에요'는 [귀뚜라미]이고, [인간실격]의 클라이맥스는 '죽고 싶다. 차라리 죽고 싶다. 더 이상 돌이킬 수가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해도 허사일 뿐이다. 부끄러운 얼굴에 덧칠을 할 뿐이다' ......
그래, 정말로 그렇지. 어쩔 수 없이 그렇지.
만약 다자이가 살아 있다면 달려가 어깨를 끌어안고 싶다. 나도 당신과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술이라도 마시면서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얇고 미지근하고 판판하고 느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는 그래서 더더욱 이렇게 깊은 슬픔을 짊어지고, 광대짓으로 그런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다자이는 그것을 알고 있다. 나도 다자이 당신 마음을 누구보다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은 오해를 받아왔어, 살아 있을 때도 지금도. 당신의 진정한 모습을 느낄 수 없는 녀석들이 아는 체하며 장황하게 늘어놓았을 뿐이다. 아니, 그런 것조차도 당신은 계산에 넣고 있었는지 모르지. 내가 남들에게 일부러 바보처럼 구는 것과 마찬가지로....
안 돼! 안 돼! 안 돼!
당황하며 책을 덮고 망상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듯 찬물로 샤워를 한 게 몇 번인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또다시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다시 책을 펼쳐 드는 것이다. '후지산에는 달맞이꽃이 어울린다' 고 다자이가 말하면 나까지 '맞아 맞아. 그밖에 뭐가 어울리겠나!" 하면서 머리를 세차게 끄덕이고, '아침 식탁에서 수프를 한 수저 떠넣은 어머니가 "아!" 하고 가느다란 소리로 외쳤다' 란 구절을 읽으면, 나도 "아!" 하고 소리를 지르고 만다.
록 콘서트의 콜 앤드 리스폰스 같다.
'아이보다 부모를 소중히 여기고 싶다.' - 아무렴, 그렇고말고.
'저 남자와 그리고 여기 있는 내가 다른 점이 한 가지라도 있단 말인가.' -없지, 없어. 없고말고.
'아침이란 심술맞다.' - 아, 심술맞은 것 같으니.
'모든 것은 단지 스쳐지나가는 것입니다.' - 간다, 간다, 간다.
'너 착각하면 안 돼.' -미안합니다, 그랬었지요.
'절망하지마. 그럼 이만 실례.' - 실례!
겨우 일주일 사이에 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포로가 되었다. 완전히 마인드 컨트롤당하고 말았다.
두려워할지이다, 다자이. 그리고 한심한 나 - 라는 반성도 열흘 정도가 지날 무렵에는 마음에서 사라졌다.
6월이 되고 얼마 안 있어 나는 나가하라 씨에게 새로 바꾼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었다.
" 여행 가는 거 그만뒀어요."

  지난 일요일 시작한 시게마츠키요시의 단편집이다. 그래. 일요일의 석간이라 일요일에 시작한거 맞다. 무튼, '꼼꼼남과 털털녀' 를 읽으면서는 '귀엽네' 생각했고, '카네이션' 읽으면서는 ' 뭐야, 우리나라 소설같잖아' 하다가 '오우토키의 연인' - 위에 써 놓은 부분이 이 단편에서 따온거다.- 뒤집어진다.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에 대해 열광하는 국문과 대학생의 이야기. 
 첫부분과 전개, 클라이막스, 그리고 결말까지, 아주우우- 깔끔하고 재미있는 단편이다.
열개 남은 단편이 억수로 기대된다.


무튼, 살짝 집에 있는 '인간실격'을 꺼내들고, 볼만한 다자이 오사무 번역본들을 장바구니에 담아 본다.

제1부 - 중단편소설
여자의 결투
걸식 학생
고전풍
광대의 절규

제2부 - 장편소설
쓰가루

제3부 - 다자이 문학을 찾아서
내 취재노트 속의 다자이 오사무 / 한수산
영원한 청춘의 문학 / 김성수

 제1장 옛이야기
1. 서문
2. 혹부리 영감
3. 우라시마 이야기
4. 카치카치산
5. 혀 잘린 참새

제2장 청빈담

제3장 지쿠세이

- 옮긴이의 말
- 작가 연보

추천사
머리말
비잔 ㅣ 다자이 오사무
완전한 유희 ㅣ 이시하라 신타로
후퇴청년 연구소 ㅣ 오에 겐자부로
사가라 유전 ㅣ 오가와 쿠니오
버스 정거장 ㅣ 마루야마 켄지
이리에를 넘어 ㅣ 나카자와 케이
옛날처럼 ㅣ 타나카 야스오
무더운 길 ㅣ 미야모토 테루
카미코우치 ㅣ 키타 모리오
물색 ㅣ 카나이 미에코

작품해설
작가소개
역자후기

 
친구교환
탕탕
추억
눈 내리는 밤
뷔용의 아내
오상
가정의 행복
앵두

* 아, 내가 사려다 말았다... 는 페이퍼가 있다. 대밋!


