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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드래곤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4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진짜 맘에 안 든다.
열네번째 해리 보슈, '콘크리트 블론드'를 좀 안 좋아하고, 나머지는 얼마나 덜 좋아하냐, 더 좋아하냐의 문제였는데, '나인 드래곤'은 확실히 싫다. 이게 가장 최근작이라 불안하다. '범죄 스릴러의 거장이 7년에 걸쳐 완성한 역대 최고의 걸작'이라는 책소개 멘트는 7년이나 질질 끌어서 이따위인가. 싶은 정도.
보슈는 처음부터 끝까지 짜증난다.
보슈라 늘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싫은 모습만 모아 놓은건 처음이다.
중국인 리가 죽었을 때, 보슈는 살인사건이 얼른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가 냉큼 달려나가며, 리 가족에게 대하는 모습, 보슈를 도와주러 온 데이빗 츄라는 중국어를 아는 형사에게 대하는 모습은 '차별'과 '편견'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었다.
여기까지는 짜증나는 정도인데, 삼합회와 얽히게 되면서 관련 시체의 사진을 홍콩에 있는 열세살 딸에게 보내는 것과 같은 초짜 형사도 하지 않는 베테랑 형사이자 아빠인 보슈의 무신경한 경솔함, 홍콩에서도 이어지는 그런 경솔함과 꾸준히 보여지는 자기 외의 다른 이들을 다 무시하는 태도는 정말 신경 거슬렸다. 주변 사람들이 다 멍청하면 또 몰라. FBI였던 엘리노어, 홍콩토박이인 선 리, 아시아 범죄팀인 데이빗 츄까지. 능력 있는 존재들이란 말이다. 처음엔 보슈의 입장에서 게으른 인간인가 싶었던 페라스에게마저 막판에는 동정심이 들었다.
처음으로 엘리노어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전처와 딸을 치명적 위험에 빠트린건, '보슈'다. 그들에게 직접 위협을 가한건 범죄자.란걸 알지만, 범죄자가 우글거리는 곳에서 보슈의 하지 말았어야 할 경솔한 행동들에 보슈가 죽을때까지 죄책감 느껴도 싸다.
홍콩과 미국을 오가는 보슈, 다음편에서는 더한 갈등이 예상되는데, 막판에 깜짝 등장 인물에 약간 맘이 풀어졌지만, 읽는 내내 보슈가 싫어지는 마음 뿐이었다.
보슈가 맘에 안 드는걸 떠나서 이야기는 '보통'이다. 마이클 코넬리의 '보통'이면 재미있다는 얘기인데,
사실 해리 보슈 시리즈의 줄거리는 '해리 보슈'이다.
해리 보슈가 멍청했다. 해리 보슈가 홍콩에 갔다. 해리 보슈가 또 멍청했다. 해리 보슈가 미국에 돌아왔다. ... 뭐 이런 처지이니, 이 책에 대한 별점이 더 올라갈 일도 내려갈 일도 없겠다.
그런고로, 다음 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