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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성 - <드래곤마스터> 포함 옴니버스 작품집 ㅣ 불새 과학소설 걸작선 8
잭 밴스 지음, 안태민 옮김 / 불새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불새 출판사 1기부터 수차례 까였던 세련되지 못한 편집과 좀 더 신경 썼으면 하는 표지 등의 문제는 책을 읽고 나니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처음 책을 살 때 신경 쓰이려나.. 나만큼 책표지나 만듦새가지고 달달볶는 독자도 흔하지는 않을텐데, 당연히, 책의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 불새의 책들은 나름 빈티지스럽고 아마추어스럽고, 한국의 척박한 SF 시장을 잘 드러내는 의미심장한 책들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이다. 이 책은 멋지다.이번을 마지막으로 앞으로 표지가 어쩌니 편집이 어쩌니 언급하는 일 없을꺼다.
'최후의 성'과 '드래곤 마스터' 두 작품이 실려 있다. SF 명예의 전당 시리즈 같은 곳에서는 봤을래나, 잭 밴스 이름으로 낸 책은 처음 읽는데 여러모로 어렵다. SF 라이트팬이긴 하지만. 그래도 익숙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렵다고 느낄 정도면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어떨까 싶다.
'최후의 성'에서는 노예로 부리던 냅 종족의 반란으로 모든 성이 하나 하나 멸망하고 최후의 성, 해거든 성의 멸망의 풍경을 그린다. 노예종족이 나와서만은 아니고, 일을 전혀 하지 않고,모든걸 노예종족에게 맡기고 진액(술?), 페인( 여자노예품평?) 문화, 보물 등을 즐기며 자신들을 당연히 거의 신급( 신사) 으로 여기는 인류가 싸우지도 못하고 속수무책 당하다가 노예 없이 본인들의 힘으로 살아야했을때의 피폐함이 굉장히 참담하다. 짧은 분량에 압축된 스토리는 술술 읽히지만, 거기에 담긴 주제는 두 번 이상 읽어야 할 것 같다.
'드래곤 마스터' 는 최후의 인류(아마도) 가 드래곤을 사육하고, 싸우고, 외계 종족인 베이직이 인류를 사육해서 싸우는 이야기. 사제가 나오는데,(벌거벗고 황금목걸이 걸고 다니며 묘한 화법을 구사하는) 이들이 도대체 뭔지 잘 모르겠고, 싸우는 장면이 너무나 잔혹하고 길어서 읽기 힘들었다. 내가 이런 장면들에 약하기도 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딱 좋아하는 정도가 존 스칼지 정도이고, 조 홀드먼까지도 재미있는데, 그들 책에서 한 두장으로 나올 정도의 전투장면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거. 분량에 비해 워낙 길게 나오다보니 그 씬들에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하게 된다. 이 역시 서로의 종족을 사육해서 싸운다는 파격적인 이야기.
분량은 적어도 한 번으로 끝내기 힘든 이야기들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간후기. 아... 눈물 좀 닦고. 책을 좋아하고, 알라딘을 좋아하니깐 좋은 책 내는 출판사들 다 잘 되었음 좋겠고, 어렵다고 하면 내 코도 석자지만, 남일 같지 않아 별 말 아니라도 울컥하며 책 사곤 하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짠한 발간 후기와 출판사 이야기를 보기는 또 처음이다. 이 리뷰를 보실 일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힘내세요. 불새출판사 대표님 존경합니다. 책이라도 별로면 할 말도 없는데, 이렇게 좋은 책들 소개하느라 그렇게 온 몸과 마음을 불사르시다니. 감사히 읽겠습니다. 후기 읽으니 알라딘도 고맙고(역시 이래야 내 알라딘이지. 괜시리 뿌듯), 북스피어 대표님도 고맙다.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 있으니 2기 꼭 잘 마무리 하시고, 3기, 4기, ..... 10기까지 원없이 내실수 있도록 한 권의 힘이나마 빠지지 않고 보태겠습니다.힘내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