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친 사내의 5년 만의 외출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조구호 옮김 / 시타델퍼블리싱(CITADEL PUBLISHING)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북스페인'이라는 출판사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중남미 문학을 출판하겠다는 의지하에 스페인작가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멘도사의 작품 '어느 미친사내의 5년만의 외출' ( 원제보다 낫다) 과 '사볼따 사건의 진실' 을 내었다. 근간에 나온 다른 작품들이 많은데, 영 소식이 없어 궁금하긴 하지만서도.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추리소설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작가가 로스 맥도널드의 소설을 읽고 영감을 받아서, 전혀 다른 스타일의 추리소설을 써냈고, 다작의 작가가 가장 본인이 맘에 들어하는 소설이 이 소설이라고 하니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일반 추리소설 매니아들에겐 어떨지 모르겠다. '로스 맥도널드' 의 이름이 나온다고 하드보일드 매니아들이 냉큼 샀다가는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마르께스를 좋아하고, 중남미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읽었을‹š, 역시! ( 얘네들은 도대체가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거야?!) 하며 좋아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은 일단 '중남미'로 들어간다. 
미국의 쿨한 하드보일드 탐정들이 넘지 않는'선'  이 여기선 와장창 무너진다.

이 책의 주인공인 미친사나이가 알콜중독자가 아니고, 펩시콜라 중독자라는 사실이 그 무너짐을 무마하는데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신병원에 갇혀있는 ( 미쳐서인지, 정치적인 이유인지, 독재군부가 깡패들 다잡아 넣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천재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머리가 치밀하게 잘 돌아간다. 그렇다고 잘난체할 주변은 못된다. 학교도 안 나왔고, 살인빼고 별 드러운짓 다 하는 인간이니깐. ) 그에게 플로레스 경감과 수녀학교의 교장이 찾아온다. 6년전의 여학생 실종사건이 무마된후 똑 같은 방식으로 또 하나의 사건이 생기자 예전에 정신병원에 들어가기전에 경찰의 프락치로 활동했던 그를 다시 끄집어내 사건을 해결하면 자유를 주기로 하는것이다.

정신병원에 갇힌 미친남자, 수녀학교 여학생 실종사건, 나가자 마자 만나게 되는 스웨덴인 살인사건,
난장이보다 조금 큰 창녀 누나, 마약, 코카인,...

이 '미친 사나이' 는 겁에 질리면 오줌을 싸버리고, 몸에서는 항상 악취가 풍기며, 특히나 겨드랑이냄새가 지독해서 여자가 곁에 오면 팔에 힘을 꽉 주어 몸에 붙이고, 월담이 특기이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무언지 똑바로 아는 남자인데, 미국식 하드보일드나 드라마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을 더럽고, 구질구질한 이야기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나온다.
이야기하는 방식은 뭐랄까, 하드보일드 탐정들이 쿨하게 씨니컬한 유머를 구사한다면, 이 '미친사나이'는 그냥 덤덤하게 이야기해도 '미안하지만' 웃음이 피식 나온다.

첫장부터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까지 읽는내내 ' 아, 재밌다' 하며 읽어낸 책이다.
이 '미친사나이'의 본명은 '바람과함께사라지다' 인데 ( 그니깐 스페인어로) 책에선 이름이 딱 한번 언급되고, 1인칭으로 전개된다.

이 '미친사나이' 시리즈가 두 개 정도 더 근간으로 나와 있던데, 어...언제나 나오려나. 이제나.저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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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12-2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9년작이라니!
그리고 마지막의 절정과 결론은 환상과 실재가 묘하게 뒤섞인다. 뿅!

moonnight 2005-12-26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또 솔깃합니다. +_+; 바로 보관함으로. ^^

깍두기 2005-12-2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제목으로 리뷰를 올리면 안 살 수가 없잖소!

부리 2005-12-2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사나이의 설명을 보니 떠오르는 남자가 하나 있군요 마모씨라고..

하이드 2005-12-2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친사나이는... 치밀하고 날쌔다구요. 승질도 드럽고 겸손하지도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