 

 

 

 

 

 

 

 

1. 나생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2. 두자춘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3. 바둑이 이야기 - 다자이 오사무
4. 고소합니다 - 다자이 오사무
5. 나쁜 친구들 - 야스오카 쇼타로
6. 유리 구두 - 야스오카 쇼타로
7. 마지막 선물 - 요코미쓰 리이치
8. 붉은 고치 - 아베 기미후사
9. 죽은 자의 사치 - 오에 겐자부로
10. 사랑하는 내 아이들에게 - 아리시마 다케오
11. 제비뽑기 - 다케다 린타로

 

 

 

 

귀향
동경 팔경
유다의 고백
후지 산 백경
여학생
달려라 메로스
소원
고향


그리고 시게마츠 키요시

 

 

 

 

'일요일의 석간' 과 '오디세이 웨건, 인생을 달리다' 그리고 '소년 세상을 만나다'는
나의 사랑하는 ㅍ님의 선물이었다. 이제야 시작합니다. 시게마츠 키요시.  ^^ 새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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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브라운 2006-03-06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자이 오사무를 시작하는 방법으로 멋진 것 같네요 ^^ 또 저에게도 유혹이 허걱... ^^;;;

페일레스 2006-03-06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소화에서 나온 유숙자씨 번역이 괜찮습니다.
[사양]은 헌책방에서 산 원서를 읽다 말았는데, 첫 부분부터 아름다운 문장이 눈을 확 잡아끌더군요.
요즘 하이드님께서도 일본어 공부를 하시니, 원문을 약간만 옮겨봅니다.

  朝、食堂でスウプを一さじ、すっと吸ってお母様が、
  아침, 식당에서 스프를 한 숟가락, 훌쩍하고 마신 어머님이,
  「あ」
  "아"
  と幽かな叫び声をおあげになった。
  하고 희미한 외마디 소리를 내셨다.
  「髪の毛?」
  "머리카락?"
  スウプに何か、イヤなものでも入っていたのかしら、と思った。
  스프에 무언가, 안 좋은 거라도 들어갔던 걸까 하고 생각했다.
「いいえ」
  "아니다"
  お母様は何事もなかったように、またひらりと一さじ、スウプをお口に流し込み、すましてお顔を横に向け、お勝手の窓の、満開の山桜に視線を送り、そうしてお顔を横に向けたまま、またひらりと一さじ、スウプを小さなお唇のあいだに滑り込ませた。ヒラリ、という形容は、お母様の場合、決して誇張ではない。
  어머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훌쩍하고 한 숟가락, 스프를 입에 흘려넣고, 가만히 얼굴을 옆으로 돌려, 부엌 창문의 만개한 산벚나무에 시선을 보내고, 그리고 나서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다시 훌쩍하고 한 숟가락, 스프를 작은 입술 사이에 흘려넣었다. 훌쩍, 이라는 형용은, 어머님의 경우 결코 과장은 아니다.

- 뭔가 번역이 좀 더럽네요;; 아무튼 이런 느낌입니다. 음음.


하루(春) 2006-03-06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의 석간,은 우연히 아무 생각없이 노란색이 예뻐 보여서 주문한 건데 가볍게 읽기 좋더군요. 아직 몇 편만 읽은 상태지만...

panda78 2006-03-07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 마지막 줄에 뿌듯뿌듯뿌듯-
페일레스님이 번역하신 부분은 워낙 유명하잖아요. 저는 예전에 어디에선가 (만화책인가 소설책인가) 그 우아하게 수프를 드시는 장면을 언급한 것을 읽고
[사양]을 사서 읽었는데, 그 당시엔 다자이 오사무의 감성에 푹 젖지는 못하겠던데
다시 읽으면 다르려나요.
아, [못말리는 간호사]에도 다자이 오사무 얘기가 나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