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랄라
말랄라 유사프자이.크리스티나 램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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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여성 교육을 위해 힘쓴 파키스탄의 열여섯살 어린 소녀가 파키스탄인으로 최초로, 최연소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무슬림 지역 여성의 지위에 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해외토픽에서나 볼법한 이야기로 세상 어느 곳에서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열여섯살 나이에 노벨 평화상이라니 정말로 그녀가 노벨상을 탈만한 뭔가를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는 말랄라'를 읽고 나니, 그야말로 탈만했다. 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는 문제가 아니지만, 이 열여섯살은 정말 단단하고, 잘 자랐고, 잘 자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교육을 받기 위해, 공부를 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비현실적이다. 그 곳에서의 여성의 지위에 대한 이야기도 읽으면 읽을수록, 그 나라에서 여성이란 무엇인가? 동물혐오자가 키우는 개같은 존재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제약을 받고 있었다. 아니, 지금 현재에도 일어나는 일.

 

말랄라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지금 내가 여기서 고민하고 있는 일들의 바운더리를 다 찢어버리고 평평하게 만드는 일과 같다.

그녀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은 그렇게나 불평등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랄라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빛이 났을 것 같다.

 

말랄라가 그렇게 소리 높여 외치는 '교육 받을 수 있게 해주세요.' 는 교육.으로 말랄라같은 훌륭한 사람이 존재하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말랄라의 할아버지는 '교육'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말랄라의 아버지는 '교육'을 위해 목숨을 건 사람이다. 그렇게 말랄라는 자랐다. 이야기는 열한살 말랄라가 화자다. 앞에는 좀 더 어리고, 뒤로 가면 더 나이 들지만.

 

나는 '안나 카레니나' 같은 책과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을 읽었고, "말랄라는 새처럼 자유롭다"는 우리 아버지의 말을 신뢰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자행되는 잔혹 행위를 들었을 때 나는 내가 스와트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여기서는 여자도 학교에 갈 수 있어." 나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고 그들도 우리처럼 파슈툰이었다. 이곳 계곡에는 태양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으므로 저 산 너머 구름이 모여드는 모습을 나는 미처 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말하곤 했다. "내가 너의 자유를 보호해주마. 말랄라, 네 꿈을 잃지 말거라." 

 

어른의 말이 아닌 그녀 나이의 말로 너무나 분명하고 반짝반짝 빛나게 그녀의 조국에 대한 사랑과 교육에 대한 열망을 이야기한다. 분명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가 있었기에 그녀라는 존재가 있다는 점 또한 감동적이다.

 

아름다운 스와트밸리.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친구들.

선물 받은 어글리 베티 DVD를 피난 중에 놓고갈 수 밖에 없어서 아쉬워하는 열한살의 말랄라.

 

인상적인 장면들이 무척 많았는데, 그 중에 하나는 이 나라에서 '웅변'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찾아본 말랄라의 인터뷰와 연설을 보면 굉장히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자신의 말로 피력한다. 

 

뉴스에서의 해외토픽같은 이야기로서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낸 여성이자 아이의 목소리로 듣는 이야기에는 감동이 있다.

그녀를 응원하고, 나도  '나는 말랄라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생각들을 한다. 나 자신의 행복이 중요하다. 고양이와 가족. 지인들. 개인개인이 행복해지는 것이 세상이 좀 더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한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주변과 사회를 조금씩이라도 더 낫게 하는 것이 내가 사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거고, 살만하게 만드는 거고, 그게 좋은거다.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게 나도 더 좋아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거다.

 

말랄라는 교육을 받고 싶었고, 그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리라. 그렇게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들을 포기 하지 않는다면, 세상이 조금 더 좋아지는 거겠지.

 

뭔가 글씨도 크고, 이야기도 굉장히 자극적이고, 노벨상 버프로 나온 책일꺼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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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2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4-10-22 23:49   좋아요 0 | URL
이 리뷰로 한 분이라도 더 책 읽으시면 정말 뿌듯합니다. ^^

아무개 2014-10-23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리뷰를 하이드님 서재에서 보게 될줄은 몰랐네요.
그것도 의외의 호평..기대되네요.^^

아이린 2014-12-08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합니다 ㅎㅎ