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 / 돌베개 / 2006년 1월
구판절판


서경식의 책들은 언제나 단정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절판되기 전의 책들은 본 적이 없지만, 역시 단정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 고독한 나그네의 눈길은 '근대'로 이어진다. 진보와 반동이 격돌을 거듭한 그 도정에서 근대 국민국가가 형성되고, 사람들은 '국민'으로 편성되었으며, 식민지배와 세계 분할이 강행되었다. 그 길은 두 차례의 파국적인 세계 전쟁과 대학살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2백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나 자신이 그 나그네처럼 혼자 서 있는 것만 같다. 고갯길에 선 내 눈 앞에는 '근대'에서 '근대 이후' 에 이르는 길이 뻗어 있다. 그 길은 구름과 안개의 바다에 뒤덮여 앞을 잘 가늠할 수 없다.... 나는 근대 국민국가의 틀로부터 내던져진 디아스포라야말로 '근대 이후'를 살아갈 인간의 존재형식이 앞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더 곤란한 길을 거쳐야만 할 것인가. '

-한국어판 서문 中-

이 책은 일본의 월간지 [세카이]에 2004년 6월부터 2005년 4월까지 11회에 걸쳐 연재한 에세이 '디아스포라 기행' 을 가필한 것이다.

런던2001년 12월에서 츠바이크의 잘츠부르크 2002년 여름까지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 속의 붕어

프롤로그 중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각각의 글에 붙는 소제목보다 작은 그것들은 '빨간색' 볼드체로 되어 있다. 아래의 여백의 위에 비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왜 단정하고, 꼭 짜여보이기만 한단 말인가.

제 1장
죽음을      생각하는         날
단어와 단어 사이의 거리가 멀다. 그 단어의 무게와 거리만큼이나.

프리모 레비의 무덤.
기행하는 곳곳의 사진들이 책 구퉁이에 나와 있다. 신문기사처럼 작은 프리모 레비의 사진도 이 페이지를 앞으로 몇장 넘기면 볼 수 있다.

한나 아렌트의 사진.
얼핏봐도 이전의 '소년의 눈물'이나 '나의 서양미술 순례기' 에 비해 만만치 않은 내용들이다. 내 관심분야에서 벗어난 주제이기도 하고, 그런고로 내 지식이 얕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것을 읽고 있으면, 그 내용과 어조는 마음에 절로 스며든다.

한국어판 서문으로 돌아가서 : 맨 앞페이지다.

'이 책의 집필을 마친 후 내 마음속에는 다시 프리드리히 Caspar David Friedrich 그림 속 나그네의 뒷모습이 떠올랐다.(본문 69족 그림 참조) 이 그림이 그려진 것은 1818년,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구왕정의 부활을 꾀한 '복고주의'가 지배하는 빈체제하에서였다. 자유주의자들이 숨을 죽이고 침묵해야 했던 시기다. ... (두번째 사진의 서문과 이어짐)'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 라는 시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서경석의 이전 책들은 각각 미술, 그리고 책에 대해 다루고 있고, 이번 책은 '기행' 문이여야 마땅하지만, 그 책들이 한권 같은건 저자가 같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이야기. 형들의 이야기. 그의 과거. 그의 고뇌. 눈부시게 밝지는 않지만, 희미하게 빛나는 희망. 등이 책을 통해, 그림을 통해, 여행을 통해 일관되게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1990년 광주 망월동에서

3회 광주 비엔날레 대상을 받은 시린 네샤트의 '환희'

'아이덴티티' 문제를 다룬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한 때, 작품 소개, 간단한 이력, 작품을 시작하게 된 순간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장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잘츠부르크에서 만나는 츠바이크가 몹시 반갑다.
2002년 잘츠부르크 방문 당시 오페라 ' 다나에의 사랑' 을 보았다. 2차대전 말기 여름 초연 예정이었다 '총력전' 구호에 눌려 나치 당국에 의 해 취소된 공연을 되새겨본다.

유대인 화가 펠릭스 누스바움의 자화상
진중권의 '춤추는 죽음'을 읽을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화가다.
역시나 시선을 오래오래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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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2-01 0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찜해놓고 아직 보관함에서 잠자고 있는데... 이렇게 들쑤시면 장바구니로 손이 덜덜덜 하잖아요. ^^

moonnight 2006-02-0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지름여신^^;의 포토리뷰로군요. 아아아. 사고 싶다. 저도 덜덜덜 ^^

하이드 2006-02-0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딴 책은 몰라도, 서경식의 책은 사서 후회 없으실꺼에요.
바람돌이님, 천원쿠폰이 언제까지죠? ^^

향기로운 2007-04-06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4월 6일인데.. 여전히 1000원 쿠폰 행사하고 있네요^^;; 갈등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